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고위급 간부가 아파트 붕괴로 400명에 달하는 인명이 사망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출처=조선중앙방송
지난 13일 평양에서 발생한 ‘충복아파트(평천구역 안산동 위치)’의 붕괴로 인한 사망자는 4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아파트는 23층의 신축 고층 아파트로 92가구가 입주해 살고 있었다. 아파트는 미완공 상태였다. 북한의 경우, 외부가 완공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내부 시공이 완료되면 입주를 시작하는 것이 관례다.
북한 당국의 사고 이후 수습은 무척 이례적이었고, 재빨랐다. 지난 18일, 북한의 고위급 간부는 유가족에게 직접 사과했다. 이 모든 장면은 조선중앙TV를 통해 공개됐다. NK지식인연대 박건하 사무국장은 “북한 내부 주민을 의식한 것보다는 남한의 세월호 참사와 해당 건설사업에 투자한 중국의 투자자들을 의식해 내놓은 조치라고 본다”고 해석했다.
이 문제를 깊게 파고 들어가면 지난 2009년 10월 북한 당국이 천명한 ‘평양 살림집 10만 호 건설사업’으로 귀결된다. 당시 조총련의 <조선신보> 보도에 따르면, 해당 사업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관장했으며 현재 사고가 발생한 평양 평천, 룡천, 력포, 만경대 구역 등 평양 전역에 걸쳐 2012년까지 살림집 10만 호를 건설한다는 초대형 토목사업이었다.
이는 2010년 9월 당대표자회의서 사실상 현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3대 후계세습이 공식화되기 1년 전의 일이다. 이미 이때부터 북한 내외에서는 김정은이 ‘김정운’이라는 이름으로 후계자로 거론된 시기였으며 북한 내부에선 후계자를 확정한 상태였다. 소식통들은 이 때문에 김정일이 ‘2012년 강성대국 건설 완료’와 더불어 ‘2012년 평양 살림집 10만 호 건설 완료’를 후계자의 양대 치적 사업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일종의 ‘공약’인 셈이었다.
문제는 시공 3년 만에 사업을 완료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의욕적으로 시작한 대형 토목사업이었지만, 실제 김정은이 후계자로 등극한 이후 완료 목표 시기였던 2012년에도 해당 사업은 지지부진 자체였던 것. 이유는 간단했다. 대규모 토목사업을 앞두고 자본과 자재가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중 일부는 앞서 박건하 사무국장이 언급한 것처럼 외부자본을 끌어들였지만, 사업 완료엔 턱없이 모자란 수치였다.
2011년 함흥시 2·8비날론연합기업소를 시찰한 김정일(왼쪽)과 김정은 부자. 연합뉴스
후계자의 치적 사업으로 띄운 무리수는 여러 가지 부작용만 야기했다. 사업 초창기부터 언급됐던 부작용은 철거민 문제. 북한 내부 소식을 전하고 있는 <열린북한방송>에 따르면, 건설 사업으로 인해 발생한 철거민들은 입주 전까지 생활할 대체 주택을 배당받지 못하고, 다른 가구에 임시로 거처할 것을 지시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약속했던 완공일이 늦어짐에 따라, ‘한 지붕 두 가족’이 기거하던 수많은 가구에서 지난해부터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던 것이다. 지난해 5월, 철거민과 이에 따라 동거하게 된 집주인이 술을 마시고 싸움을 벌여, 피의자 한 명이 교화(강제노역)형에 처해지는 일이 발생하기까지 했다.
사업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자재 부족은 만성적인 현상인 데다 사업 담당자들의 비리도 큰 몫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건하 사무국장은 “애초 자재가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사업을 담당하는 조직에서 그나마 있던 자재들도 빼돌린 것이 문제”라며 “이번에 붕괴된 충복아파트는 ‘당 8000국’이라고 불리는 조직이 담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 조직에서 자재 비리가 있었다. 이번 붕괴사고의 가장 큰 원인일 것”이라고 단정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건설 사업에 퍼진 만성적인 자재난과 자재 비리는 완공 이후에도 평양시민들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는 해당 사업에 대해 “완벽한 실패”라고 규정하며 “완료 목표였던 2012년을 기준으로 한다면 목표량의 10% 수준밖에 안 된다. 실제 내부에선 목표를 하향조정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도 사업은 진행 중이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은은 지난 21일, 평양 대동강변에 위치한 김책공대 아파트 건설현장을 시찰했다. 앞서의 붕괴사고를 인식한 듯 했다. 이를 달리보자면, 치적 사업인 10만 호 건설사업의 완료시기는 이미 오래전에 넘어섰지만, 장기 과제로 전환하더라도 반드시 완수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한반도 최고층 건물 ‘류경호텔’ 안전할까 “16년간 공사 중단 내장이 외부에 노출” 류경호텔은 완공 이후 곧 영업을 시작할 수 있겠지만, 이번 아파트 붕괴사고에서도 알 수 있듯 문제는 안전이라는 비판이다. 류경호텔의 높이는 330m에 달하며 객실만 3700개다. 한반도 최고층 건물이며 세계적으로 따져도 UAE의 ‘버즈 알 아랍’과 ‘로즈 타워’에 이은 세 번째로 높은 호텔이 된다. 이 정도 규모의 초고층 건물에는 내구성을 유지하기 위한 특수한 공법과 자재가 요구되는데 과연 북한 입장에서 이를 소화했을지 여부가 관건이다. 일단 지난해 투자사가 자체적으로 안전검사를 실시해 이상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한 대북 소식통은 “류경호텔은 16년 동안 공사가 중단된 채, 내장이 외부에 노출된 상태로 있었다. 분명 그 기간 동안 건물 침식과 균열도 동반됐을 것”이라며 “완공이 되더라도 안전이 문제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특히 초고층건물에 필수인 승강기 구축은 안전의 척도”라며 “현재 북한에선 이 정도 규모의 높이에서 운영할 수 있는 승강기 기술이 없다. 결국 외부의 도움이 필요한데, 일각에선 한 외부 기업이 승강기를 설치하려 했으나 기술력 부족으로 건물의 수직 각도가 맞지 않는 바람에 철수했다는 소문까지 있다”고 덧붙였다.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