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에서는 김두관, 정동영, 손학규 선대위원장(왼쪽부터)이 국회 입성에 도전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이들이 2007년 대선 예비후보로 나섰을 당시 모습.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올해 7월 재·보궐 선거는 ‘미니총선’이라 불릴 만큼 판이 커졌다. 현재 국회의원직의 박탈로 자리가 빈 지역구는 수원을(민주당 신장용 의원)과 평택을(새누리당 이재영 의원) 두 곳뿐이다.
그러나 서울 서대문을(정두언 새누리당 의원)과 충남 서산·태안(성완종 새누리당 의원), 전남 나주·화순(배기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전남 순천·곡성(김선동 통합진보당 의원) 등 현역 의원들에 대한 대법원 재판이 진행 중이다.
여기에 새누리당 김기현 윤진식 서병수 박성효 의원이 광역단체장 후보로 확정되는 등 현역 의원들이 지방선거 공천을 받으면서 자리가 비게 되는 지역구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지방선거에 도전한 여야 현역 의원들의 지역구가 14곳에 이르면서 후보 경선이 끝나면 10곳이 넘는 지역구가 재·보선 대상이 될 것으로 정치권에서는 보고 있다.
지역구도 많지만 특히 이번 재·보선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대선주자급 인사들의 이름이 출마 예상자 명단에 오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에서는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새정치연합 측에서는 손학규 정동영 김두관 선대위원장이 국회 입성에 도전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새누리당의 오세훈 나경원 전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인 정장선 전 의원과 이계안 공동위원장 등 유명 인사들의 출마설이 나오면서 화려한 재·보선을 예고하고 있다.
당권주자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는 새누리당의 김문수 경기지사는 임기 이후 서울권 도전설이 회자된다. 법적으로 같은 지역권에 선거 120일 이전까지 활동 경력이 없어야 한다는 제한이 있어 김 도지사의 출마는 경기도 밖인 서울 서대문을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외에 재·보선 출마설이 나오고 있는 새누리당 후보자들은 임태희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경원 전 의원이 꼽힌다.
임 전 실장의 경우 평택을 지역으로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세훈 전 시장은 페루에서 도시환경 자문을 맡고 있지만 6월 말 임기가 끝나 귀국한다. 인지도가 높은 오세훈 전 시장과 나경원 전 의원 같은 경우 당의 필요에 따라 재·보선에 나서게 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친이계라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정치 컨설턴트는 “현재 새누리당에서 재·보선에 나올 만한 사람들은 대부분 친이계고 당내에서 입지도 예전 같지 않아 박근혜 정권에서 쉽게 공천을 줄 것 같지는 않다”면서 “친이계에게 주기보다는 야당 측에서 기존의 올드보이들이 나오는 것과 대비시켜 새로운 인물들을 내보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군으로는 손학규 정동영 김두관 공동선대위원장이 출마자로 지목되고 있다. 손학규 위원장은 평택을과 수원을 지역을 모두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손 위원장의 한 측근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고 세월호 사건 등 시국이 좋지 않기 때문에 재·보선 출마를 결정하거나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경원 전 의원.
지난 3월 30일 독일 연수를 마치고 귀국한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으며 정치권에 그 존재감을 드러냈다. 현재까지 경남지역에 재·보선이 없는 상황에서 김 전 지사도 수도권 출마설이 나오고 있다. 김 전 지사가 출마할 것으로 거론되는 곳은 서울 서대문을 지역이다. 지난 2012년 김 전 지사가 경남도지사를 중도 사퇴했다는 점에서 김 전 지사는 선거 출마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야권의 대선주자급 정치인들이 조심스러워하는 상황임에도 꾸준히 이번 재·보선 후보자로 거론되는 이유는 신당 창당으로 인한 안철수 대표의 영향력 때문이라는 관측이 많다. 독자적으로 새정치연합을 이끌며 민주당과 경쟁하던 안철수 공동대표가 합당으로 지분이 확대되면서 민주당 출신의 대선주자급 인사들의 존재감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거물급 정치인들이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이번 재·보선을 통해 중앙으로 진입해야 존재감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외에 합당 전 안 대표가 러브콜을 보냈던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정장선 전 의원은 평택을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 평택이 고향인 정 전 의원은 경기도의원에서부터 18대 평택을 국회의원을 지낸 토박이다. 정 전 의원은 <일요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평택을 지역으로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며 “제가 불출마를 했었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는데 지금 야당 상황도 어렵고, 복귀를 해서 정치 변화에 역할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면서 우리 정치의 패러다임을 바꿀 때가 된 것 같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정 전 의원과 함께 평택을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후보는 같은 당 소속인 이계안 공동위원장이다. 이 위원장도 평택이 고향이기에 유력 후보로 지목되고 있지만 평택에서 오래 활동한 정 전 의원이 출마할 경우 서울 동작을로 선회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또한 안철수계로 재·보선 출마자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정치권 인사는 김효석 최고위원이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총선에서 서울 강서구 지역 국회의원에 도전한 바 있어 서울권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재·보궐 출마자들로 예상되고 있는 정치인들도 향후 지방선거 결과가 주는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선거 승패에 따라 선거 전략과 공천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재·보선 출마 여부는 지방선거 때까지 지켜봐야한다는 견해가 많다.
특히 ‘지방선거 승리’를 목표로 합당을 추진한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 이번 선거에서 패배하면 당에서는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는 물론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지방선거 공천 과정을 도운 손학규 문재인 정동영 김두관 등 대선주자급 인물들도 결과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야당이 승리한다고 해도 김한길 안철수 대표가 라이벌 격인 잠룡들에게 공천을 주지 않을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앞서의 컨설턴트는 “과거 전주 지역으로 출마하려던 정동영 전 의원에게 정세균 전 민주당 대표가 공천을 주지 않은 적도 있었다”면서 “이번에 대선주자급 후보들이 대거 중앙으로 들어오면 지분싸움으로 당이 시끄러울 텐데 선거가 어렵지 않은 상황이라면 굳이 공천을 주겠는가. 당에서 선거에 필요하다면 공천을 주겠지만 본인이 나오고 싶다고 해서 나올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