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민련은 4·15총선을 계기로 화려한 재기를 꿈꾸고 있다. 김종필 총재도 ‘배수진을 쳤다’는 각오를 밝혔다. | ||
‘권토중래’를 외치는 자민련과 원내 진입과 동시에 ‘넘버4’를 노리는 민노당이 숙명적으로 맞부닥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과연 원내 제4당의 주인은 바뀔 것인가.
자민련은 이번 총선을 통해 ‘화려한 부활’을 꿈꾸고 있다. 지난 16대 총선에서 총 17석을 차지한 뒤 우여곡절 끝에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했다가 현재 9석만을 지닌 ‘군소정당’으로 전락한 자민련은 텃밭인 충청권을 기반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해 재도약을 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의 도전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지난 5일 KSOI와 TNS가 공동실시한 여론조사에서 7.9%의 정당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당 지지도에선 자민련을 이미 추월하고 있다는 평이다. 민노당에선 “이번 총선에서 최소 10석 이상은 무난하다”며 사상 첫 원내진입은 물론 자민련을 제치고 제4당으로 자리매김할 꿈에 부풀어 있다.
자민련의 이번 17대 총선 최대 목표는 교섭단체 구성이다. 김종필 총재도 “텃밭인 충청권에서 승리해 영예를 되찾겠다. 배수의 진을 쳤다”는 의지를 계속 밝혀왔다.
정진석 의원은 “한나라당 민주당 열린우리당이 대선자금 비리로 인해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받는 상황에서 투명성과 깨끗한 이미지로 국민들에게 다가간다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유운영 대변인은 “충청권에서 15석을 얻고, 15% 이상 정당 지지율을 얻어 7~8명을 비례대표로 당선시켜 반드시 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조만간 공천 신청자 명단을 발표할 계획인 자민련의 김종기 총선특위 위원장은 “공천 작업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특히 대전·충청 지역에는 공천신청 경쟁률이 11 대 1을 넘는 곳도 있다”고 밝혔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40~50대의 ‘새 인물’을 우선 공천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게 김 위원장의 얘기다.
현재 자민련이 당선을 ‘확실히’ 자신하는 지역은 이인제 총재권한대행의 충남 논산, 정우택 의원의 충북 진천·괴산·음성, 정진석 의원의 충남 공주·연기, 김학원 의원의 충남 부여 등 5~6곳. 지난 대선 과정에서 자민련을 떠나 다른 당에 둥지를 튼 인사들의 지역구에 대해서도 자민련은 ‘되찾아올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다.
한나라당으로 옮겨간 김용환 의원이 불출마하게 되는 충남 보령·서천에는 KBS 보도본부장 출신의 유근찬씨가 표밭을 누비고 있으며, 역시 자민련에서 한나라당으로 옮긴 전용학 의원의 천안갑 지역구에선 40대의 도병수 전 검사가 한바탕 일을 낼 준비를 하고 있다. 그밖에 이명수 전 충남부지사가 출마를 준비중인 아산, 정하용 전 대전부시장이 열린우리당 박병석 후보와 맞붙는 서구갑 등도 경합을 벌일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자민련에게는 한쪽으로 치우친 지지기반 때문에 충청권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의 당선을 자신할 수 없다는 약점이 있다. 유운영 대변인도 “대전·충청을 제외하면 공천 신청이 부진한 게 사실”이라고 밝힐 정도다.
게다가 표밭이던 대전·충청권에서도 비중 있는 새 인사의 영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노회한 당’이란 이미지를 벗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구청장이나 도 부지사 출신 인사들의 공천 신청이 줄을 잇고 있지만 지난 총선 때부터 충청권 진출에 성공하고 있는 한나라당이나 최근 행정수도 이전을 등에 업고 진격중인 열린우리당의 바람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이다.
이런 가운데 기존 의원들에 대한 다른 당의 영입 움직임까지 더해져 자민련의 고민은 깊은 상태다. 자민련 소속 지역구 의원은 현재 김학원 정진석 정우택 의원등 세 명뿐이다. 이들 중 정진석 정우택 의원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주 영입대상이 되고 있다. ‘두 사람만 데려오면 자민련을 흡수한 것이나 마찬가지’란 생각에서다.
▲ 민노당은 여론조사에서 자민련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여중생 추모 촛불대회에 나선 권영길 대표. | ||
최근 한나라당과 민주당 인사들에 의해 ‘분권형 대통령제’ 등이 이슈화되면서 자민련과 김종필 총재의 ‘전매특허’였던 ‘내각제 추진’ 약발이 크게 빛을 보지 못하는 점도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자민련이 부활의 전의를 다지면서도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민노당은 차츰 원내진입 가능성을 높이면서 ‘내친 김에 교섭단체’까지 넘볼 태세다. 민노당 권영길 대표는 최근 신년 기자회견에서 “울산, 부산, 청원, 거제, 진주로 이어지는 영남권 ‘진보벨트’에서 최소한 5명 이상을 당선시킬 것”이라며 자신감을 부풀리고 있다.
선대위 김종철 대변인은 “부산·경남 지역에서 민노당 후보들의 지지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면서 “전국정당을 노리고 있는 열린우리당측이 김두관, 송철호 등 이 지역 열린우리당 후보들의 지역구에 민노당 후보를 내지 말아줄 것을 비공개로 요청할 정도”라고 귀띔했다.
경남 창원을에 도전하는 권 대표는 지난 16대 선거 때 이 지역에서 38.7%를 얻어 2위를 차지했는데 이번엔 ‘설욕’이 가능하다고 자신하고 있다. 김 대변인은 “현재 창원을에서는 권 대표가 이주영 의원을 앞서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노당은 이외에도 조승수 전 구청장이 후보로 나서는 울산 북구와 역시 구청장 출신의 김창현 후보가 나서는 울산 동구, 대우그룹 노조협의회 의장 출신의 나양주 후보가 출마를 준비중인 거제도 중앙당 차원에서 공을 들이고 있다. 민노당의 총선 전략은 ‘15-15’. 15%의 당 지지도를 얻고 15석의 지역구 의원을 배출해서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노당이 당선 가능성을 높게 꼽는 영남권에서 ‘반 노무현’ 정서가 휘몰아칠 경우 한나라당에 표가 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열린우리당에 대한 견제심리가 민노당까지 피해자로 만들 수 있다는 시각이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당선이 유력한 것으로 예상됐던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 역시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한 지역정서의 높은 벽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게다가 선거 때마다 민노당의 발목을 잡아온 ‘사표방지 심리’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김 대변인은 “사표 심리를 차단하기 위해 박빙의 승부를 펼치는 지역에선 지역구민들에게 ‘교섭단체를 만들어 달라’는 호소문을 돌릴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민노당은 당 지지세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기 위해 경남권에서 불고 있는 ‘민노당 바람’을 수도권으로 북상시킨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가능성이 낮은 경북이나 충청권 호남권 대신 수도권에 무게감 있는 인물들을 전략적으로 배치한다는 전략이다.
대표적인 곳으로는 성남 중원이 거론되고 있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21.5%의 득표를 했던 정형주 후보가 재도전해 민주당 조성준 의원과의 박빙 승부가 예상된다.
2002년 지방선거에서 부평구청장 후보로 출마해 19%를 얻으며 선전했던 한상욱 후보가 재도전하는 부평갑도 민노당에서 기대를 거는 지역이다. 오랫동안 당 대변인을 맡아 얼굴을 알려온 이상현 후보가 출마를 준비중인 서울 노원갑에서도 ‘의외의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민주당 열린우리당의 간판급 인사들이 수도권에서 한바탕 혈전을 치를 것으로 예상돼 민노당 인사들의 약진이 눈에 띄지 않을 가능성도 적지 않은 상태다. 정가에서는 민노당이 그간 각인돼 온 ‘급진 이미지’를 어떻게 희석시키느냐에 따라 제4당의 향배가 달라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