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독일 시사주간 <슈테른>이 브라질의 네이마르 다 실바(22)와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26)를 두고 한 말이다. 여기에는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슈퍼스타의 특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즉 카메라 앞에 나서길 좋아하는 활달하고 외향적인 성격의 네이마르는 ‘어릿광대’로, 그리고 말수가 적고 나서기 싫어하는 내향적인 성격의 메시는 ‘은둔자’로 묘사한 것이다. 월드컵에서는 각각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간판스타로 뛰고 있지만 FC바르셀로나에서는 한솥밥을 먹는 동료이기도 한둘은 어릴 적부터 축구 신동으로 불리던 기대주였다. 하지만 뛰어난 축구선수라는 점만 같을 뿐 둘은 인간적인 면에서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대해 스페인의 기자인 마르코스 로페즈는 이렇게 말했다. “축구선수라는 점에서 보면 둘 다 어린아이 같다. 하지만 인간이란 점에서 보면 둘은 서로 다른 행성에서 왔다.”
왼쪽부터 네이마르, 메시. 로이터/뉴시스
이번 브라질 월드컵의 ‘투톱 스타’라고 하면 단연 네이마르와 메시를 꼽을 수 있다. 호날두가 속한 포르투갈이 일찌감치 조별 예선에서 탈락하면서 이제 전 세계 축구팬들의 눈과 귀는 온통 두 축구 천재의 발끝에 쏠리게 됐다. 이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는 듯 현재 둘은 득점왕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팬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네이마르와 메시의 나이 차이는 네 살에 불과하다. 하지만 성격적인 면이나 사생활적인 면에서 보면 둘 사이에는 마치 100년의 간격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에 대해 <슈테른>은 트레이너, 친구들, 친척들을 상대로 실시한 인터뷰를 토대로 두 선수를 구분 짓는 특징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서커스 광대 vs 벼룩’ ‘걸어 다니는 광고판 vs 축구선수’ ‘나서기 좋아하는 vs 말수가 적은’
우선 성격부터 살펴보면 둘은 물과 기름처럼 정반대다. 네이마르가 외향적이고 카메라 앞에 나서길 좋아하는 스타일이라면 메시는 내향적이고 카메라를 피해 다니기 바쁜 스타일이다. 이런 성격은 골세리머니를 할 때도 잘 나타난다. 네이마르는 골을 넣은 후 흥이 나서 포효하는 화려한 스타일인 반면, 메시는 그저 동료선수들과 얼싸안는 등 비교적 단순한 세리머니를 즐기는 스타일이다.
네이마르의 브라질 출신 모델 여친 마르케지니와 홀로 키우고 있는 아들.
또한 네이마르는 바닷가에서 자란 ‘비치 보이’의 성향을 그대로 드러내듯 늘 밝고 유쾌하다. 항상 콧노래를 흥얼거리는가 하면, 가끔씩 춤 실력을 뽐내면서 사람들을 즐겁게 하곤 한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탈의실 복도를 어슬렁거리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등 한껏 여유를 보이는 그의 모습을 보면 과연 신인이 맞나 의심이 들 정도다.
하지만 메시는 정반대다. 절대 어슬렁거리면서 걷지 않으며, 기자들이나 카메라를 보고도 본체만체 지나가거나 설령 인터뷰를 하게 되더라도 꼭 중요한 말만 몇 마디 하는 과묵한 스타일이다. 발음이 분명치 않거나 우물거리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기자들이 제대로 못 알아듣는 경우도 많다.
또한 잘 웃지도 않을뿐더러 대화를 나눌 때면 상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않고 바닥을 응시한다. 그럴 때면 그의 눈은 항상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제발 나를 여기서 나가게 해줘.”
둘 사이의 극명한 차이는 여자친구를 봐도 잘 알 수 있다. 네이마르는 고교 동창인 카롤리나 단타스와의 사이에서 아들 하나를 두고 있는 싱글 대디다. 단타스와는 지난 2011년 결별했고, 현재는 브라질 출신의 모델 겸 배우인 브루나 마르케지니(19)와 교제하고 있다. 둘은 2012년부터 사귀기 시작한 이래 만났다 헤어졌다를 반복하고 있으며,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둘의 이런 관계는 브라질 국민들에게는 한 편의 드라마처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심지어 둘이 헤어졌다 하면 결별 원인을 두고 공개 분석까지 들어갈 정도다.
메시는 여친 안토넬라 로쿠조와 결혼식은 올리지 않았지만 2012년에 아들 티아고를 얻었다.
역시 메시의 경우는 판이하다. 어릴 적부터 만나온 소꿉친구이자 첫사랑인 안토넬라 로쿠조를 향한 메시의 일편단심은 이미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 둘은 비록 결혼식은 올리지 않았지만 지난 2012년 아들 티아고를 얻었으며, 로쿠조 역시 언론에 거의 얼굴을 비치지 않는 조용한 성격인 것으로 알려졌다.
빼어난 축구 실력에 스타성까지 겸비한 네이마르가 광고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나이키, 닥터 바이 드레 등 스폰서만 수십 개인 네이마르가 ‘걸어다니는 광고판’이라고 불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스폰서가 얼마나 각양각색인지 평소 입고 다니는 티셔츠, 모자, 향수 등의 브랜드가 제각각이기 일쑤다.
지난 3월까지 네이마르가 출연한 TV 광고가 전파를 탄 횟수는 무려 1334회였다. 광고 속에서 네이마르는 반라 차림의 메트로섹슈얼(패션과 외모에 관심이 많은 남성)로, 혹은 춤을 추거나 아니면 장난기 많은 유쾌한 모습으로 등장하곤 한다.
그럼 메시는 어떨까. 메시 역시 광고주들 사이에서는 단연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스타 선수다. 하지만 메시는 지금까지 한 번도 메트로섹슈얼로 광고에 등장한 적이 없었다. 본인 스스로 패션과는 거리가 먼 만큼 축구선수 본연의 진지한 모습으로 광고에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축구선수로서 걸어온 길 역시 다르기는 마찬가지다. 네이마르는 그야말로 ‘준비된 슈퍼스타’였다. 애초에 축구선수뿐만 아니라 한 명의 스타로 키워졌던 것.
브라질 남부 쁘라야 그란지의 빈민촌인 파벨라에서 태어난 네이마르는 비록 집은 가난했지만 가족들의 사랑과 보호를 받으면서 자랐다. 마약 갱들이 진을 치고 있을 만큼 우범지대였지만 네이마르의 관심은 오로지 축구, 비디오게임, 그리고 친구들과 벌이는 장난에만 있었다.
네이마르의 재능이 처음 발굴된 것은 9세 때였다. 마을 해변에서 공을 차고 있는 모습을 당시 포르투게사 산티스타 유소년클럽의 트레이너였던 베팅요 도스 산토스가 보고는 당장 계약을 체결했던 것. 무엇보다도 네이마르의 빠른 스피드와 민첩함을 인상 깊게 봤던 베팅요는 “가장 먼저 어머니를 봤다. 체구가 큰 여인이었다. 아버지는 근육질의 건장한 체격이었다. 그때 나는 알았다. 유전자로만 보면 전도유망한 선수가 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당시 네이마르는 너무 말랐었고, 힘도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럼에도 어린 네이마르를 클럽에 입단시켰던 베팅요는 그 후 4년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같이 훈련을 시켰으며, 병원에 데리고 다니면서 정기적인 검진을 받도록 해주었다. 또한 매일 성서를 읽어주는 등 마치 아버지처럼 네이마르를 키웠다. 이 은혜를 갚기 위해 현재 네이마르는 베팅요 자녀들의 학비를 대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마르가 13세 되던 해 베팅요와 네이마르의 아버지는 미디어 트레이너, 매니저, 그리고 마케팅 전문가를 고용했다. 장차 세계 무대에서 뛸 스타를 키우기 위한 준비 단계였다. 베팅요는 “우리는 일찍부터 네이마르를 영웅으로 키우기 위한 준비에 돌입했었다. 네이마르는 선천적으로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자질을 타고났다. 마치 서커스 공연장의 어릿광대 같다. 우리들은 브라질 국민들을 즐겁게 해줘야 할 임무를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처럼 철저하게 축구스타 겸 스타로 키워진 네이마르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도 많다. 브라질의 저명한 시사평론가이자 축구 저널리스트인 주카 끼푸리는 “네이마르가 누구인가? 나는 모른다. 축구 시장이 세계화된 요즘 시대에 선수들은 마치 팝스타처럼 변했다. 모두들 같은 향수를 사용하고 같은 언어를 구사한다. 하지만 메시는 다르다. 메시의 사명은 오로지 축구를 하는 데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슈테른>은 축구선수로서 걸어왔던 메시의 길이 하나의 ‘전쟁’과 같았다면 네이마르의 길은 잘 계획된 ‘설계도면’과 같았다고 묘사했다. 또한 메시는 자신의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서 뛰었던 반면, 네이마르는 브라질 국민들 사이에서 스타가 되기 위해서 뛰었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북부 로사리오 출신인 메시는 택시 운전수들이 손님을 내려주고 잽싸게 도망칠 정도로 위험한 빈민촌에서 자랐다. 어린 시절부터 축구 신동이라고 불렸던 메시는 하지만 너무 작은 키 때문에 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성장호르몬 결핍으로 성장 장애를 겪고 있던 메시의 키는 열두 살이 넘을 때까지 140㎝에 머물러 있었다. 또래에 비해 작았던 메시는 놀림을 당했다.
메시의 어릴 적 친구이자 함께 ‘뉴웰스 올드 보이스’ 유소년 클럽에서 뛰었던 브루노 밀라네시오는 “메시는 늘 작았다. 난장이였다”라면서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장면이 하나 있다. 메시가 버스 안에서 혼자 호르몬 주사를 놓는 모습이 그것이었다. 메시는 항상 아이스박스 안에 호르몬 주사를 넣고 다녔다”라고 말했다.
지속적으로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아야 했지만 선뜻 월 1000달러(약 100만 원)씩이나 하는 메시의 치료비를 대겠다고 나서는 구단은 없었다. 이에 메시의 아버지는 바다 건너 스페인에서 기회를 잡기로 했다. 기회는 FC 바르셀로나에서 찾아왔다. 당시 바르셀로나의 스포츠 디렉터였던 카를레스 렉사흐는 메시의 천재성을 알아본 선구자로 알려져 있다. 렉사흐는 “메시는 훌륭한 선수였다. 하지만 너무 작았다. 당시 우리 팀의 트레이너들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시간은 계속 흘러갔고, 초조해진 메시의 아버지는 당장 레알 마드리드로 가겠다고 말했다. 나는 결국 메시의 아버지를 만난 자리에서 즉시 카페 냅킨에 계약서를 작성했다”라고 회상했다.
메시의 절친 가운데 한 명인 디에고 발레호스는 “13세 때 FC 바르셀로나의 유소년 클럽에 입단함과 동시에 메시의 유년 시절은 끝났다”라고 말했다. 메시가 수줍음이 많고 내성적인 성격이 된 것이 어쩌면 작은 키 외에도 이른 나이에 외국에서 생활하게 된 탓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어린 시절 메시는 ‘자유분방했다’라고 말했다. 함께 남의 집 정원에 들어가 귤 서리를 하거나 군부대 철조망을 뚫고 들어가 축구를 하며 놀았다고 했다.
발레호스는 가끔은 전혀 다른 두 명의 메시가 존재하는 것 같다고도 말했다. 진짜 메시의 모습은 고향에서 친구들과 함께 바비큐를 먹을 때 비로소 나타난다고 했다. 그럴 때면 메시는 시시덕거리면서 밝게 웃거나 신나게 떠들곤 한다는 것이다. 또한 간혹 남미의 전통 춤 가운데 하나인 꿈비아를 추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다르긴 해도 네이마르와 메시 사이에 공통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 우선 둘 다 FC 바르셀로나 소속이며, 남미 출신에 빠른 템포의 드리블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스타성이 뛰어나 광고시장에서도 최고의 마케팅 효과를 자랑하고 있다. 단, 광고 모델로 버는 수입은 메시보다는 네이마르가 더 많다.
우승과 득점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놓고 경쟁하는 네이마르와 메시는 이번 월드컵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네이마르는 “누구나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 꿈을 실현할 때 모든 중압감과 긴장감은 사라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럼 메시는 뭐라고 했을까. 역시 메시답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두 스타 바로셀로나 생활은? 네이마르 ‘고향’을 옮겨왔다 네이마르가 지난해 여름 FC 바르셀로나로 이적하면서 현재 네이마르와 메시는 프로축구 무대에서는 팀 동료로서 뛰고 있다. 하지만 둘이 함께 그라운드에서 뛰는 일은 거의 없다. 포지션이 겹치는 데다 지난 시즌 네이마르가 주로 메시의 공백을 메우는 카드로 사용됐기 때문이다. FC바르셀로나에서 뛰고 있는 메시와 네이마르. 로이터/뉴시스 메시는 주로 파브레가스, 피케, 부스케츠 등 오래된 동료 선수들과 어울리는 편이며, 이는 유년 시절부터 함께 고생했다는 끈끈한 유대감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 어릴 적부터 일찌감치 바르셀로나가 운영하는 유소년 아카데미 기숙사인 ‘라 마시아’에서 생활했던 것. 엄격한 훈련은 물론이요, 높은 담이 설치됐던 기숙사는 어린 소년들에게는 마치 감옥과도 같았다. 반면 네이마르는 자유로운 ‘비치 보이’로 자랐다. 만일 네이마르가 ‘라 마시아’에서 생활했다면 당장 뛰쳐나갔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런 네이마르에게 바르셀로나 식의 훈련 방법과 교육 방식을 따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네이마르의 삼촌인 베니치오는 “네이마르는 향수병을 앓고 있다”고 말했으며, 네이마르 역시 얼마전 한 인터뷰에서 “그라운드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밖에서가 문제다. 집이 그립고, 가족과 친구들이 그립다. 나는 파벨라(브라질 빈민촌) 출신이다. 유럽의 세련된 스타일에 익숙해질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네이마르가 스스로 내린 처방전은 고향 브라질을 유럽으로 옮겨오는 것이었다. 그는 친구들을 유럽으로 이주하도록 했으며, 브라질 요리사를 고용해 매일 집에서 브라질 토속 음식을 먹고 있다.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