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밴드 활동을 감시하기 위해 주부들이 애용하는 PC버전 메인 화면.
40~50대 주부들이 삼삼오오 모인 자리에서 밴드 얘기를 꺼냈더니 너도나도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아는 사람은 동창 밴드 때문에 바람이 나서 이혼하게 생겼다’ ‘나도 밴드에 가입했다가 분위기가 이상해서 탈퇴했다’ ‘밴드는 불륜의 천국이다’ 등 자신의 경험담은 물론이고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까지 별별 사연들이 쏟아졌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 남편의 밴드 활동을 감시하는 법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컴퓨터도 할 줄 모르고 스마트폰도 다룰 줄 몰라서 남편이 밴드를 하는 줄도 몰랐지. 그런데 동서가 요즘은 남편 관리 잘해야 된다면서 밴드 보는 법을 알려줬어. 아니나 다를까 내 남편도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가입이 안 된 밴드가 없더라. 내가 못 볼 줄 알고 비밀번호도 안 걸어뒀던데 덕분에 감시가 수월해. 남편이 자면 보면 되니까. 아직까지 크게 문제될 만한 일은 없는 거 같아서 내버려두고 있어.” 가장 연장자인 50대 왕언니는 아직까진 조용히 휴대전화만 살펴보고만 있단다.
감시의 업그레이드 버전도 있었다. 남편과 치열한 눈치싸움을 하고 있다는 40대 주부는 “처음에는 당당하게 폰을 내놓으라고 해서 감시를 했는데 뭔가 대화창을 지우는 느낌이 딱 오더라. 주변 애들 엄마한테 물었더니 밴드 PC버전도 있다고 해서 요즘엔 그걸로 보고 있지. 남편에게 들킬까봐 폰 검사도 주기적으로 하는데 아마 PC로 보는 줄은 모를걸. 유독 친한 여자동창이 있는 거 같은데 벼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도저도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 꺼내는 마지막 카드는 ‘깽판’이었다. 또 다른 40대 주부는 “여자동창들이 뭐하냐며 밤늦은 시간에 문자를 보내기에 남편 폰을 뺏어서 경고를 했다. 밴드에도 들어가 ‘이런 식으로 살지 말라’며 글도 올렸는데 남편도 느끼는 게 있는지 탈퇴를 하더라. 아마 부끄러워서라도 더 이상 활동 못했을 것”이라며 “어떤 친구는 남편 밴드를 감시하다가 여자동창과 개인적으로 약속을 잡은 걸 알고는 현장을 덮쳤다. 경찰에 신고를 하니 마니 다른 동창들까지 불려나와 해명을 하고 난리도 아니었다더라. 모든 적당히 양심껏 하면 다들 좋을 텐데 왜 밴드에 미쳐 이 난리인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