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4일 문병욱 썬앤문 회장이 조세포탈 등 혐의로 구속됐다. 국민일보 | ||
당초 언론을 통해 ‘대통령 주변의 동문 인맥들로 인해 여러 가지 시끄러운 만큼 올해 동문 모임은 갖지 않겠다’고 했던 부담 때문이었을까. 이날 동문 모임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정식 동문 모임이었다기보다는 회장단을 중심으로 한 저녁 식사 자리 정도였다”고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이날 동문회 모임에서도 단연 화제는 57회 동문인 문 회장에 대한 얘기였다. 최근 문 회장이 이광재 여택수 신상우 등 대통령 측근 인물들에게 돈을 전달한 사실이 속속 밝혀지는가 하면 지난 98년 노 대통령의 생수사업에도 참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말 우리 동문들도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왔던 것.
사실 그동안 노 대통령과 문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서 동창회 내의 목소리는 한결같이 “동문 선후배로 서로 알고 지내는 정도이지 그 이상의 관계는 아니었고, 또 두 사람의 성향으로 봐서 친밀할 까닭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생수사업에 문 회장이 지난 98년 직접 뛰어든 것이 확인되면서 분위기는 바뀌고 있다. 노 대통령의 생수 인맥은 안희정 최도술 선봉술 홍경태씨 등 그야말로 대통령 최측근들로만 이뤄져왔기 때문.
사실 문 회장이 98년 4월 장수천의 판매회사격인 명수참물을 설립했다는 사실을 <일요신문>에서 지난 6월29일자로 최초 단독보도하자 동문회 내에서는 적잖게 술렁거림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 문 회장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별로 많지 않았던 탓에 이러한 사실은 그렇게 큰 주목을 끌지는 못했다.
그러나 최근 문 회장의 비리가 불거지자 뒤늦게서야 정치권과 각 언론들은 문 회장의 생수회사에 대해 의혹의 칼날을 들이대기 시작했다. 당시 문 회장이 98년 4월 설립한 명수참물은 생수제조회사가 아닌 생수 판매회사였다.
호텔사업으로 성공한 문 회장은 생수판매에도 자신감을 가진 것으로 전하고 있지만, 그가 갑자기 생수사업에 뛰어든 것은 당시 명수참물의 공동대표이사였던 전아무개씨와 장수천 대표이사 홍경태씨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두 사람 역시 모두 부산상고 출신이다. 노 대통령의 1년 후배인 전씨는 당초 제과업으로 크게 성공을 거두기도 했으나 이후 사업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새로운 사업을 모색중이었던 상태였다.
동문회 관계자에 따르면 전씨는 평소 동문회 활동에도 열심이었고, 노 대통령과도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전하고 있다. 홍씨와도 평소 가까웠다는 것.
이에 전씨가 자신의 사업재기도 모색할 겸 노 대통령이 운영하는 장수천을 염두에 두고 생수판매회사를 설립하기로 하고, 동업자를 물색하던 중 문 회장이 참가하게 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에 대해 전씨도 일정부분 인정하고 있다. 그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내가 생수사업으로 다시 한번 일어서보려고 문 회장한테 같이 한 번 해보자고 권유했다”고 밝혔다.
장수천 주변 관계자의 전언에 의하면 98년 초는 장수천의 진로가 극히 불투명하던 때였다. 당초 OEM계약 예정이었던 P사와의 판매 계약이 취소되면서 새로운 사업파트너가 필요했던 시기였다.
이때 평소 동문회에 발이 넓은 홍씨가 전씨와 함께 돈많은 동문 사업가인 문 회장에게 생수회사의 사업성을 권유했을 것이라는 추측은 자연스럽게 나온다.
문 회장 주변에서 “생수회사는 노 대통령측에서 도와달라는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저간의 사정과 맥이 통한다. 하지만 장수천의 김각노 전 사장은 “문 회장은 결코 신뢰할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돈이 안된다는 판단에 금세 손을 털었다”고 밝혔다. 전씨 역시 “당시 여러가지로 사업 전망이 밝지 않아 결국 손해만 조금 보고 손을 뗐다”고 밝혔다.
문 회장이 이후 노 대통령측에 근접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대선 직전 무렵이었다. 당시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 성공 이후 노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부쩍 높아지면서 부터였다.
문 회장을 잘 아는 동문회의 한 관계자는 “문 회장은 철저한 장사꾼이다. 당내 경선에 나서는 노 대통령을 격려하기 위한 2001년 동문 모임을 문 회장의 호텔에서 가졌는데, 자신의 회비를 밥값에서 뺄 정도로 인색했다. 그런 그가 대선 직전인 12월부터 부쩍 유세 현장에 모습을 나타내더라”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문 회장은 사업가답게 힘이 실리는 쪽으로 미리 ‘보험’을 드는 수완도 있었겠지만, 당시 노 캠프에 대해서는 반드시 당선 가능성보다는 평소 신세를 졌거나 아니면 다소 소원하게 대한 데 대한 미안함 차원에서 성의를 표했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밝혔다.
실제 문 회장이 신상우 회장에게 2천만원을 건넨 것에 대해서 당시 이 사정을 잘 아는 한 동문 관계자는 “솔직히 신 회장이 국회부의장을 지내던 시절 문 회장의 부탁 하나를 도와준 적이 있다. 그때 도움을 받은 문 회장으로서는 동문회를 맡고 있는 신 회장에게 그제서야 성의를 표한 셈”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노 대통령 측근에 대한 도움에 대해서도 “98년 당시 노 대통령측에서 생수사업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었을 때 제대로 도움이 되지 못했던 것이 못내 마음의 부담으로 남아 있었을 것”이라며 “거기에 대한 성의 차원이 아니었겠느냐”고 추측했다.
[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