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사와 정권교체 때 많은 자료가 파기됐다. 사진은 국가정보원 내곡동 청사 전경. | ||
그런데 국정원 관련 의혹사건과 관련된 자료가 절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정원에서 자체적으로 자료를 파기하거나 소각했던 것. 따라서 진실위원회가 얼마나 진실에 접근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렇다면 국정원은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자료를 관리해왔던 것일까. 지난 1961년 6월부터 전산시스템이 도입되기 이전인 1994년까지는 대부분 손이나 타자기로 자료를 작성했다. 국정원 직원들은 이렇게 작성된 자료를 상부에 보고한 다음 담당부서별로 파일에 보관하는 시스템이었다.
그리고 일정기간이 경과하면 중요자료를 자료실로 이관해 보관했고, 나머지 자료들은 ‘관례적으로’ 자체 폐기했다는 것.
특히 공작문건 등 각종 비밀 자료는 부서별 판단에 따라 대부분 파기했다고 한다. 정보요원들이 수집한 모든 자료가 전량 보관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통한 소식통은 “각 부서별로 자료 존안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시기였다”며 “내부 보안 점검 등에 지적을 받지 않기 위해 보존기간이 경과하면 민감한 사안이 담긴 문건은 대부분 파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전산시스템이 도입된 1994년부터 ‘공공기관기록물관리법’이 시행되기 전인 1999년 말까지는 컴퓨터가 활용됐다. 정보를 취합해서 보고한 다음 부서별로 일정기간 동안 컴퓨터에 보관했다. 그리고 자료실로 이관해 존안 관리했다.
그런데 1994년 이전에 작성된 보고서나 책자 등 각종 자료는 관리하는데 불편해서 파기했다고 한다. 지난 1995년 남산에서 내곡동으로 청사를 이전하거나, 정권교체 시기에 상당수 자료를 파기했다고.
소식통은 “지난 95년 남산에서 내곡동으로 청사를 이전할 때 이사 물량을 줄이기 위해 부서별로 각종 문서를 대량 파기했다”며 “‘국민의 정부’ 출범 후에도 국정원 문서보안 관리 실태를 점검할 때 각 부서별로 보관하고 있던 문서 상당량을 소각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는 천용택 전 국정원장이 “1997년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 선거에 승리하고 나서 2~3개월 동안 국정원에서 서류를 태우느라 내곡동 하늘이 시커멓게 연기에 뒤덮였다”고 주장했던 것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그리고 2000년 1월부터 ‘공공기관기록물관리법’이 시행되면서 각 부서별로 자료를 영구 관리하고 있다. 연말이면 각 부서의 자료를 ‘정보 관리단’으로 이관해서 보관한다는 것.
이처럼 국정원은 2000년 이전까지의 자료를 상당량 파기하거나 소각했다. 국정원은 이와 관련해 “과거 의혹사건 자료가 없을 경우 사건 관계자를 발굴해서 면담하는 방법으로 진실을 규명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국정원 내부 자료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면담을 통한 진실 규명 방식을 선택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