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재보선은 안철수 대표와 문재인 의원의 예비 당권 경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사진은 지난 4월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대책 위원장단의 첫회의 모습.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지금까지 확정된 7·30 재보선의 선거구는 총 14곳이다. 서울 동작을, 서대문을, 경기 김포, 수원을·병·정 3곳, 평택을, 충남 서산·태안, 대전 대덕, 광주 광산을,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나주·화순, 순천·곡성, 부산 해운대·기장갑, 울산 남구을 등이다. 6월 26일 대법원 판결에 따라 선거구는 2곳이 더해질 수도 있다. 가히 ‘미니 총선’이라 불릴 만하다.
새누리당은 이에 앞선 7월 14일, 전당대회가 치러진다. 황우여 전 대표는 지난 5월 14일부로 임기가 만료됐다. 현재 새누리당 대표는 공석인 셈이다. 전당대회 이후 새로운 당 지도부가 개편된다 하더라도 오는 7·30 재보선에 대한 당 리더십에 대한 평가는 촉박한 시간 탓에 무리가 있다. 그렇다고 이번 재보선을 두고 이미 자리에서 물러난 황우여 지도부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하지만 제1 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이번 재보선의 공천 과정과 결과는 고스란히 김한길·안철수 공동 지도부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로 연결된다. 여권과 승부를 내지 못한 지난 6·4 지방선거의 연장선이라는 의미가 덧붙여지는 이유다.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혁신모임(준)의 6·4 지방선거 평가에 패널로 참석한 조국 서울대 교수는 “결국은 7·30 재보선에서 결판난다. 여기서 이기는 쪽이 진짜 이기는 것”이라며 “서울 및 수도권, 그리고 호남에서 이겨야 하는데 이겨도 어떤 분으로 이기는가가 매우 중요하다. 시민들은 이를 정말 관찰하고 있다. 여기서 지면 ‘저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도 또 저렇구나’라는 얘기를 듣게 될 것”이라며 이번 7·30 재보선에 대한 야권 지도부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기는 과정도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번 7·30 재보선은 야권 중진들의 복귀 무대로 점쳐졌다. 실제 손학규 정동영 전 고문, 김두관 전 경남지사, 정장선 전 의원 등은 수도권 전략지역을 중심으로 이미 출마를 선언했거나 ‘당의 선택’이라는 전제조건 하에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
여기에 방점이 있다. 안철수 대표 입장에선 ‘개혁적 공천 과정’과 ‘좋은 결과’, 여기에 지난 지방선거 때 윤장현 광주시장 후보 전략공천과 같은 ‘진영 확장’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셈이다. 안 대표의 진영 확장은 결국 차기 당권, 더 나아가 자신의 종착지인 대권으로의 길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안 대표는 현재 신진과 중진의 적절한 분배로 한 걸음 물러선 입장이지만, 불과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중진들의 선공후사’를 요구했다. 사실상 중진들에 대해 ‘초강수’를 던진 셈이다.
현재 안철수 진영에서 재보선 출격이 예상되는 인물은 수도권의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 이계안 최고위원, 금태섭 대변인, 이태규 사무부총장, 호남의 김효석 조영택 전 의원,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 정기남 정책위부의장, 김철근 새정치전략연구소장, 이상갑 변호사 등이다. 여기에 전략적으로 부산에서 오거돈 전 부산시장 후보가 거론되기도 한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지금은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고 있는 중진들도 결국 출마에 대한 의지가 강해질 수밖에 없다. 한 정치평론가는 사석에서 “안철수 대표는 다른 대권주자와는 다르다. 새정치에서 비롯된 ‘개혁적 이미지’와 ‘선거에서의 좋은 결과’를 동시에 이뤄야 하는 부담이 있다”며 “이 둘은 현실과 이상이라는 상충되는 성격이다. 어쩌면 이번 7·30 재보선이 그의 리더십에 대한 첫 번째 시험대일 수 있다”고 뼈있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반대로 이제는 구주류로 명명되고 있는 친노 진영과 문재인 의원 입장에선 이번 7·30 재보선 결과에 따라 반사효과를 노려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친노 성향의 한 당직자는 “지난 대선 패배 이후, 당권은 비노 진영으로 넘어갔다. 이제야 당직 개편에 화합 인사라는 미명 아래 몇몇 친노 인사가 들어가긴 했지만, 이전까지 친노 진영은 당직에서 철저히 소외됐다”면서 “일찌감치 대권 재도전을 선언한 문재인 의원 입장에서는 적잖은 위기감으로 다가왔다. 이는 안철수 진영 합류 이후 더욱 두드러졌다”라고 지적했다.
내년 당권을 노리고 있는 야권 내 중립 성향의 한 중진 의원 측 인사는 이와 관련해 이렇게 말을 이었다.
“중요한 것은 결국 내년 당권 아니겠나. 아직 먼 얘기 같지만, 결코 먼 얘기가 아니다. 차기 당권은 차기 총선과 대선에 직결된다. 우리 역시 일찌감치 내년 당권을 준비하고 있지만, 직접 대권을 노리는 문재인 의원은 더욱 절박할 것이다. 만약 현재처럼 비노 진영의 당권이 계속된다면 그의 대권 도전은 쉽지 않다. 내심 오는 7·30 재보선에서 현 지도부의 실기를 기대하지 않을까도 싶다. 재보선의 결과도 결과지만, 그보다 공천 과정에서 개혁공천의 폭을 두고 현 지도부 내 잡음이 발생할 경우 자연스레 공은 문 의원에게 넘어올 수도 있다. 현재의 당 지도부 입장에선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겠지만, 문 의원 입장에선 오히려 기회다.”
예상보다 커져버린 선거판과 앞선 지방선거의 시원찮은 결과 탓에 이번 7·30 재보선은 무게감이 늘었다. 이를 앞둔 야권 내 두 잠룡의 머리는 복잡하다. 한 쪽은 칼을 쥔 지도부 입장에서 결과를 내야 한다. 다른 한 쪽은 이를 지켜보며 ‘다음’을 계산해야 하는 모양새다. 이번 재보선이 야권 차기 당권을 두고 진행되는 전초전 성격이 짙은 까닭이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