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거녀로 추정되는 여인과의 ‘기념사진’(왼쪽). 유영철이 직접 그린 것으로 보이는 스케치. | ||
벌이가 일정치 않았음에도 유씨의 방에는 대형 TV, 최신형 컴퓨터, 냉장고, 옷장, 침대, 책꽂이, 싱크대, 화장대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가구들은 거의 원룸에서 제공하는 것들이었다.
특히 유씨는 스캐너와 컬러 프린터로 가짜 경찰신분증을 만드는 데 이용했다. 미술적 소질이 뛰어난 유씨는 교도소에서 배운 포토샵과 워드 프로세서 실력을 발휘해 감쪽 같은 위조 신분증을 만들어냈다.
유씨는 형 결혼식 때의 가족 사진과 친구들 사진을 목록별로 정리해서 필름채 정리해놓고 있었다. 또한 ‘사진 속의 사랑’이라는 제목의 자작시에서는 ‘온 가족이 모였었던 순간이었습니다. 모처럼 많은 대화 나누며 웃을 수 있었던 자리였습니다. 너무나 행복해 그 순간을 사진 속에 담았습니다’라고 쓰고 있었다.
▲ 욕실 천장에 남아있는 핏자국. | ||
유씨의 치밀한 성격은 유씨가 그간 모아놓은 스크랩들을 통해 알 수 있다. 스크랩북에는 부동산, 건축, 기계, 컴퓨터, 패션, 음악, 미술 등 다양한 관심분야의 자료들이 꼼꼼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또한 유씨가 직접 스케치한 그림들은 전문가 수준의 정밀성을 보여주었다. 유씨가 그린 칼과 가위, 총 등의 사물은 마치 실제물건처럼 사실적이었다. 유씨가 잡지에 나온 여자의 사진과 만화의 여주인공을 묘사한 그림들도 수준급이었다.
싱크대와 냉장고 안에는 라면, 계란, 햄, 야채 등이 가지런하게 정리정돈되어 있었다. 욕실 또한 토막살인사건의 현장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고 가지런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다만 천장에는 미처 씻지 못한 희미한 핏자국이 남아 있었다.
유씨는 예전 동거녀와의 추억을 잊지 못하는 듯 동거녀에게 사주었던 것으로 보이는 인형들과 장식물들을 냉장고와 화장대에 진열해 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