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의원과 서청원 의원이 새누리당 당권에 도전한 가운데 유권자는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2012년 5월 15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새누리당 대표선출 전당대회. 일요신문 DB
새누리당 전당대회 유권자 20만 명은 두 사람에게 표를 줄 수 있다. 최다 득표자는 대표최고위원이, 그 다음 순위의 4명이 최고위원이 된다. 여성은 꼭 1명이 최고위원이 된다. 현장 투표 70%, 여론조사 30%가 반영된다. 책임당원 15만 명, 일반 당원이 3만 명, 대의원 1만 명, 40세 이하 청년선거인단 1만 명이 유권자다. 지금까지 여의도 정가에서 돌고 있는 ‘표심’을 종합했다.
출마자가 다 나온 것은 아니지만 ‘2강 1중 나머지는 약체’ 구도다. 정치권 호사가들의 이야기도 그렇지만 여론조사 결과도 이런 구도를 반영하고 있다. 같은 계파의 후보가 많으냐, 적으냐가 큰 변수 중 하나로 꼽힌다. 서청원 의원 측이 같은 친박계인 김을동 홍문종 의원의 출마를 불편해하고 있다든지, 비주류인 김무성 후보 측이 김희정 의원이 출마해 친박의 표를 분산시켜줬으면 한다고 생각한다는 이야기는 이런 연유에서다.
청와대가 김희정 의원을 뽑아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앉히면서 나경원 의원의 전대 출마설이 퍼지고 있다. 당내 친박계가 주류이자 다수이기 때문에 친박계든 비박계든 후보가 많으면 김무성 의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과거 전당대회 출마 경험이 있는 의원실 관계자가 전한 말이다.
“후보가 많으면 조직력 있는 후보가 유리하다고들 하지만 지금 새누리당 전대 주자들의 조직력은 과거보다 아주 약하다. 서청원 후보가 산악회나 친박연대 때 사람들 등 다소 충성도 높은 지지군을 가지고 있다지만 대세로 흐르는 어떤 바람 앞에서는 큰 쪽수가 되진 못할 정도다. 계파색이 옅은 초선들이 더 나온다면 김무성 후보에게 아주 좋은 구도로 작용하게 된다.”
1인2표는 제도의 성격상 한 표는 될 사람이나 되어야 하는 사람에게, 즉 당대표에게 던지게 되고 한 표는 자기 지역구 출신에게 준다. 하지만 TK(대구·경북)에서는 전대 출마자가 없어 2표 모두 ‘자유표’다. 대신 TK가 PK(부산·경남) 후보에게는 표를 주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 6·4 지방선거 당시 부산 정치권이 부산 가덕도에서 중앙당 선거대책위원회 천막회의를 열었는데 영남권 신공항 가덕도 유치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부산이 가덕도를, 대구와 경북·울산·경남이 경남 밀양을 밀면서 영남권 분열이 일어났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을 뒤집고 백지화시켰다. 그 뒤 부산과 부산을 뺀 영남권은 완전히 남이 됐다. 주호영 당 정책위의장은 대구시당위원장 자격으로 최근 시·도당위원장 간담회장에서 부산 정치권에 크게 화를 냈다는 전언이다.
TK 지역 한 초선 의원은 “우리끼리 모이면 표를 우째야 하나 이야길 많이 하는데 아무래도 무대(김무성 별칭)에게 표를 줬다가는 지역 여론이 득달같이 달려들 것 같아 좀 지켜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TK가 새누리당 텃밭으로 타지역보다 당원 충성도가 높다는 것을 감안하면 김무성 의원에게는 신공항 이유가 악재로 작용하게 된다. ‘김무성 불가론’이다.
충청권 역할론을 내세운 이인제 의원의 완주냐, 기권 후 지지냐도 변수다. 정가 소식에 빠른 정보기관 관계자는 “6선의 이인제 의원으로선 당대표가 아닌 최고위원이 큰 명예가 아니다. 1등을 못할 바에는 오히려 후배들의 길을 막는다는 비판을 들을 수 있다”며 “그런데 이 의원이 빠지고 서 의원을 밀게 되면 구태로 찍혀 표를 잃을 수도 있다. 이 의원이 완주하면 충청권 표가 갈라진다. 그게 서청원 의원의 딜레마”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서청원 의원으로선 경기 화성에 출마한 그 순간부터 충청에서는 일종의 배신자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번 당대표가 20대 총선까지 가게 되면 공천권이 걸려 있다. 초선 비례의원 중 지역구를 엿보고 있거나, 차기 공천에 애달아하는 이들 사이에선 “누가 돼야 공천을 받을 수 있나”며 셈하고 있다고 한다. 절반 이상은 ‘의리’를 내세운 서 의원에게 마음이 가고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비주류인 김 의원이 당권을 잡는다면 대폭 물갈이에 나설 것이란 걱정에서다. 특히 서울 민심을 확인한 수도권 비주류 사이에선 자기 공천과 선거가 큰 걱정거리가 됐다.
갑작스런 변수는 개각이었다. 최경환 전 원내대표가 경제부총리로, 안종범 의원이 경제수석으로 가면서 다수 의원이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친박 주류, 핵심 실세만 잘나가고 나머지는 천대한다는 것이다. 정치권 동향에 밝은 여권 관계자는 “개털이 된 범박에서 뭉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이정현 전 홍보수석의 재보선 전략공천설까지 나오면서 ‘이건 문책이 아니고 영전이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정의화 국회의장 경선에서 이런 분위기를 읽을 수 있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국회의장 경선에서 정 의원은 참석 의원 147명 가운데 101표를 얻었다. 황우여 대표는 46표로 ‘더블스코어’ 이상 차이가 났다. 친박 핵심 사이에서 황 대표를 밀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계파에 관계없이 결집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정 의원은 친이계 비주류다.
김무성 서청원, 이른바 ‘빅2’의 단점은 일견 비슷하다. 차떼기정당, 정치자금법 위반 전력 등 서 의원에게는 검은돈 그림자가 따라다닌다. ‘당의 간판 이미지도 적절한가’가 가장 아픈 질문이다. 최근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선 김 의원 집안의 친일 내력, 족벌언론과 재벌과의 관계, 일부에선 딸의 대학교수 임용 외압 의혹 등이 피어나고 있다. 친박계 한 중진 의원은 최근 친박 내부 정서를 이렇게 전했다.
“김 의원이 차기 대권에 도전할 생각이 있다고 밝히면서 분위기가 많이 변했다. 대권 도전이라 함은 곧 미래권력인데 그런 사람을 당대표에 앉힌다면 현 정부의 레임덕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든 국정 동반자로 가야하는데 그게 어려운 사람에게 표를 줄 수 있겠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친박에선, 또 당원과 대의원들은 아무래도 국민여론보다는 대통령과의 관계를 더 중시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선우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