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장은 이춘희 새정치 후보(왼쪽)가, 인천시장은 유정복 새누리 후보가 현역시장을 누르고 당선됐다. 사진출처=각 후보 홈페이지
“(개표 진행이) 정말 사람 잡네요.”
지난 4일 저녁, 부산시장에 출마한 무소속 오거돈 후보 캠프 관계자가 박빙의 개표 진행 상황을 두고 한 말이다. 노무현 시절 해양수산부 장관을 역임한 오거돈 후보는 지난해 말 각종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의 텃밭 부산에서 ‘야풍’을 불러일으키며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에게도 러브콜을 받았던 오 후보가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합당에 입당을 거절하자 결국 새정치민주연합은 김영춘 후보와 단일화를 추진하면서 오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오 후보는 여론조사에서도 새누리당 후보보다 앞서거나 엇비슷한 지지율을 보이며 약진했다. 지난 5월 26~28일 이틀간 SBS와 MBC가 공동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 36.9%, 무소속 오거돈 후보 39.8%로 지지율이 앞섰다. 선거 당일 방송 3사(SBS KBS MBC) 출구조사에서는 서 후보가 오 후보를 3.6%p 앞섰지만 같은 시각 JTBC가 발표한 예측조사에서는 오 후보가 서 후보를 7.4%p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승리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새누리당 텃밭의 벽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개표 결과에서는 오 후보가 49.3%, 서 후보가 50.7%를 받으며 1.4%p의 차이로 아쉽게 고배를 마셔야 했다.
야당의 ‘전략공천’으로 한바탕 시끄러웠던 광주광역시에서도 예상과 다른 결과가 펼쳐졌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안철수 대표 측인 윤장현 후보가 전략공천을 받으면서 현직 시장인 강운태 후보와 광주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 이용섭 후보는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이용섭 후보의 경우 의원직을 사퇴하고 강운태 후보와의 단일화로 강 후보를 돕는 초강수를 뒀고 당내에서도 박지원 손학규 등 중진급 인사들이 전략공천에 반대하면서 광주 민심에 대한 향방은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도 현직인 강 후보가 높은 지지율을 보이며 상대적으로 ‘신인’인 윤 후보보다 유력하거나 두 후보 간 박빙의 승부로 예측됐다. 하지만 실제 개표결과에서는 윤 후보가 57.9%로, 31.8%를 받은 강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리며 당선증을 거머쥐었다. 안철수계 인사 중 유일한 광역단체장 후보였던 윤 후보의 승리에 대해 안 대표도 “광주의 민심이 새로운 변화를 선택해주셨다”고 소감을 전했다.
보수 지지층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충청도와 강원도도 박빙의 대결 끝에 현직인 야당 후보들이 당선됐다. 충청권의 경우 고령화된 인구 등의 지역 특성으로 보수 지지율이 높은 편이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후보로 보수표가 나뉘면서 야당 후보들에게 자리를 내줬던 경험이 있는 만큼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이번에 ‘탈환’해야 할 주요 지역이기도 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치열한 접전에도 충청권과 강원도 모두 새정치민주연합에 내줬다. 특히 충북도지사 선거 개표결과 새정치민주연합 이시종 후보는 49.8%의 지지율로, 윤진식 후보의 47.7%보다 2%p 더 얻으며 재선에 성공했다.
최문순 당선인
최 후보는 최대한 네거티브 전략을 쓰지 않는 방법을 택했고 새누리당 후보가 유리한 지역인 만큼 캠프 내부에서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고 한다. 최 후보의 캠프 관계자는 “최문순 후보가 워낙 도정 지지율이 높아서 새누리당 쪽에서도 중량감 있는 후보가 거론됐지만 최흥집 후보는 상대적으로 지역에서 지지도가 낮았던 인물이었다”며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최문순 후보가 새누리당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이기는 것으로 나왔으나 캠프에서는 진다고 생각하고 치열하게 선거에 임했다”고 전했다.
수도권에서는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여당에 ‘책임론’이 나오며 여당 후보들의 승패 여부가 국민들의 관심으로 떠올랐다. 지방선거 직전 서청원 김무성 윤상현 등 여당 핵심 의원들은 “도와달라”며 국민들에게 호소했고 박영선 원내대표를 비롯한 야당 측은 ‘정권심판론’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여당은 경기도지사, 인천시장, 안산시장 등의 선거에서 승리하거나 박빙의 승부를 보이면서 세월호 참사로 인해 지지율이 대폭 하락할 것이라는 기존의 예측을 뒤엎었다.
경기도지사의 경우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후보가 51%,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가 49%로, 김진표 후보가 근소하게 앞섰고 JTBC 조사에서는 남경필 후보가 52.5%, 김진표 후보가 47.5%로, 남경필 후보가 앞서며 박빙의 대결을 보였다. 실제 개표과정에서도 두 후보는 막상막하의 대결을 펼쳤고 남 후보가 50.4%로 49.6%의 득표율을 보인 김진표 후보를 0.8%p 앞서며 승리했다.
인천지역에서는 인천시장에 도전한 새누리당 유정복 후보가 청와대 개입 논란에도 당선되는 이변을 겪었다. ‘친박’으로 분류되는 유정복 후보는 공식 일정인 한국노총중앙위원회 임원과의 면담 자리에 청와대 비서관과 동석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여기에 현직인 새정치민주연합 송영길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앞서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개표결과 유정복 후보 50%, 송영길 후보 48.2%로 1.8%p 앞서며 유 후보가 당선됐다.
단원고등학교가 있는 안산시장은 결국 야당 후보가 당선됐지만 전략공천 논란으로 현역인 김철민 안산시장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야당 표가 나뉘면서 제종길 후보가 새누리당 후보와 1.6%p 차이로 신승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후보 분열로 내부가 시끄러울 동안 새누리당은 세월호 정국을 감안해 갈등 없이 공천을 진행한 가운데 30% 정도에 해당하는 충청도 출신의 부동층을 사로잡기 위해 충청 출신이자 실무 능력을 갖춘 관료를 지낸 조빈주 후보를 내세우며 전략적으로 움직였다.
결국 새정치민주연합 제종길 후보는 39%, 새누리당 조빈주 후보는 37.4%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간발의 차로 승패가 결정됐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
아들딸이 선거판 ‘들었다놨다’ 때론 뭉클하게 때론 당돌하게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후보 자녀들의 활약이 도드라졌다. 대구의 김부겸 후보, 부산의 오거돈 후보, 안산의 제종길 후보, 강원도의 최문순 후보, 서울시 교육감에 도전한 조희연 후보 등은 자녀의 열성적인 응원 덕을 봤다.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의 친딸인 탤런트 윤세인 씨가 부친의 선거 유세를 적극 도왔다(왼쪽). 최문순 강원지사·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인도 자녀들의 열성적인 응원 덕을 봤다. 사진출처=각 후보 페이스북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는 친딸인 탤런트 윤세인(본명 김지수) 씨가 적극적으로 유세를 도왔다. SBS 드라마 <잘 키운 딸 하나>에 출연한 윤세인 씨는 ‘아빠를 부탁해요. 김부겸 딸 윤세인’이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거리 유세에 나섰다. 그는 아버지와 함께 대구시에서 거리 유세부터 시작해 대학가에서는 20대를 향해 투표 참여를 독려하면서 젊은 층의 표심을 끌어 모았다. 부산시장에 도전한 오거돈 후보의 딸 오현정 씨는 피아니스트답게 아버지를 위한 자작곡을 만드는 정성을 보였다. 오현정 씨는 자작곡 ‘꿈을 찾아’라는 곡을 불러 아버지를 응원했고 해당 곡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와 유세 로고송으로 사용됐다. 제종길 최문순 조희연 후보 등의 자녀는 젊은 감성에 맞게 온라인상에서 활약했다. 강원도지사 재선에 성공한 최문순 후보는 둘째딸 예린 양과 TV토론회에 함께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또한 최 후보의 두 딸은 유튜브에 ‘우리 아빠는 강원도 영업사원’이라는 UCC(자체제작영상)를 올리며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서울시교육감에 당선된 조희연 후보와 안산시장에 당선된 제종길 후보의 자녀는 거리 유세는 물론 다음 아고라에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글을 올려 화제를 모았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후보의 둘째 아들인 조성훈 씨는 다음 아고라 청원 게시판에 “아버지의 이름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되고자 외람됨을 무릅쓰고 글을 올린다”며 아버지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제종길 후보의 딸도 다음 아고라 글을 통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이야기와 아버지에 대한 글을 남기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제종길 후보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딸이 유세하는 사진을 게재하며 부녀간 돈독한 애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반대로 자녀들 때문에 곤욕을 치른 후보들도 있었다. 새누리당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는 아들이 페이스북에 남긴 글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정 후보의 막내아들은 SNS에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미개한 국민’이라는 글을 올려 논란이 일었다. 고승덕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초기 지지율이 높았지만 미국에 살고 있는 딸의 폭로가 논란을 일으켰다. 미국에 사는 고희경(캔디 고) 씨는 자신의 SNS에 “아빠는 자신의 자녀들 교육에 대해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다”며 교육감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고 후보의 지지율은 급락하며 고배를 들어야 했다. 한 정치 컨설턴트는 “과거에는 선거에서 후보들의 유세 활동이나 공식적 지지 활동은 주로 부인들의 영역이었다”면서 “최근에는 광역단체장이나 국회의원 등 주요 선거에 후보들의 자녀가 전면에 나서는 경우가 많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것도 하나의 변화라 볼 수 있다. 하지만 고승덕 후보 경우처럼 자녀가 나서서 부모를 폭로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영] |
여야 텃밭 ‘풀뿌리의 반란’ 광주 구의원 ‘새누리’ 당선 이변 여야의 텃밭인 부산과 광주에 ‘풀뿌리 반란’이 일어났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부산은 노무현 정부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이었던 오거돈 후보가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와 1.4%포인트 차이로 지는 등 새누리당 후보의 턱밑까지 추격했다. 그동안 부산은 새누리당의 텃밭이기도 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과 시장직을 도전했던 곳이자 현재 조경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지역구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박삼용 당선자 하지만 부산의 ‘풀뿌리’, 기초의회는 달랐다. 북구의 경우 전체 구의원 11석 중 6석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로 뽑혀 ‘여소야대’가 형성됐다. 앞으로 의장도 야당이 맡게 된다. 부산 기초의회에서도 야당 의원의 수가 과반을 넘기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다. 북구에서는 제5회 지방선거 때 민주당 소속 구의원 3명, 민주노동당 구의원 1명뿐이었다. 제4회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 구의원은 1명뿐이었다. 이외에 이번 지방선거에서 남구에서는 구의원 13명 중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은 6명에 달했고 금정구에서는 11명의 구의원 중 5명의 구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었다. 과반은 이르지 못했지만 의미 있는 수치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종북 논란’에도 불구하고 부산 연제구에서는 통합진보당 노정현 구의원이 당선돼 눈길을 끌었다. 풀뿌리의 이변은 야당의 텃밭인 광주에서도 있었다. 광주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적 특수성으로 인해 현 여권이 지지를 받지 못해온 곳.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새누리당 소속 구의원이 최초로 당선돼 화제를 모았다. 주인공은 광주 광산구 가선거구에 출마한 새누리당 박삼용 당선인으로 20%가량의 득표율을 얻으며 새정치민주연합 정병채 후보에 이어 2등으로 당선됐다. 박 후보는 무소속으로 구의원을 지내다가 지난 2012년 새누리당에 입당했다.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