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창 공사중인 전재국씨의 연천군 허브농장 전경. | ||
정작 전씨 명의의 재산은 지난해 <일요신문>이 서초동 땅을 찾아낸 이후 외관상으로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 1천8백억원 정도의 추징금을 납부하지 못한 데다가 언론과 검찰의 ‘감시’가 부담스러울 정도이기 때문이다.
대신 큰 아들 재국씨와 며느리 정도경씨, 그리고 손녀딸 수현양이 재산 변화의 중심이 되고 있다. 이미 <일요신문>은 지난해 전씨의 장남 재국씨가 자신과 부인, 딸 명의로 경기도 연천군 왕징면 북삼리 소재 땅 6천여 평을 매입해 허브 농장을 짓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해가 바뀌고 5개월여가 지난 시점. 아니나 다를까. <일요신문>은 또 다시 재국씨가 최근 농장 인근 밭과 임야 3천여 평을 추가 매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더구나 재국씨가 부지 매입비용에 견줄 만한 큰돈을 공사비와 야생화 구입비 등의 명목으로 지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자금의 출처를 놓고도 궁금증이 일고 있다.
재국씨가 새로이 매입한 땅은 북삼리 219-3번지 밭과 북삼리 산65, 66번지 임야. 모두가 허브 농장과 인접한 부지다. 총 면적은 3천2백52평으로 모두 부인 정도경씨 명의로 되어 있다. 여기에 지난해 매입한 북삼리 222번지 등 총 8필지 6천여 평과 5년간 임대한 2필지 3천5백여 평을 더하면 최소 1만2천 평이 넘는 농장 부지를 확보한 것이다.
평당 10만~15만원에 이르는 현지 시세로 미루어보면 재국씨 일가가 소유한 허브농장은 단순히 땅값만 해도 9억2천만~13억8천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더구나 지난해 5월부터 10월까지 매입한 땅의 경우 당시 시세가 평당 5만원선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 3억원에서 6억원의 시세 차익을 보게 된 셈이다.
이번에 매입한 땅은 농장 부근 편의시설 및 주차장 등의 용도로 쓰일 것이라는 게 인근 마을 주민들의 얘기다. 이 가운데 219-3번지 일대에는 현재 포크레인과 작업 인력이 들어와 땅을 고르는 공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산 65번지와 66번지는 군청으로부터 토지 사용 허가를 받지 못해 공사가 전면 중단된 상태다. 특히 산 65번지와 66번지 3천여 평은 매입 과정에서도 상당한 진통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브라질 국적을 가진 토지 원 소유주가 재국씨가 제시한 평당 5만원에는 절대 땅을 팔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면서 평당 9만원을 달라고 시간을 끌다가 올해 들어 갑작스레 평당 12만원에 땅을 인근 부동산 업자에게 넘기면서 재국씨의 애간장을 태웠다고 한다.
예의 부동산 업자는 여기서 평당 3만원을 더 올렸고, 농장을 넓혀야 했던 재국씨로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평당 15만원에 이 땅을 매입했다는 것. 전해지는 얘기대로라면, 두 필지의 임야를 사들이는 데만 해도 최소 4억5천만원가량의 목돈이 들어간 셈이다.
현재 허브 농장의 공사 진척률은 90% 정도. 재국씨 가족들이 거주할 곳과 허브 농장을 방문하는 여행객이 묵을 것으로 예상되는 숙소는 이미 완공됐으며, 야생화가 심어질 땅과 주변 울타리 등도 제법 모습을 갖춘 상태다.
허브 농장의 완공 시기는 약 한 달 후로 알려지고 있다. 농장의 이름은 일단 ‘멜피앙 허브 농장’으로 정해졌다고 한다. 요즘 재국씨는 이곳에서 ‘회장’으로 불리고 있으며, 동업한 김아무개씨와 한아무개씨 등 3~4명이 공동 사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농장 부지 옆 도로 건너편에 위치한 땅에서는 도로 확장 공사가 병행되고 있다. 폭이 좁은 농장 부지 옆 편도를 왕복차선 도로로 넓히려는 것.
도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땅은 지난해 원 소유주로부터 5년여간 임대한 부지. 그러나 이 땅의 사용 용도를 놓고서도 원 소유주와의 상당한 마찰이 예상된다는 게 주민들의 전언이다. 원 소유주가 땅에 야생화만 심는 조건으로 부지를 임대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 더구나 원 소유주는 전씨가 임대한 땅에 도로 확장 공사를 진행하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잡음이 일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한편 마을 주민들은 재국씨의 허브 농장이 들어서는 점에 대해서는 지역 발전 차원에서 상당히 반기는 분위기. 그러나 최근 농장 조성 공사 비용만 하루에 1천만원에 이른다는 얘기가 돌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토로하는 주민들도 적지 않다. 실제 농장 공사 현장에는 20명의 인력과 수십 대의 덤프트럭, 포크레인 등 각종 장비와 고급 건축 자재들이 투입된다고 한다.
허브 농장 공사에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어갔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는 한 마을 주민은 “돈이 29만원밖에 없다는 전직 대통령 아들이 어떻게 이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느냐”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다른 한 주민은 “농장에 심을 야생화 구입비가 2억원, 건물 3개동 리모델링비만 6억원이 들었다고 한다”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물론 재국씨가 시공사와 리브로 등 여러 회사들을 경영하고 있는 경영주이긴 하지만, 연천 허브 농장의 경우 본인 등 가족 명의로 땅을 사들이고 시설 투자를 하는 ‘개인 사업’이라는 점에서 자금의 출처에 대한 의문을 내비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마을 주변에선 재국씨가 농장 부지 바로 아래 위치한 1백90여 평의 인가도 추가 매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등기부 확인 결과 원 소유주의 근저당이 지난 3월14일 전부 해제된 기록만 남아 있을 뿐, 재국씨 가족 이름은 눈에 띄지 않았다.
현지에서는 연천 지역이 토지거래 허가구역이긴 하나 오는 6월부터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이 시행되는 만큼 재국씨가 인근 땅을 계속 매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개정안의 골자는 ‘토지거래 허가구역 내 농지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6개월 이상 그 지역에 거주해야 한다’는 내용. 비록 지난해부터 재국씨 가족이 주소지를 이곳으로 옮겨놓기는 했지만 실제 살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부동산 매입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농지나 임야를 경매로 구입할 경우에는 현지에서 6개월 이상 살아야 하는 요건을 갖추지 않아도 된다’는 별도 규정 등을 들며 ‘허브 왕국’을 꿈꾸는 재국씨가 북삼리 땅의 추가 매입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제 한 달여 뒤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될 전씨가(家)의 허브 농장. 과연 그때 이곳에선 어떤 ‘향기’가 흘러나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