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우리당이 제1당 등극을 자신하는 가운데 한나라당이 박근혜 신임 대표를 중심으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정동영 의장(왼쪽)과 박근혜 대표.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선거전인 만큼 역대 어느 선거 때보다 ‘피말리는’ 격전지역도 많다. 지금까지의 여론조사에서 후보지지율과 인물적합도가 정반대로 나타나는 선거구가 제법 많고 부동층도 아직 30~40% 선에 이르러 표심의 향배를 미리부터 점치기가 쉽지 않다는 평이다.
과연 오는 4월15일 총선에서 어느 당이 가장 많은 선거구에 깃발을 꽂을 수 있을까. 전국 선거구 중 최고의 격전 지역 20곳에 대한 집중분석을 통해 4·15총선을 한 발 앞서 조망을 해보도록 한다.
서울 강남갑 - 우리 박철용 한나라 이종구
한나라당의 텃밭인 ‘강남벨트’의 중심지역. 그러나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이후 이 지역 판도가 바뀌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종구 한나라당 후보의 지지율이 열린우리당 박철용 후보에 비해 적게는 3% 많게는 10% 가까이 뒤지고 있는 것. 하지만 이른바 ‘박근혜 효과’로 반등세가 나타나고 있어 향후 치열한 격전이 예상된다.
이 지역에 출사표를 던진 주요 3당의 후보들은 모두 ‘경제전문가’의 이미지를 승부수로 띄우고 있다. 평균소득 3만달러가 넘는 지역적인 특성에 맞는 후보와 이미지로 승부한다는 것이 각 당의 전략.
한나라당 이종구 후보는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금융감독원 감사 등을 지낸 정통 관료 출신이자 이중재 전 의원의 아들로 일찌감치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박근혜 대표 체제가 출범한 이후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결집하며 당지지율이 약 10% 정도 올라가고 있다”고 주장하는 이 후보측은 인물적합도면에서는 이 후보가 타당 후보들을 월등히 앞서고 있다는 점에서 당선을 자신하고 있다.
현재 지지율 1위인 열린우리당 박철용 후보는 “한나라당의 역전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본격적인 선거전에 들어가면 정당지지도에 공인회계사, 회계법인 대표를 지낸 실물경제 전문가라는 점이 부각돼 지지율 격차가 더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는 것. 박 후보측은 “무응답층이 많아 결과를 속단할 수는 없지만 탄핵정국은 총선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며 승리를 점쳤다.
애초 이 지역에서 한나라당 후보와 함께 선두를 다툴 것으로 예상됐던 전성철 민주당 후보의 경우 탄핵안 가결 이후 지지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지며 당선권에서 다소 멀어지고 있는 상황. 차봉천 전국공무원노조 초대 위원장은 민주노동당 후보로 출마한다.
▲ 홍준표,허인회 | ||
이 지역은 2001년 재보선에서 당선된 한나라당 홍준표 후보가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옮긴 허인회 후보와 ‘리턴매치’를 치르게 됐다. 하지만 분위기는 3년 전과는 정반대. 탄핵안 가결 이후 열린우리당의 지지도가 급상승하면서 허 후보의 지지율이 홍 의원을 두 배 이상 앞서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 지역에서만 세 번째 선거를 치르는 허 후보측은 “요즘 추이대로라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섰다”며 자신감을 보인다.
탄핵안 가결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허 후보는 홍 의원을 ‘더블스코어’ 이상 앞서고 있다. 비교적 최근 실시된 <중앙일보> 조사에서도 허 후보 지지도는 31%로 홍 의원 지지율 15%의 두 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 후보측은 “당선도 당선이지만 이번에야말로 구시대 정치인을 심판할 수 있게 됐다”고 벼르고 있다.
그러나 후보지지율에서 크게 뒤지고 있는 홍 의원측의 생각은 이와 다르다. “후보지지율에서 한때 20% 이상 뒤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탄핵 이후 불어닥친 열린우리당 광풍이 이제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는 주장. 홍 의원측은 ‘박근혜 효과’에 은근히 기대를 걸고 있다.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을) 시작한다”고 밝힌 홍 의원측 관계자는 “짧은 기간이지만 지역을 위해 많은 일을 한 것을 세상이 다 알고 있다”며 “열린우리당 후보가 축하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아직 이르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외에도 이 지역에는 유덕열 전 구청장이 민주당 공천을 받았고 정주용 민주노동당 지구당위원장이 표밭을 갈고 있다.
▲ 김선배,김덕룡 | ||
4선인 김덕룡 의원과 ‘현대맨’ 출신 CEO 김선배 후보가 맞붙는 지역.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서울에서 몇 안 되는’ 한나라당 강세지역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오차범위 내 박빙 승부가 예상된다.
애초 이 지역은 김 의원이 ‘무혈입성’할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예측을 했던 곳이었다.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당에서는 서로 등을 떠밀 정도였지만 ‘탄핵 역풍’이 결국 열린우리당 김 후보를 강력한 다크호스로 탄생시켰다. 김 후보측은 “국민들은 이미 탄핵에 대한 찬반을 떠나서 기존 정치에 실망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새로운 정치, 참신한 정치인을 갈망하는 지역의 요구가 표로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의원측은 “열린우리당 광풍이 불고 있는 상황에서도 지지율이 앞서고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인물에 대한 평가가 더해진다면 안정적인 지지율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박근혜 대표의 취임 등 한나라당의 변화 모습에 보수적인 지지층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 문제는 당락이 아니라 표차이다”라며 당선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양강 구도가 굳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장세동 전 안기부장이 이 지역 무소속 출마를 선언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들 후보 외에도 권만성 민주당 후보와 차일호 자민련 후보가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서울 송파갑 - 한나라 맹형규 우리 조민
“1당 독재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정치가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야당을 도와달라고 지역민들을 설득할 계획입니다.”
3선을 준비하고 있는 맹형규 의원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불과 한두 달 전만 해도 ‘무난히’ 3선 고지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던 총선 판도가 한치 앞을 모를 정도로 변했기 때문.
실제로 지난 3월19일 <조선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정치학자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열린우리당 조민 후보의 지지율이 맹 의원을 1% 이내까지 따라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 후보는 “1주일 전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가 그렇다. 그러나 지난 1주일 동안 상황은 역전됐다”며 “상당한 차이로 앞서가고 있으며 표 차이는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더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맹 의원측은 “당 신뢰도가 내려가면서 만들어진 정국이니만큼 ‘박근혜-박세일 투톱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 열린우리당 광풍도 상당부분 수그러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조 후보는 “87년에 만들어진 지역정치가 이번 총선으로 끝난다고 본다. 정치의 큰 흐름이 바뀌고 있으며 이를 거부하는 정치세력은 이번 선거를 통해 심판받을 것”이라며 승리를 자신했다.
한편 이 지역에는 이들 후보 외에도 공보길 명지대 교수가 민주당 공천을 확정짓고 표몰이에 나섰으며 전익정 자민련 지구당 위원장, 무소속 강성용·김경득씨 등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서울 송파병 - 이근식 김성순 이원창 3파전
분구가 되면서 새롭게 신설된 지역. ‘송파 지역의 터줏대감’ 민주당 김성순 의원이 ‘송파 수성’을 외치는 가운데 열린우리당 공천을 받은 이근식 전 행자부 장관과 한나라당 이원창 의원이 가세하며 총선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당선이 예상되던 김 의원의 지지도가 탄핵안 가결 이후 급락한 반면 열린우리당 이 후보의 지지도는 급등하면서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혼전으로 빠져들고 있다. 최근 실시된 KBS 여론조사 결과 이 후보는 33%의 지지를 얻어 각각 16.1%, 11.5%를 얻은 김성순, 이원창 의원을 두 배 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김 의원측은 “탄핵정국이 시작된 후 정책도 인물도 안 보이는 선거판이 됐다”면서도 “일하는 국회의원으로 유명했던 김 의원에 대한 지지도가 다시 결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측도 “열린우리당 열풍은 수그러들 것이다”고 전망하면서 “인물로 평가받겠다. 정당을 떠나서 지역을 위해 일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정치인을 선택해 달라고 호소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반면 “여론조사 결과에 고무되거나 자만하지 않는다”는 열린우리당 이 후보측은 “겸손하게 선거에 임하겠다”면서 “그러나 이미 정치개혁의 물꼬가 터진 만큼 선택은 분명해졌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