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보도 대상 중 늘 상위에 랭크돼 왔던 새누리당 당권주자 김무성 의원(MS)의 거취를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다. 지난 22일 예정돼 있던 통일경제교실 강연(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의미와 전략)도 취소했다. 김 의원은 세월호 참사가 알려진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줄 글을 남기고 ‘정중동’이다.
지난해 국회 본회의장에 참석한 김무성 의원의 모습.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나는 고등학생 등 450명을 태운 여객선이 진도 해상에서 좌초되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입니다. 지금 우리 해경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는데, 승객들 모두 안전히 구출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그의 동향을 잘 아는 한 인사는 “국회 일정 말고는 의원실에서 경제, 통일, 복지 등 준비해야 할 분야를 공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 정치권 인사들이 아닌 그간 좀 소원했거나 챙기지 못했던 비정치권 인사들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으로 안다”며 “저녁 약속을 하고서도 늦게 의원실에 다시 들어와 책을 읽 거나 서류를 보면서 조용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여의도 정가에선 “지금은 숨도 크게 쉬지 않아야 한다”며 자숙의 시간을 권고하고 있는데 김 의원 역시 존재감 부각보다는 숙연한 시간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한쪽에서는 김 의원이 향후 대 청와대 전략을 전격적으로 수정하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 원래 김 의원은 정부 정책에 대해선 쓴소리를, 박 대통령의 신변이나 주변부 이야기에 대해선 박 대통령 편을 들어주는 전략을 취해왔다. 하지만 김 의원 일부 측근 사이에선 차기 당권이나 미래권력에 나서기 위해선 청와대에 각을 세우는 모습보다 국정 동반자, 정부 조력자 역할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권유를 해왔다는 것이다.
만약 김 의원이 ‘탈박(奪朴)’이나 비박(非朴) 비주류의 스탠스를 다시 고쳐 잡을 경우 계파 대결로 조명돼 왔던 전당대회 구도가 바뀔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이렇게 진단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정부의 미진한 수습 과정에 대해 평소의 김 의원이라면 분명히 일침을 놨을 수도 있다. 정국의 주요 포스트에서 김 의원의 한마디는 그동안 큰 반향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고 있다.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여당을 친박이 이끄는 게 좋을지 비박이 당 분위기를 바꿔놓는 게 좋을지 갈리겠지만 현 상황은 여당에 불리하다. 굳이 김 의원이 나서서 소속된 여당을 더 곤경에 처하게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 아니겠느냐.”
선우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