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 22일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 서청원 의원 등 선대위 공동위원장들이 충청지역을 제일 먼저 찾아 지원유세에 나섰다. 아래는 정부세종청사 전경.
지난 5월 22일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기간 시작에 맞춰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가 가장 먼저 찾은 지역은 충청권이었다. 신임 이완구 원내대표를 비롯해 7선의 서청원 의원, 친박계 핵심 최경환 의원, 이인제 의원 등 선대위 공동위원장들은 충청 곳곳을 누비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서청원 중앙선대위 공동위원장은 대전 현장회의에서 “충청에서 선대위를 시작한 것은 이곳이 대한민국의 심장부일 뿐만 아니라 충절의 고장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뒤이어 이완구 원내대표는 “대전·충남·충북·세종이 우리 대한민국에서 갖는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라고 말했다.
최경환 공동위원장은 “충청이 박근혜 대통령과 인연이 많은 곳이다. 8년 전 선거인가, 그때 박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대전은요?’라고 해서 충청권에 대한 사랑이 확인된 바 있다”면서 “지금은 선거중립 때문에 말씀은 못하실 것 같지만…”이라고 박 대통령의 ‘충청 사랑’을 재확인시키기도 했다.
새누리당이 선거 초반부터 충청권 집중 공략에 나서기 시작한 것은 최근 발표된 충청지역 여론조사가 심상치 않은 것과 무관치 않다. 지난 20일 KBS·MBC·SBS 방송 3사가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은 대전시장, 새정치민주연합은 충남지사 선거에서 다소 유리한 것으로 나왔고, 충북지사·세종시장은 접전 양상을 나타냈다.
새누리당 선대위에 관여하는 한 여권 관계자는 “기존 여론조사는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한 19일 이전에 나온 것 아니냐. 중요한 것은 담화 이후”라며 “다만 생각만큼 40대가 안 움직이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다. 충청은 광역자치단체장 네 곳 중 세 곳 이상 야권에게 빼앗길 경우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여권 우세로 전망했던 세종시장 선거가 초박빙 양상을 보이자 당황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하다. 세종시는 17개 광역지자체 가운데 가장 규모가 작지만 정치적인 의미에서 수도권 못지않은 곳이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지난 이명박 정부 당시 집권여당의 세종시 수정안에 반발해 충남지사직을 중도 사퇴한 바 있고, 박근혜 대통령은 유명한 ‘세종시 사수론자’였다. 그럼에도 세종시장을 가져오지 못할 경우 앞으로 신임 원내대표 리더십은 물론 현 정권에도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의 새누리당 선대위 관계자의 이야기는 조금 달랐다.
“리더십 타격까지 있겠느냐. 이완구 대표나 박 대통령이 세종시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 보니 다소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더 관심을 기울이는 것일 뿐이다. 이완구 대표가 9년 만에 중앙 정치권에 복귀해 사실상 수도권에 세가 없다. 진짜 여의도 몸통은 따로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최근에 서청원 의원과 연대하며 의리를 강조하는 것도 진짜 친분이 끈끈하다기보다 정치세력화의 일종이라고 본다.”
이완구-서청원 연합 체제가 본격 충청 공략에 나서자 차기 당권주자인 김무성 의원도 나름의 ‘충청권 블록화’에 대응하는 모양새다. 지난 20일 김무성 의원 측은 ‘지역발전을 위한 지방이전 공공기관의 역할’이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개최하고 수도권 분산정책에 뜻을 보탰다. 지난 정권 당시 세종시 원안에 반대하면서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던 ‘어둠의 역사’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김 의원은 이날 토론회 인사말에서 “대한민국은 서울공화국이다. 경제 역시 4분의 3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지역은 포항·울산·거제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경제 사정이 좋지 않다. 인구도 계속 줄고 지역민들 박탈감도 커져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라며 공공기관 이전 가속화에 목소리를 냈다.
한편 지역에서 실제 선거를 뛰고 있는 충청권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들은 더욱 절실한 입장이다. 지난 15일 정진석(충남지사), 박성효(대전시장), 유한식(세종시장), 윤진식(충북지사), 4명의 여당 후보들은 “국회와 안전행정부 등의 세종시 이전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겠다”며 ‘신 충청권 선언식’을 열어 공론화에 나서기도 했다.
이후 20일 현장 회의에 참석한 윤진식 후보는 “세종시가 실질적 행정수도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미래창조과학부, 해양수산부 등 신설부처가 조기에 내려와야 한다”라며 “아울러 국회나 청와대 집무실의 지리적 재배치도 필요하다”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아직 여론이 무르익지 않았지만 진일보한 움직임에 분명하다. 이렇듯 일사불란하게 진행되고 있는 새누리당 ‘충청권 블록화’에 관해 여의도연구원 소속 새누리당 전략통은 좀 더 멀리, 차기 대선과 연결해 해석하기도 했다.
“어차피 수도권은 5 대 5의 싸움이다. 늘 중요하고 항상 인재가 넘친다. 반면 충청은 틀을 다시 짤 필요가 있다. 그간 너무 안일하게 대응해 온 측면이 있었다. 충청권은 이미 호남권 인구를 한참 뛰어넘었다. 차기 총선이나 대선을 생각해도 전략적 요충지로 만들어야 한다. 지금 여권 핵심에서 유엔(UN) 산하 기구를 세종시에 유치하려고 하는 것도 결국 ‘반기문 대망론’ 불씨를 살려두기 위함이 아니겠느냐.”
여러 해석을 낳고 있는 새누리당의 충청권 블록화 전략. 물론 가장 중요한 점은 일단 이번 지방선거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