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대선비자금과 관련, 현 지도부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최병렬 총재(왼쪽)와 이회창 전 총재. | ||
특히 검찰의 칼날이 그동안 정치자금 제공처인 기업에서 수령처인 한나라당 수뇌부로 향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한나라당을 향한 검찰의 공세가 한차원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검찰이 집중적으로 파고들고 있는 부분은 한나라당이 조성한 대선비자금의 총 규모와 그 사용처 부분. 이회창 전 총재와 부국팀에도 의혹이 쏠리고 있다. 여기에 의외의 기업이 튀어나올 가능성과 함께 현 지도부와의 연관성도 나오고 있다.
[1.얼마나 받았나] 총 1천억~2천억원설 나돌아
한나라당이 지난 대선 당시 불법 모금한 비자금의 규모와 관련해 4대 기업 갹출 모금액 5백억원 등 총 8백억원설이 설득력있게 나돌기 시작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미 검찰에 파악된 것만 1천억원이 넘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술 더 떠 2천억원에 이를지도 모른다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한 기업에서만 최소 3백억원이 건너갔다는 얘기도 나왔다.
실제 얼마 전 안대희 중수부장 등 검찰측은 취재진들로부터 “아무개그룹의 경우 3백억원 얘기가 나오는데 그게 사실이냐”는 질문에 “1백억원이든, 3백억원이든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문제는 그 그룹이 불법적으로 정치자금을 건넨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이재오 전 사무총장은 “자체 조사 결과 롯데에서는 돈을 받은 게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10대 기업 전반에 걸친 비자금 모금은 신빙성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검찰 관계자는 “이 전 총장의 얘기는 아마 서정우 변호사나 최돈웅 의원이 받은 적이 없다는 얘기일 것”이라며 당내 인사들도 비자금 모금에 나섰을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평소 롯데와 친분이 있는 K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2.어디에 썼나] - '내연녀에게 준 정치인 있다'
안대희 중수부장은 지난 10월16일 비보도를 전제로 “선거 때 한몫 챙겨서 외국에 빌딩도 사고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그러는데 이런 정치인들의 부도덕한 축재야말로 뿌리 뽑아야 한다”고 말해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이때부터 대선비자금 개인 유용에 대한 수사는 시작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검찰은 새해 들어 “앞으로는 대선비자금의 추가 규모보다는 그 사용처에 대해서 더 강도 높은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검찰은 대선비자금 수사 과정에서 일부 정치인이 개인 용도로 돈을 유용한 사실을 밝혀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서 변호사도 현대차로부터 받은 1백억원 중 1억원을 개인 용도로 썼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한 정치인의 경우 내연관계의 여인에게까지 돈이 흘러갔다는 얘기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개인 유용의 경우 그 사례 등이 특히 부도덕한 경우도 있다”며 적잖은 파장을 불러 일으킬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 검찰이 개인 비리 혐의를 포착한 정치인만 1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이 한나라당 관계자라는 소문이다. 당 중진 의원 몇몇이 기업에서 돈을 직접 받아 그 중의 일부를 임의로 사용한 흔적과 대선 사조직의 한 임원이 당의 공식 경로를 거치지 않고 대선자금의 일부를 사용했다는 흔적 등이 포착됐다는 것.
[3.잔금은 어디] - 검찰 삼성 채권 관련 부국팀 주목
▲ 지난해 5월29일 열린 한나라당 대표경선 6인토론. 이때도 기업자금이 흘러들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 ||
검찰에서 확보한 여러 채권들의 경우 일부는 지난해 이미 만기가 됐음에도 아직 현금화하지 않은 점을 주목, 현재 당 안팎의 모처에서 보관중일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측은 “현재 한나라당은 이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데, 알고도 모른다고 할 가능성도 있지만, 진짜 모르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혀 당 밖의 어디론가 유출되었을 수도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검찰에서 주목하는 곳은 이회창 전 대선후보의 사조직이었던 부국팀으로 전해진다. 검찰 관계자가 “서 변호사가 체포되기 전 부국팀 관계자와 자주 만나 대책을 논의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의혹을 뒷받침한다.
서 변호사의 긴급체포 이후 관심의 대상으로 부각된 부국팀은 현재 주요 임원이었던 이아무개 회장과 이아무개 특보 등이 최근 외부 접촉을 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최근 검찰 일각에서는 ‘의외의 기업 등장설’이 부쩍 제기되고 있다. 10대 기업이 아닌 A기업에서 제공한 대선비자금이 그 규모만은 4대 기업급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A기업의 오너인 B회장은 이 전 후보의 대학 후배로서 지난 대선 당시 이 전 후보를 지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B회장은 서정우 변호사와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소문나 있다.
검찰 주변에서도 “4대 대기업에 대한 파악을 마친 중수부가 현재 그 이하의 기업에 대해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중인데 특히 롯데와 A기업에 대한 수사가 강도 높게 이뤄지고 있다”는 내용이 지난해 말부터 흘러나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한나라당의 현 지도부와 관련된 내용도 나오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기업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지난 2002년 2월 당내 대선후보 경선과 지난해 6월의 당 대표 경선에 관련된 내용도 나온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측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이제 현 대표부마저 죽이려고 드느냐”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B회장이 현 지도부 인사의 학교 2년 선배가 되고 평소에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소문나다 보니 검찰 주변에서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며 “대선비자금에 한몫했는지는 몰라도 당 대표 경선에까지 기업의 돈이 들어왔겠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