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에서 줄곧 뒤지던 윤장현 새정치민주연합 광주시장 후보가 실제 선거에서는 강운태 무소속 후보(현 시장)를 압도적인 표차로 눌렀다. 안철수 공동대표와 유세 중인 윤 후보(왼쪽사진)와 이용섭 전 후보와 함께 개표 결과를 확인하는 강 후보. 연합뉴스
지난 4일 오후 6시 투표종료와 함께 KBS MBC SBS 등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예상대로 여야가 접전지를 중심으로 팽팽히 맞선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 3사 출구조사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전국 시·도를 이끌어갈 수장을 100% 정확히 예측했다. 아무래도 17곳의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출구조사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6·4 지방선거 3사 출구조사가 발표되자 후보자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출구조사에서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새정치연합)이 각각 5곳에서 우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새누리당은 대구(권영진) 울산(김기현) 경북(김관용) 경남(홍준표) 제주(원희룡) 등 5곳에서 우세했고, 새정치연합은 서울(박원순) 광주(윤장현) 세종(이춘희) 전북(송하진) 전남(이낙연) 등 5곳에서 우위를 점했다.
오차범위 이내 접전 지역은 인천 경기 부산 강원 대전 충남 충북 등 7곳에 달해 여야가 팽팽히 맞섰다. 특히 출구조사에서 접전으로 나타난 지역은 개표가 시작된 지 9시간이 지나도록 당선 유력 후보를 가늠할 수 없어 후보들은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투표를 마친 시민들이 방송 3사의 출구조사에 응하고 있다. 사진제공=KBS
결과적으로 방송 3사 출구조사는 득표율의 차이는 있었지만 17곳 중 16곳의 시·도지사 선거 결과를 맞혀 94%의 정확도를 보였다. 방송 3사 출구조사와 개표결과가 정반대로 뒤집힌 곳은 단 한 곳 경기도였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는 김진표 새정치연합 후보(51%)가 남경필 새누리당 후보(49%)에게 2%p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정 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실제 투표에서도 초반부터 초접전을 벌였던 두 후보는 남 후보가 50.4%의 득표율을 얻으면서 49.6%를 얻은 김 후보를 불과 0.8%p 차로 물리치면서 ‘살 떨리는’ 승리를 거뒀다.
6·4 지방선거 출구조사에서는 그동안의 주요 여론조사 판세를 뒤집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특히 고등학교·대학교 1년 선후배 사이의 대결로 눈길을 끌었던 대전지역 박성효 새누리당 후보와 권선택 새정치연합 후보는 출구조사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서울신문>, <중앙일보>, SBS TV의 여론조사에서 줄곧 앞서던 박 후보가 출구조사에서 권 후보에게 근소하게 뒤지는 것으로 발표된 것. 접전 끝에 후배인 권 후보(50.1%)가 선배인 박 후보(46.8%)를 3%포인트 이상 차이로 따돌리면서 당선을 확정지었다. 여론조사는 틀린 반면 출구조사는 정확한 예측을 한 것이다.
광주광역시장 선거에서도 윤장현 새정치연합 후보가 그동안의 여론조사 결과와 달리 출구조사에서 강운태 무소속 후보와 큰 격차를 보였다. 실제 투표에서 윤 후보가 고전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방송 3사 출구조사결과 59.2%의 예상 득표율로 강 후보(31.6%)를 크게 앞섰다. 초반 안철수 새정치연합 공동대표의 전략공천으로 논란이 됐던 윤 후보는 개표결과 57.9%의 득표율로 압승을 거두면서 안 대표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 입증됐음을 나타냈다.
세종시 이춘희 새정치연합 후보도 여론조사 예상을 뒤엎고 출구조사에서 유한식 새누리당 후보를 크게 앞섰다. 이 당선자는 초반 여론조사에서 유 후보에게 크게 밀렸지만, 세월호 참사 당시 유 후보의 폭탄주 술자리 참석으로 인한 파문이 일면서 점점 격차를 줄이기 시작했다. 결국 출구조사에서 유 후보를 처음으로 앞선 이 후보는 최종 개표 결과 57.8%를 획득하면서 42.2%를 얻는 데 그친 유 후보를 물리치고 새로운 세종시장으로 당선됐다.
출구조사 적중률이 비교적 높게 나타난 반면 사전 여론조사 결과는 실제 투표 결과와 큰 차이를 보였다는 평가다. 특히 인천 지역의 여론조사는 실제 투표 결과와의 차이가 두드러졌다. 접전이 예상됐던 유정복 새누리당 후보와 송영길 새정치연합 후보의 사전 여론조사는 5월 한 달간 24번의 여론조사가 진행됐다.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23(송영길):1(유정복)로 송 후보가 압승을 거둔 바 있다. 하지만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유 후보(49.4%)가 송 후보(49.1%)를 근소한 차로 앞서면서 대 이변이 발생했다. 결국 송 후보는 실제 개표에서 48.2%의 득표율에 그쳐 50.0%의 득표율을 얻은 유 후보에게 인천시장 자리를 내주게 됐다.
무소속 후보 열풍이 거셌던 부산시장 여론조사에서는 오거돈 무소속 후보가 높은 지지율을 보이면서 서병수 새누리당 후보의 아성을 위협했다. 오 후보는 <조선일보> <한겨레> <중앙일보> 방송 3사의 여론조사에서 서 후보보다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선거 당일 출구조사에서 서 후보가 오 후보에 3.6%p 앞선 51.8%의 예상득표율을 보인 뒤 실제 개표에서 줄곧 오 후보를 2~3%p 앞섰다. 결국 서 후보는 50.7%의 득표율로 49.3%의 득표율을 보인 오 후보를 눌러 부산시장에 당선됐다.
KBS 개표방송. 출구조사 결과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성공회대 최진봉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6·4 지방선거 여론조사와 관련, “부동층이 많을수록 여론조사 결과가 빗나간다. 이번 선거에서는 세월호 참사 이후 부동층의 숨어있는 표심이 선거결과에 많은 작용을 했다고 본다”며 “여당 지지세력이 강한 충남과 부산에서 야당 후보가 선전한 이유도 세월호 참사 이후 민심의 변화가 표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도 이에 대해 “인천 경기 충북 강원 지역에서 여권 표심이 5%p 이상 숨겨져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 강세지역으로 분류됐던 세종 대전 경우에는 숨겨진 야권 표심이 드러났다. 여든 야든 언더독 효과(승자 쪽에 표가 쏠리는 밴드왜건과 달리 열세인 쪽에 표가 몰리는 동정론)가 많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전투표 직전 안대희 전 총리 지명자가 낙마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40% 중후반까지 떨어졌다. 사전투표에 임했던 투표자들의 민심과 박 대통령 지지율이 회복되던 시점인 지난 4일 투표를 했던 민심의 온도 차이가 있었다. 그런 차원에서 여론조사를 예측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
‘빅데이터 분석’ 아시나요 구글 검색만 해도 당선자 알 수 있다 지난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흥미로운 자료가 발표됐다. 유권자를 상대로 전화면접 등을 통해 선거의 판세를 예측하는 여론조사와 달리 단순한 구글 검색만으로 선거 결과를 예측한 분석 자료였다. 시사 전문 블로그 ‘아이엠피터’는 후보자를 검색창에 넣고 검색 결과의 숫자가 누가 더 많은지, 즉 ‘관심도’를 읽는 방식을 사용해 6·4 지방선거 17곳의 광역단체장 판세를 분석했다. 결과는 경기 제주 경남 경북에서 새누리당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정치민주연합(새정치연합)은 서울 인천 세종 충남 충북 전북 전남 강원 대구에서 우세했다. 부산과 광주는 무소속 후보에게 관심도가 높은 것으로, 대전은 경합을 벌일 것으로 예측했다. 구글 검색 방식을 토대로 한 판세결과는 실제 개표결과와 비슷했다. 구글 검색을 통한 예측에서는 부산 오거돈 무소속 후보, 대구 김부겸 새정치연합 후보, 광주 강운태 무소속 후보의 당선이 예상됐지만 이 세 곳의 실제 개표 결과는 구글 검색을 통한 예측과는 빗나갔다. 하지만 구글검색은 17곳 중 14곳의 판세를 예측해 17곳 중 12곳의 판세를 예측한 여론조사보다 다소 높은 적중률을 보였다. 하지만 구글 검색 방식은 단순한 검색 숫자를 보여 준다는 것과 동명이인이 있을 경우 검색 숫자가 합산된다는 점, 선거 기간 외의 검색도 누적 합산돼 표시된다는 오류가 있다. 실제로 빅데이터나 소셜분석은 방대한 정보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가 갖고 있는 대표성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인터넷에 노출된 정보나 검색빈도 자체를 지지율이나 호감도로 생각하면 큰 오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성공회대 최진봉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빅데이터를 여론조사에 접목할 때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이 표본의 정확성 문제다. 빅데이터를 통한 여론분석은 휴대폰과 인터넷을 사용하는 빈도, 사는 지역, 연령대에 따라 소외되는 표본이 나타날 수 있다. 표본 선택이 잘못되면 전체의견도 정확하지 않게 읽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빅테이터를 활용한 여론분석의 강점은 질문에 따라 응답자의 답이 바뀔 수 있는 일반 여론조사에 비해 이용자의 무의식적인 본심을 분석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자발적, 무의식적으로 쌓인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면 여론의 흐름을 더욱 정교하게 짚어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부동층은 여론조사에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시하지 않는다”며 “SNS는 활발한 자기의사 소통의 통로다. SNS에는 자신의 의견과 고민이 드러난다. 앞으로 빅데이터 분석을 여론조사에 사용해야 하는 것은 맞다.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표본을 수용할 수 있는 방법이 해결된다면 여론조사와 빅데이터 분석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여론을 더 정확하게 읽을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