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윤상현 의원, 신경민 의원.
제19대 국회의원 가운데 단 1주라도 주식 및 국공채 등 유가증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한 이는 모두 121명. 지난해 130명보다 9명이 줄었다. 유가증권 규모에 있어 다른 의원들과 비교가 불가능한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현대중공업, 1조 9850억 원)과 안철수 의원(안랩, 1460억 원)을 비롯해 신고가격 기준 10억 원 이상의 유가증권을 보유한 의원은 총 9명이었다.
정몽준 안철수 의원과 같이 상위권에 랭크된 의원들은 투자 목적보다는 안정적인 회사 운영 및 경영권 확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동일고무벨트 대주주인 김세연 의원, 경남기업의 성완종 의원, 원화코퍼레이션의 박덕흠 의원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일요신문>은 이들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 다섯 의원을 빼놓고 실질적인 주식계의 큰손들의 포트폴리오를 엿봤다. 이 ‘넘사벽’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주식 자산을 보유한 국회의원은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는 윤상현 의원이었다. 윤 의원은 배우자 명의로 무려 103억 원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윤 의원의 부인은 롯데그룹 일가인 신준호 푸르밀 회장의 딸 신경아 씨다.
‘넘사벽’의 경우 소수 종목을 대량 보유한 뒤 종목교환 외 매수·매도가 거의 없는 반면 윤 의원 부부는 다양한 주식을 사고팔며 몸소 ‘분산투자’를 실천하고 있었다. 비상장 주식은 그대로 보유했지만 상장 주식은 부지런히 장바구니에 넣고 빼는 등 손바뀜이 잦은 편이었다.
윤 의원이 보유한 유가증권 가운데 69억여 원 상당의 비상장 주식은 변동이 없었지만, 그 외 34억여 원의 상장주식은 한눈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많았다. 보유 종목 가운데 LG디스플레이 한국타이어 메리츠화재해상 코웨이 등 52개 종목을 전량 매도했고, 금호타이어 한일이화 성우하이텍 현대로템 등 34개 종목을 신규 매수하는 등 다방면에 걸쳐 투자가 이뤄졌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는 주식계의 오랜 격언을 잘 지키고 있는 셈이다.
2위는 18억 9000만 원을 신고한 MBC 아나운서 출신 신경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었다. 신경민 의원 역시 윤 의원의 경우처럼 처갓집인 우성사료 관련 유가증권이 주를 이뤘지만 상황은 사뭇 달랐다. 본인과 배우자, 차녀 명의로 우성사료 주식 62만 7000주에 ‘몰빵’돼 있었다. 또한 신 의원은 별다른 매매도 하지 않아 주식 보유량의 변화가 전혀 없었고 지난해 대비 1억 3000만 원가량 가치가 하락했다.
3위는 새누리당 김태환 의원으로 15억 3000만 원을 신고했다. 김 의원은 예금이 10억 원가량 줄고, 유가증권이 7억 원가량 늘었다. 기존에 보유했던 금융상품을 처분한 자금으로 신규 투자했다고 밝히며 ‘저금리 시대’에 과감한 재테크 전략을 택했다. 신규 매입한 종목 역시 에이티넘인베스 이글루시큐리티 아이에스동서 등 일반인에겐 낯선 것들이었다.
4위는 포항의 스톨베르그&삼일 이사 출신인 강석호 새누리당 의원으로 13억 8000만 원을 신고했다. 강 의원은 삼성전기 주식 420주 외에는 스톨베르그&삼일의 주식 13만 주만 보유하고 있다. 강 의원은 스톨베르그&삼일 주식평가액 변동으로 한 해 동안 1억 원 정도의 가치가 올랐다고 신고했다.
6위에서 8위까지는 모두 새누리당 여성 의원들이 차지했다. 9억 6000만 원의 유가증권을 신고한 문정림 의원이 6위다. 본인은 단 1주의 주식도 없지만 정형외과 의사인 배우자와 장남이 많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와 비교해 20여 종목을 매도하고 SBI모기지 리노공업 오리콤 등을 추가 매수해 포트폴리오를 단순화시킨 것이 특징이었다.
7위에는 통합관제 시스템 업체 위니텍 설립자인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이 올랐다. 강 의원은 비상장 주식인 위니텍 186만 9750주를 보유해 9억 3000만 원을 신고했다. 자신이 설립한 회사 주식만으로 당당히 7위를 차지했고 다른 주식은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신고했다.
8위는 쌀 공급·판매업체 한국라이스텍 대표 출신 윤명희 의원으로 7억 5000만 원을 신고했다. 윤 의원은 자신이 보유한 웰라이스 한국라이스텍 주식을 백지신탁한 상태다. 윤 의원이 농림수산식품위원회에 소속돼 있어 직무관련성이 지적됐기 때문이다. 윤 의원처럼 주식을 백지신탁한 현역 의원으로는 이상직(반도체산업) 주승용(화성산업) 새정치연합 의원이 있다.
9위는 6억 9000만 원을 신고한 주영순 새누리당 의원이었다. 주 의원은 비상장인 NH철강 목포골프클럽 뉴스틸주식회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데 본인이 4억 8000만여 원, 배우자는 2억여 원이라고 신고했다.
10위는 정성호 새정치연합 의원으로 6억 2000만여 원을 신고했다. 정 의원은 앞서 언급됐던 의원들과 유가증권 구성이 전혀 달랐다. 다른 의원들이 주식에 ‘일편단심’이었다면 정 의원은 국채와 회사채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특히 3억여 원의 물가변동국채를 보유한 것이 인상적이다. 정 의원은 또 본인과 배우자는 물론 장남·차녀까지 동부그룹 관련 회사채를 갖고 있다. 이들이 보유한 동부제철 동부건설 회사채는 총 3억 1000만 원가량이다. 채권을 중심으로 한 ‘안전중시’가 투자전략인 셈이다.
부동산 자산과 마찬가지로 유가증권 역시 새누리당의 강세였다. 10위 권 내 이름을 올린 새누리당 의원은 8명, 새정치연합 의원은 2명에 불과했다. 정몽준 안철수 의원 등을 포함한 전체 순위로 확대한 ‘톱 10’ 역시 8 대 2로 새누리당은 다수당의 지위를 국회뿐만 아니라 유가증권 분야에서도 이어갔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김태현 인턴기자
국회의원이 사랑한 상장주는 정권 바뀌자 ‘MB 관련주’ 팔자 제19대 국회는 정몽준 안철수 의원을 제외한 119명이 총 1267억여 원의 유가증권을 보유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지난해와 비교해 51명은 평가액이 늘었고 52명은 줄어 얼추 균형을 이뤘다는 점이다. 보유주식 가치가 달라졌기 때문일 수도 있고 갖고 있던 주식을 매도하거나 신규 매입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지난해 매매를 통한 19대 국회 유가증권 ‘시황’을 되돌아봤다. 단연 눈에 띈 종목은 이명박 전 대통령(MB)이 회장을 지낸 현대건설이었다. 지난해 3월 재산신고 당시 현대건설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한 국회의원은 모두 13명. 이 중 12명이 현대건설 주식을 1주도 남김없이 팔았다. 문정림 새누리당 의원만이 유일하게 배우자 명의로 현대건설 주식을 팔지 않았고 신규 매입한 의원은 여상규 새누리당 의원이 유일했다. 이 같은 특징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기업인 한국타이어에서도 나타났다. 지난해 한국타이어 주식을 보유했다고 밝힌 의원은 9명이었지만 전정희 새정치연합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8명은 전량 매각했다. MB 정부가 끝나자마자 정치권 인사들이 ‘MB 관련주’에 대한 청산 수순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올 법한 대목이다. 국회의원에게 CJ도 ‘청산’ 대상이었을까. 지난해 CJ 주식을 갖고 있던 의원 8명 가운데 7명이 1년 새 전량 매각했다. GS는 지난해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의원 9명이 전부 또는 일부 매각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의원 18명 가운데 15명이 주식 보유 규모를 줄였는데, 11명은 전량 매각했다. 반면 국회의원들 장바구니에 새롭게 담긴 종목도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역 의원 5명이 신규 매입하면서 7명이 보유 중인 종목이다. 현대미포조선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된 의원은 지난해 1명에서 올해 7명까지 늘었다. 화학제품 및 태양광 관련 업체인 OCI는 2명에서 5명으로, KB금융은 7명에서 9명으로 주식을 가진 의원 숫자가 늘었다. 삼성물산은 7명의 의원이 보유하고 있는데 이중 6명은 신규·추가 매입했다. LS 역시 지난해 신고 때는 국회의원 누구도 보유하고 있지 않았던 종목이지만 올해 3명이 신규로 사들였다. 국회의원들이 공통으로 많이 가진 주식은 역시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였다. 모두 20명(우선주 1명 포함)이 삼성전자 주식을 갖고 있었는데 9명은 보유 규모를 줄였고, 9명은 늘려 균형을 이뤘다. 반면 코스피 시총 2위인 현대자동차의 경우 지난해 8명(우선주 1명 포함)이 보유 중이라고 신고했지만 이중 8명이 전량·일부 매각했다. LG그룹주는 전 계열사에서 걸쳐 보유 규모가 축소됐다. LG전자는 13명 중 8명이, LG디스플레이는 12명 중 9명이, LG상사는 9명 가운데 8명이 보유 주식을 전부 또는 일부 매각했다. 롯데그룹의 경우 롯데삼강 롯데쇼핑 롯데하이마트는 모두 규모가 줄었지만 롯데케미칼만큼은 3명의 의원이 신규로 매입해 보유 중이었다. 상장주식이 아닌 국공채에 신규 투자한 의원들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특히 브라질 국채가 국회의원들에게 각광을 받았다. 지난해 새누리당에서는 문정림 이학재 진영 의원이, 새정치연합에서는 김춘진 의원이 브라질 국채나 관련 금융상품에 신규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현] |
국회의원에게 ‘안철수 테마주’란? 여의도선 인기 뚝? 지난 2~3년 새 정치권을 휩쓴 테마주를 꼽으라면 단연 ‘안철수’다. 2011년 정치권에 벼락처럼 떨어진 안철수 현상에 인해 안랩은 물론 안철수 의원과 조금이라도 연관성이 있는 상장 기업들의 주가는 쉴 새 없이 요동쳤다. 반도체 장비업체인 미래산업 역시 대표적인 안철수 테마주로 꼽힌다. 미래산업을 만든 정문술 대표가 카이스트 이사장 당시 CEO(최고경영자) 안철수를 석좌교수로 영입했다고 알려지면서 자연스럽게 테마주에 편입했다. 2012년 대선 당시 미래산업은 유상증자 가격의 7배까지 치솟았다. 19대 국회의원 가운데 미래산업 주식을 보유했던 의원은 임수경 이상민 새정치연합 의원과 김도읍 새누리당 의원. 특히 김도읍 의원은 지난해 재산신고 때 1만 7200주를 갖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모두 팔았다며 ‘0주, 0원’으로 신고했다. 국회의원 유가증권 신고는 해당 의원이 주식을 모두 팔았을 경우 ‘0원’으로 기재하면 되기에 정작 이들이 얼마의 이득을 보았는지, 아니면 손해를 보았는지는 알 수 없다. 임수경 의원 역시 미래산업 1200주를 보유하고 있다가 지난해 모두 팔았다. 임 의원은 미래산업 외에도 안랩 주식을 전량 매도했고, 모친 명의로는 또 다른 테마주인 우성사료 300주를 보유하고 있다.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