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지나치게 영업에만 열중하는 회원들은 다른 이들에게 불편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초등학교 동창회 밴드 총무를 맡고 있는 박 아무개 씨(54)는 “술집을 하는 친구가 있는데 가끔 다른 곳에서 모임을 가지려 하면 눈치를 준다. 가격도 싸지 않은데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게 된다. 아는 사람이 더 무섭다고 서비스는커녕 말도 없이 계속 술과 음식을 내와 바가지를 쓰는 기분이지만 동창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일명 ‘예수쟁이’라 불리는 이들도 밴드마다 한 명씩은 있기 마련이다. 그들에게 밴드 활동은 어떤 목적보다 전도가 최우선인데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매일 아침마다 종교와 관련된 글을 올려 하루를 시작하고 다른 회원들이 어떤 대화를 하던 “교회에 다니라”는 말로 결론을 낸다. 또 온갖 핑계로 개인적인 만남을 끌어내 면전에서까지 종교 얘기를 하다 은근히 따돌림까지 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들의 전도는 절대 멈추지 않는다.
선거시즌에만 반짝 나타나는 사람들도 달갑지 않는 회원이다. 이들의 활동은 한정적이지만 나타나기만 하면 밴드를 휩쓸어버릴 정도로 열정적이다. 거의 매주 모임을 주선해 친분을 가장한 선거활동을 벌이는 건 기본이며 대놓고 도움을 요청해 회원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앞서의 박 씨는 “밴드 초대를 해도 찾지 않던 몇몇 친구들이 올해 초부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거액의 회비를 내고 적극적으로 모임을 주선했는데 알고 보니 본인이나 지인이 선거에 출마하더라. 술을 사주며 은근슬쩍 선거활동을 하고 경제적인 여유나 인맥이 두터운 동창들에겐 더욱 적극적으로 매달리는 모습이 별로 보기 좋진 않았다. 그런데 선거가 끝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 모임에 얼굴도 비추지 않는다. 많은 도움을 준 친구들도 있는데 씁쓸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