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디션 최적화!!
새로운 전술을 마련하는 건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선수들이 대표팀에 소집될 때마다 항상 밝히는 “우리의 플레이를 제대로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은 틀리지 않다. 이미 큰 밑그림도 그려놓았다. 전체적인 전술은 완성시킨 상태에서 지금은 개개인의 움직임 정도를 좀 더 보강하는 차원이다.
미국 마이애미에서 몸 만들기에 나섰던 대표팀이 브라질에 입성한다. 브라질은 경기가 열리는 도시별로 기온 차이가 나 컨디션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오히려 컨디션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게 필요하다. 그야말로 천양지차의 기후를 오가야 할 대표팀이다. 대한축구협회가 장거리 원정 때마다 공수하는 먹을거리는 얼마간 해결됐어도 현지 날씨는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그저 모자람 없이 철저히 준비하는 게 할 수 있는 전부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월드컵 본선이 열리는 6월 무렵의 브라질 평균기온은 도시와 지역별로 제각각이다. 이구아수는 섭씨 17도 선으로 한국의 가을 날씨에 가깝다. 그런데 오전과 오후는 또 다르다. 아주 드문 일이기는 해도 새벽녘 영하까지 떨어져 작년에는 얼어 죽은 사람이 있다는 것이 현지 교민의 이야기다. 브라질 호텔에는 특히 난방 시설이 잘 구비돼 있지 않아 선수들이 몸살 감기 등으로 고생할 수 있다.
이구아수와 알제리와의 2차전이 열릴 포르투알레그리, 벨기에와 3차전이 열릴 상파울루 등과 날씨는 비교적 비슷한 편이지만 문제는 쿠이아바다. 한낮 기온이 섭씨 30도를 웃돌 수 있다. 대표팀은 4년 전 남아공 대회 때와 마찬가지로 옷가지들을 엄청나게 챙겨갔다. 현지에서 대표팀 복장은 구할 수 없기 때문에 동계용과 하계용을 고루 가져갔고, 온열매트도 별도로 구입했다. 2012 런던올림픽 때도 올림픽 ‘홍명보호’는 웨일스와 영국 북부 뉴캐슬 등 다양한 도시들을 오가는 것에 대비해 온열매트를 따로 가져갔다.
지난 1월 이구아수에서 수영으로 몸을 푸는 선수들. 연합뉴스
여기에 풍토병도 주의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황열병이다. 주로 중남미와 아프리카에서 흔히 발견되고 주로 모기를 통해 감염되는 이 질병은 발열과 두통이 대부분이지만 심하면 자칫 사망할 수도 있다. 대부분 선수들은 예방접종을 마친 상태이지만 이밖에도 낯선 과일 등의 섭취로 인해 설사와 복통, 장염 등에 시달릴 수도 있어 대표팀은 건강관리에도 철저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도핑 문제도 상당히 민감한 부분이다. 이미 FIFA는 브라질월드컵에 앞서 ‘도핑과의 전쟁’을 일찌감치 선포했다. 지금껏 해온 것처럼 혈액과 소변 샘플을 채취해 기본적인 약물테스트를 하지만 이번에는 경기별 변화 추이까지 살펴 과거의 약물 복용까지 철저하게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심지어 멕시코 대표팀은 ‘붉은색을 띠는 육류섭취’를 금지했는데, 이는 과거 북중미 골드컵에서 쇠고기를 섭취했다가 불법 약물 성분이 검출되는 홍역을 겪었던 탓이다. 특히 FIFA는 참가국 선수단 전원이 적어도 한 번 이상은 검사를 받게 할 계획이라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야 한다. 다행히 대표팀은 송준섭 주치의(서울 제이에스병원 대표원장)를 통해 어지간한 FIFA의 금지 약물 목록을 확보한 상태다. 송 박사는 “작은 비타민 영양제도 선수들에게 보고하라고 당부해왔다. 감기약처럼 가벼운 약은 물론, 보양식을 섭취하는 것도 위험할 수 있다. 특히 호르몬 변화를 일으키는 제품은 더욱 그렇다. 모든 약물은 선수들이 자율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태극전사들은 열공 중
대표팀의 일과는 상당히 단조롭다. 먹고 자는 일을 제외하고도 국내에서도, 해외에서도 팀 훈련이나 공식 인터뷰 등 공식적으로 부여된 스케줄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휴식으로 짜여져 있다.
선수들은 공부도 꼭 필요하다. 대표팀은 소집될 때마다 상대국 관련 영상은 물론, 상대국 선수별 움직임과 플레이 특성을 요약 정리한 자료를 선수 개개인에게 배포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훨씬 양이 많아졌다. 물론 선수들에게 혼란을 주지 않기 위해 결전 시기에 맞춰 1개국씩 자료를 분리 배포하지만 아무래도 연구할 ‘꺼리’가 많다. 단순한 A매치 평가전이 아닌, 월드컵 본선이다. 덕분에 대표팀과 모든 동선을 함께하는 비디오분석관의 업무량이 엄청나다.
선수들은 팀 훈련 이외에 각자 부족한 훈련량을 채우기 위해 호텔 피트니스센터나 수영장 등지에서 몸을 푸는 것과 별개로 각자 방에서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임무와 상대 선수들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며 시간을 보낸다.
심리적인 안정도 필수다. 벌써 한국을 떠난 지 많은 시간이 흘렀다. 공교롭게도 H조에서 16강 진출을 놓고 겨룰 러시아, 벨기에가 해외 원정이 아닌 자국에서 컨디션을 조절하는 방식을 택했다. 장거리 원정이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에게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반면 한국과 알제리는 달랐다. 홍명보호도 월드컵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많이 소집된 건 아니지만 사전 적응이 필요하다는 의지가 강했다. 한국은 마이애미, 알제리는 스위스에서 먼저 몸 만들기에 나섰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결전에 대한 부담으로 심리적으로 지쳐있을 수도 있다. 제 아무리 대표팀 스태프나 코칭스태프가 편하게 대해준다고 하더라도 다를 수밖에 없다.
몇몇 선수들은 틈날 때마다 각자의 방식으로 마인드 컨트롤을 한다.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정평이 난 김신욱(울산 현대)은 성경책 읽기와 기도로, 일부 선수들은 미리 준비한 책을 읽거나 인터넷을 통해 유쾌함과 감동을 주는 영상이나 글을 찾아보며 마음을 안정시킨다.
미국 마이애미에서 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 FIFA는 공식 파트너, 월드컵 스폰서, 브라질 현지 스폰서 외에 각국 후원사가 노출되는 것을 엄격하게 통제한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규정 숙지도 필수
월드컵은 평소 선수들이 경험하는 무대와는 차원이 다르다. 하나부터 열까지 체크 대상이 쏟아진다. FIFA는 특히 마케팅 후원사의 권익을 중시한다. FIFA의 공식적인 파트너는 6개 업체. 여기에 월드컵 스폰서로 8개 업체가 추가되며 브라질 현지 월드컵 스폰서가 6개 업체까지 늘어난다. 라이선스를 취득한 것도 2개 업체. 특히 월드컵경기장과 공식 기자회견장, FIFA 지정 별도의 공식 장소(연회장 및 방송센터) 등에서 다른 스폰서가 노출되는 걸 극히 민감하게 본다. 베이스캠프와 도시별 팀 훈련장, 팀 호텔 등지에서는 제한적으로 각 국의 후원사가 노출될 수 있지만 그 이외의 지역에서는 굉장히 엄격하게 통제한다.
대표팀은 이미 선수들에게 스폰서 노출을 최소화할 것을 요구했다. 축구화처럼 특수한 장비는 어쩔 도리가 없지만 다른 부분은 거의 인정하지 않는다. 심지어 선수들이 훈련 및 경기 전후로 귀에 착용하는 헤드폰이나 휴대폰까지 가급적 외부로 반출하지 않을 것을 요청했다. 물론 모든 장비와 용품에 상업적인 문구를 새기거나 종교 및 정치적인 문구를 새기는 것도 금지다. 심지어 FIFA는 간접 스폰서 노출 등을 우려해 올해 2월 출전국 팀 매니저 미팅을 통해 각 국 축구협회에 선수들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활동을 제한해줄 것을 요청했다.
선수들은 별도의 대회 규정도 숙지해야 한다. 파울이 특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징계범위 역시 다양하다. 시뮬레이션 액션으로 인한 경고는 무려 1200만 원짜리다. FIFA는 1만 스위스프랑을 벌금으로 부과하기로 했다. 상대를 홀딩하는 행위로 인한 경고는 900만 원이다. 7500스위스프랑이다. 역시 경고누적에 의한 퇴장은 추가로 900만 원이 부과되며 직접 퇴장시에도 900만 원이다. 시뮬레이션 액션에 가장 높은 벌금을 매긴 건 그만큼 심판의 눈속임 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벌금 대상이 선수들만 향하는 건 아니다. 팀 전체도 대상이다. 임원과 선수 등 팀 관계자들이 처음 5명 이상 징계를 받았을 경우, 1만 5000스위스프랑(약 1800만 원)이 떨어진다. 최초 5명 이후 추가 징계자가 발생하면 한 명이 추가될 때마다 3000스위스프랑(약 360만 원)이 추가되며 동일한 잘못이 반복된다면 한 번 반복될 때마다 5000 스위스프랑(약 600만 원)을 감수해야 한다.
대표팀 관계자는 “월드컵은 처음부터 끝까지 돈이다. 자신들의 이권에 침해가 된다면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 과거 대회에서는 어느 정도의 앰부시 마케팅(‘매복’이란 뜻으로 교묘히 규제를 피해가는 마케팅)이 통용됐는데, 브라질월드컵에서는 제재 조치가 훨씬 강화됐다”며 혀를 내둘렀다.
브라질 이구아수=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
월드컵은 남는 장사 홍명보호 8강 땐 156억 쥔다 홍명보 감독 등 코치진이 지난 5월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하기 위해 출국하는 모습.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FIFA가 정한 벌금 규정이나 징계 규정이 많다고는 해도 월드컵 출전국들은 그만큼 많은 돈을 확보할 수 있어 이 정도는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 월드컵이라는 무대에 출전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금전적인 보상이 후하다. 32개 모든 팀들은 이미 참가준비금으로 150만 달러(약 15억 원)를 확보했다. 이는 시작일 뿐이다. 조별리그에 참가하면서 대한축구협회는 추가로 800만 달러(약 88억 원)를 챙겼다. 지난 대회와 동일한 액수이지만 환율 문제로 3억 원가량이 손해났지만 큰돈임에는 틀림없다. 축구협회는 올 초 1월 브라질-미국으로 이어지는 동계 강화훈련을 진행하면서 약 10억 원 이상의 비용을 들였다. 특히 북미 지역을 오가는 항공료 액수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금액이 훨씬 불어났지만 이 역시 월드컵을 생각한다면 결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라는 의미다. 그런데 여기까지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을 때의 상황이다. 월드컵 16강 진출은 더욱 많은 돈을 보장한다. 900만 달러(약 99억 원)가 주어진다. 특히 8강 이상에 입성하면 액수는 훨씬 큰 폭으로 불어난다. 1400만 달러(약 156억 원)가 주어진다. 홍명보호가 목표대로 8강 진출을 확정하면 선수들에게 그만큼 돌아가는 상금 액수도 많을 수밖에 없다. 참고로 4위 이상은 2000만 달러(약 220억 원), 3위는 2200만 달러(약 242억 원)가 주어지며 결승전 진출은 2500만 달러(약 275억 원), 우승은 3500만 달러(약 385억 원)를 받게 된다. 전 대회와 비교한다면 8강까지는 브라질 대회가 동일하지만 4강 이상부터는 최소 100만~500만 달러까지 늘어났다. [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