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의도 정가에서 최경환 전 원내대표가 세월호 참사 수습형 총리 적임자로 거론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이런 이야기가 떠돌기 시작하면서 갑론을박이 진행되는 진풍경도 연출된다.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 출신의 한 의원은 “허무맹랑한 소리만은 아니다. 실제 여권 내부에 그런 이야기가 돌고 있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세월호 정국이어서 드러내놓지는 못하지만, 실세 총리의 논리를 발굴하려 여러 루트에서 동향을 살피고 조언을 구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설득력이 있느냐에 대해선 여러 말들이 있지만 최경환 전 원내대표의 총리 기용에 대한 논리는 이렇다.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서 정 총리나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 등 관계 수장이 보여준 대응이 보신주의의 난맥상을 보였다. 무능, 무책임, 정치력 부재, 여론과 민심 파악 미흡 등 관료 특유의 습성이 “차기 총리는 관료 출신이어선 안 된다”는 관료 비토 기류를 형성했다. 그래서 윗선의 심기만 살피는 관료보다는 민심을 겁내면서 여론을 읽을 줄 아는 ‘중진 정치인 역할론’이 도출됐다. 대신 청와대와 엇박자를 내기보다 충언, 직언을 해도 각을 세우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가장 가까운 사람이 필요하고, 그렇다면 향후 마땅한 역할이 없는 최 전 원내대표가 적임이란 것이다. 이뿐 아니다. 여권 전략 쪽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혁신과 쇄신을 내세워 관료 사회를 쥐고 흔들려면 일단 핵심 실세여야 한다. 그리고 뾰족한 다른 인사 카드도 없는 상태다.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까지 고향(TK, 대구·경북) 출신을 기용하지 않는다며 인사 역차별에 대한 TK 민심이 끓고 있다. 이를 다독일 수 있다. 대구시장 경선에서 친박계인 3선, 재선 현역 국회의원이 4파전에서 3, 4등을 했다. TK가 무너지면 새누리당은 설 곳이 없다. 거기에다 최 전 원내대표는 지난 정부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내 청문회 검증을 통과한 경험자다. 청문회 트라우마를 비켜갈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취재결과 최경환 총리론에서만큼은 여권 내부에서 반박 여론이 훨씬 컸다. 되어야 한다는 논리 속에서도 군데군데 구멍이 있다는 것이다. 여권의 전략통으로 알려진 한 인사는 최 총리론을 악수(惡手)가 아닌 독수(毒手)라고 하며 이런 말을 들려줬다.
“일단 실세가 가서 휘젓겠다는 자체부터가 시스템적으로 움직이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준다. 거국내각까지 거론되는 분위기인데 여권에서 총리를 낸다는 것이 혁신적 쇄신의 모습이 아니다. 국민에게 설득적이지 않다. 최 전 원내대표가 비서실장이나 청와대 참모로는 세평에 오를 수 있지만, ‘청와대 여의도연락소장’ 이야기까지 들은 마당에…. 여권이 붕괴될 수 있는 시나리오다.”
여러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박 대통령은 이번 대국민사과 정국에서 책임, 수습, 포용이라는 다목적 포석을 둬야 한다. 대선 공약이었던 책임 총리제와 책임 장관제를 실천하되, 반대 진영 인사를 총리에 내정해 국민대통합 초석을 놓아야 한다. 조순형 진념 한광옥 손학규 등 야권의 원로나 잠룡 중 특히나 ‘쓴소리 신사’에게 맡겨 만기친람 대통령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는 말도 있었다. 일부는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총리직을 제안하고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 당선을 도모하면 ‘윈윈(win-win)’이라는 정치적 상상을 피력하기도 했다. 여권 소식을 수집하는 한 기관 관계자는 이런 진단을 내렸다.
“최경환 총리론은 당장 할 일이 없어진 그가 존재감을 잃을까 슬쩍 흘려보는 자가발전 성격이 짙어 보인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다가 무대 뒤로 퇴장한 상실감이 이런 시나리오의 근원이 아닐까 한다. 최 전 원내대표가 ‘포스트 박근혜’로 지목돼 청와대가 스펙을 그려주는 것은 얼마든지 상상 가능하다. 하지만 ‘생산적 쓴소리’를 원내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던 그가 1년간 보여준 것에 대해 적잖은 동료들이 실망감을 표출하지 않았나. 누가 최 전 원내대표를 펌프질하는 것인지…. 그런 이가 있다면 제대로 된 참모가 아니다.”
여의도 정가가 찬반 설전을 이어가는 중에 ‘수습형 총리’ 이야기도 등장했다. 최 전 원내대표가 단기간 총리로 나서 세월호 참사를 수습하고 곧 퇴장하는 시나리오다. 개혁은 다음 문제로, 지금은 상황을 수습할 적임자가 필요한데 최 전 원내대표가 ‘단타(短打) 총리’를 자임하고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다. 그로선 책임을 지는 강한 총리 이미지를 득할 수 있고, 친박계에도 미래권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작 최 전 원내대표는 공·사석에서 “지금은 쉬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당 대표 도전설이 있었지만 쑥 들어갔다.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 세평에도 오르내린다. 일각에선 그에게 “지금은 쉴 타이밍이 아니고 고삐를 더 죄야 할 때”라 조언하는 것으로 알려져, 그 주위에서는 그가 오래 쉴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선우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