지난 2월 24일 서울 종로구 인의동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매니페스토 10대 정책 어젠다 전달식’. 주요 정당 서울시당 대표가 전월세 대책과 일자리 창출, 보육시설 확충 등 매니페스토 10대 정책 어젠다를 상징하는 조형물에 서명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일요신문>은 지난 2일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실천본부)가 발표한 ‘민선 5기 전국 시·도지사 공약이행 및 정보공개 평가 결과’를 토대로 각 광역단체들의 미완 및 폐기 공약들을 추려봤다. 이번에 실천본부가 발표한 평가서는 민선 5기의 마지막 평가서로서 실질적으로 재선에 도전하는 현직들의 최종 성적표라 할 수 있다. <일요신문>이 추린 미완 및 폐기 공약 리스트는 실천본부가 각 광역단체에 요청한 공약 이행도 자료에 따른 것이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미완의 공약들은 각 광역단체에서 보고한 것이기 때문에 그 표현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며 “각 단체에서 ‘폐기’ ‘일부추진’ ‘목표 미달성’ ‘보류’ 등으로 제각기 다른 표현으로 보고했지만, 공통적으로 현 임기에서는 현실적으로 완료하기 힘들거나 폐기한 공약들”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6·4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이자 빅매치 지역으로 통하는 서울의 박원순 시장은 이번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으며 84.08%(공약 완료 22.52%, 이행후 계속추진 61.56%)의 공약 이행률을 기록했다. 박 시장은 ‘희망 장학금 적립 통장 사업’, ‘지하철 노선 간 직결운행 검토’, ‘서울형 건축자재 유통기준 설정’ 공약은 현실성의 이유로, ‘공립 병설 유치원 원아의 스쿨버스 운영’은 형평성을 이유로, ‘교육중도 탈락 장애인 온라인 교육환경 구축’은 여타 사업과의 중복을 이유로 폐기했다고 밝혔다.
역시 수도권 접전 지역으로 꼽히는 인천의 송영길 시장은 종합 ‘B’등급으로 53.97%의 낮은 공약 이행률(공약 완료 14.29%, 이행 후 계속추진 39.68%)을 기록했다. 송 시장은 이번 보고에서 서울 내 인천 인재들의 학숙 시설인 ‘인천영재관 설치’ 공약에 대해 공식적으로 폐기했다고 밝혔다. 또한 ‘루원시티 도시재생사업’, ‘시립미술관 건립’, ‘계양산림휴양공원 조성’ 등 토목사업 공약과 ‘남북 공동어로구역 추진’ 등 남북사업 관련 공약에 대해 ‘일부 추진 중’이라고 보고했지만 각각 막대한 부채와 오랜 기간 냉각기를 지속했던 남북관계 탓에 공약 이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선에 도전하는 최문순 지사의 강원도는 이번 평가에서 종합등급 ‘A’를 받았다. 공약 이행률은 77.06%(공약 완료 22.94%, 이행후 계속추진 54.13%)를 기록했다. 최 지사는 지역 내에서 특정 지역민들에 대한 혜택으로 형평성 논란이 일었던 ‘인제군민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 공약을 최종 폐기한 것으로 보고했으며 ‘외국인학교 유치’ 공약은 일부만 추진돼,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방재 일반산업단지 조성’ 공약은 연차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식적으로 보고되지는 않았지만, 현재 강원도 내 뜨거운 감자라 할 수 있는 ‘알펜시아 문제’에 대해선 마땅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희정 지사의 충청남도는 종합등급에서 최고등급인 ‘SA’를 기록했다. 공약 이행률은 83.09%(공약 완료 25.74%, 이행후 계속추진 57.35%)를 나타냈다. 하지만 취임 당시 기존의 관광, 문화, 레저산업에 스포츠산업을 연계하여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추진하겠다던 ‘충남도민 프로축구단 창단’ 공약은 도내 반대의 목소리가 높은 탓으로 최종 폐기됐다. 또한 ‘서울학사 건립’, ‘충남복지재단 설립’ 등의 공약은 연차별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강운태 시장의 광주광역시는 종합등급 ‘SA’를 기록했으며, 공약 이행률은 86.02%(공약 완료 35.48%, 이행후 계속추진 50.54%)로 나타났다. 강 시장은 높은 공약 이행률을 기록했지만, 대규모 국제행사로 여겨졌던 ‘광주국제관광전 개최’ 공약은 지지부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경제규모 2배, GRPD(지역내총생산) 3000만 원’을 내세웠던 슬로건 공약은 말 그대로 슬로건으로 남았다는 지적이다.
김관용 지사의 경상북도도 종합등급 ‘SA’를 받았다. 73.95%(공약 완료 20.17%, 이행후 계속추진 53.78%)의 공약 이행률을 기록했다. 4월 11일, 새누리당은 김 지사를 당의 경상북도 후보로 최종 확정한 상황. 그만큼 김 지사의 경우 당선이 확실시되기 때문에 차기 임기 내 ‘울릉 경비행장 착공’, ‘영일만항 조기 마무리’, ‘중앙선 도담~영천 복선전철화’ 등 대규모 SOC(사회간접자본)사업을 실제 완료할 수 있을지 눈여겨 볼 대목이다.
경상북도의 홍준표 지사는 2012년 하반기 보궐선거를 통해 취임했기 때문에 이번 조사에서 형평성을 고려해 등급 평가에서 제외됐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미완·폐기된 공약 공통점 묻지마 개발공약 ‘스톱’ 모든 공약이 다 지켜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애초 현실성과 지역 민심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작정 내건다면 그건 큰 문제다. 각 시·도지사의 미완 및 폐기 공약들을 살펴보면 몇몇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역시 미완 및 폐기 공약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지역 살림을 고려하지 않고 ‘질러댄’ 지역개발 공약들이었다. 박준영 전남지사가 내걸었지만 보류 중인 ‘무안 기업도시 건설’, 박맹우 울산시장이 추진 중이지만 난항을 겪고 있는 ‘동남내륙문화권 개발 및 강동관광단지 개발’ 등은 지역 재정 확보 계획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은 탓이 크다. 지역 내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는 공약들은 내걸어도 결국 욕만 먹는 공약으로 꼽힌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공립 병설 유치원 원아 스쿨버스 운영’의 경우 사설 원아들의 경우 혜택이 제외되기 때문에 많은 논란을 야기했고 결국 폐기됐다. ‘강원도 인제군민에게 고속도로 통행료를 할인해주겠다’는 최문순 강원지사의 공약 역시 다른 지역 주민과의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은 공약이었다. 지역의 사정과 무관한 전시성 공약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 우근민 제주지사의 ‘트램 도입’은 한국의 교통 제반 사정에 맞지 않고, 실제 관광수익 발생이 불투명하다는 지적과 함께 잠정 보류됐다. 잠정 폐기된 송영길 인천시장의 ‘인천 영재관’ 사업도 비슷하다. 인천과 통학이 가능한 서울 내 학숙 기관을 설치한다는 것은 결국 전시행정에 불과하다는 비판이다. 또한 기존 제도와 혜택을 검토하지 않고 남발한 선심성 복지 공약들도 눈에 띈다. 서울시의 ‘저소득층 지원 의료기금 확보’ 공약은 기존의 ‘응급환자 대불 제도’와 중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