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논란은 SBS가 지난 11일 8시 뉴스에서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이상희·이하 방문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MBC가 부동산 투기를 통해 천억원에 가까운 이익을 봤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는 내용을 보도하자, 곧바로 MBC가 다음날인 12일 SBS의 세습경영 논란과 족벌체제 등을 비판하는 기사를 통해 ‘반격’을 가하면서 쟁점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후 SBS가 지난 14일 MBC 비판 기사를 메인뉴스에서 3꼭지 연속으로 내보내자 하루 뒤인 15일 MBC가 뉴스데스크에서 무려 4꼭지를 할애해 SBS 세습경영과 족벌체제 등을 다시 집중적으로 보도, 방송계에서는 이번 보도전쟁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리기까지 했다.
SBS가 보도한 내용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제기한 의혹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MBC가) 10년 전 토지공사로부터 방송국 부지로 쓰는 것을 전제로 1만5천 평을 분양 받았지만, MBC가 실제 방송용으로 쓰게 되는 땅은 5천 평뿐이고, 나머지 만평에는 당초 계약 내용과는 달리 오피스텔과 상가가 들어설 예정”이라는 내용이다.
SBS는 “문광위 소속 의원들은 MBC가 이 사업을 통해 8백억원대의 시세 차익을 거뒀다며 방송국 용도로 쓰지 않으려면 땅을 반납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면서 “공영방송이 편법으로 부당한 이득을 취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다”이라고 지적한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의 발언 또한 인용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SBS는 “MBC ‘일산제작센터 땅 투기 의혹’ 보도는 국감에서 거론된 내용을 바탕으로 사실확인을 거쳐 보도한 것”이라며 “이 문제는 국감에서는 처음으로 제기된 만큼 기사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반면, MBC는 SBS의 이번 보도에 대해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어떤 의도를 가진 명백한 악의적 보도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MBC의 한 관계자는 “일산제작센터 문제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처음 언급되긴 했지만, 이미 감사원의 사전감사를 받은 사안”이라면서 “고양시청 또한 ‘용도변경 된 사실은 없다’고 밝힌 만큼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SBS의 이런 공세적 태도 이면에는 방송의 사유화 논란이 계속 제기되자 공영방송에 대한 흠집내기를 통해 화두를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면서 “최근 언론개혁 입법이 흐지부지 되고 있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지난 15일 SBS는 SBS노동조합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민성기·이하 SBS 비대위)를 통해 양사의 ‘상호비방보도’를 중단할 것과 함께 SBS의 추가보도를 막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지난 16일 SBS 기자협회가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SBS 기자협회는 “언론기관 사이의 건전한 상호 비판과 감시의 차원에서 시작된 SBS의 보도가 시청자의 권익을 무시한 감정싸움으로 변질된 측면이 있음을 인정하고 시청자에게 사과한다”고 밝혔다.
SBS의 이 같은 자제움직임은 현재의 ‘보도전쟁’ 국면이 계속될 경우 그동안 진행돼 왔던 ‘SBS 내부개혁 움직임’의 일정이 그만큼 연기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상당히 우려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SBS 비대위의 한 기자는 “이번 보도전쟁으로 인해 MBC와의 갈등국면이 장기화될 경우, SBS 내부개혁 논의는 그만큼 우선개혁 과제에서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면서 “그럴 경우 이 논의를 이끌어왔던 노조를 비롯한 ‘개혁주체들’의 입장이 매우 난처해지게 될 것이고, 추가보도를 막았던 비대위 또한 입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SBS는 MBC가 추가보도를 할 경우 비대위를 비롯한 노조 차원에서도 맞대응 보도를 막을 명분이 없다는 점을 들어, MBC에 더 이상의 추가보도는 자제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현재 MBC 내부에서는 이번 ‘보도전쟁’이 이전투구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점을 감안,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수준을 벗어나, 언론개혁 차원으로 끌어올려 방송의 사유화 등 SBS문제를 전면적으로 의제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전투구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보도전쟁’을 중단해야 한다는 반론이 맞서 있는 상태여서 아직 최종적인 결론은 내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까지는 언론개혁 차원에서 보도를 해야한다는 ‘원칙’에 보도국 기자들의 상당수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번 보도전쟁이 어떤 식으로 결론이 맺어질지 귀추가 주목되고있다.
MBC 보도국의 한 관계자는 “현재 MBC는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SBS 관련 기사를 내보낼 것인지, 아니면 언론개혁 차원에서 좀더 체계적으로 이 문제를 다룰 것인지 등에 대해 내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이번 ‘보도전쟁’이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MBC의 선택에 따라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MBC가 ‘보도전쟁’을 중단키로 결정을 할 경우 양 사의 ‘보도전쟁’은 일주일간의 ‘소동’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지만, 만약 MBC가 언론개혁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루기로 내부적으로 결정할 경우 그 파급력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MBC가 이를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시킬 경우 현재 지지부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열린우리당의 언론개혁 입법 움직임과 맞물리면서 사회적 의제로 부각될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다. SBS 또한 ‘MBC가 추가보도를 할 경우 맞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MBC가 어떤 결론을 내리느냐에 따라 ‘보도전쟁’의 국면 또한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민임동기 미디어오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