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순영 전 신동아 회장과 부인 이형자씨 | ||
그런데 문제는 이씨가 이 땅을 소유할 수 있었던 자금의 출처가 어디냐는 점이다. 최 전 회장은 재산의 국외도피와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지난 1월 법정구속,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또 부인 이씨는 서울 양재동에 있는 ‘횃불학원’ 이사장이다. 전 신동아그룹 관계자와 ‘신동아그룹 사건’을 담당했던 전직 검찰 간부 등은 “이형자씨가 사업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이씨의 부동산 매입 자금이 최 전 회장의 주머니에서 나온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이씨가 소유하고 있는 땅은 ‘한국판 베벌리힐스’로 꼽히는 서울 한남동의 유엔 빌리지에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15-14번지가 바로 이씨의 땅. 대지 면적은 2백46평. 이 땅은 이씨가 지난 1985년 취득했다가, 지난 2001년 7월 용산세무서에 압류됐다. 그리고 지난 2002년 5월 말 압류조치가 해제되면서 같은 해 9월1일 N건설(주)에서 매입했다.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은 9월10일 이씨가 이 땅에 대해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를 신청하면서 ‘권리자’가 됐다. 통상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는 차명으로 부동산을 매입했거나, 채권 등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자신이 실소유자임을 공증하기 위해 신청한다. 다시 말해 현재는 ‘권리자’인 이씨가 언제든지 자신을 ‘소유자’로 등기할 수 있다는 얘기다. 법조계 관계자들도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를 신청한 사람이 실질적인 소유자”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씨가 이 땅의 실소유자인 셈이다.
이와 함께 이 부지에는 이씨 명의로 지상 1층(21평) 주택과 지하 1층(76평) 주차장이 있었으나, 지금은 모두 철거된 상태.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등기부등본에는 이 주택이 아직 존재하는 것으로 등재돼 있다.
그런데 이씨 땅과 붙어있는 15-12번지(2백49평)는 N건설 소유로 돼 있다.
15-12번지도 이씨의 14번지 땅과 마찬가지로 최순영 전 회장의 애환이 녹아있다. 최 전 회장은 지난 1984년 6월 이 땅을 매입했다. 그런데 신동아그룹이 몰락하면서 지난 1999년 3월 용산세무서에 압류됐고, 이후 2001년 8월까지 영등포세무서와 반포세무서 등에 의해 압류당했다. 그러다가 지난 2002년 1월 법원 공매를 통해 최아무개씨(58)에게 소유권이 넘어갔다. 그리고 또다시 2003년 6월 N건설로 소유권이 이전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이 15-14·12번지 두 필지는 한데 묶여서 현재 고급빌라가 세워지고 있다. 용산구청에 따르면, 지난 2002년 10월8일 건축허가가 났고, 같은 해 11월28일 첫 삽을 떴다. 건축주는 N건설. 이 두 필지의 면적은 4백95평(1천6백32㎡)이며, 빌라의 연건평은 1천5백45평(5천97㎡) 규모다. 지하 4층, 지상 3층짜리 빌라로, 시공자는 M건설에서 지난 3월 T건설로 변경됐다. 공사 현장의 감독관은 “공사가 진행되다 한때 중단됐다가 다시 공사를 재개했다”며 “올해 말까지는 완공될 것”이라고 말했다.
▲ 서울 한남동 유엔빌리지 안에 있는 이형자씨 소유의 땅. 현재 고급빌라가 건설중이다.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횃불학원’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씨측 관계자는 ‘왜 가등기했느냐’는 물음에 “N건설로부터 땅값을 받지 못해 가등기했을 뿐 현재는 이사장(이형자씨) 소유의 땅이 아니다”고만 거듭 답변했다. 현재 세워지고 있는 빌라와 이씨와는 무관하다는 입장. 이씨가 N건설에 15-14번지 땅을 팔았는데, 땅값을 받지 못해서 가등기해 놓았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씨의 부동산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부인인 정희자씨와 아들 김선협씨 등이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에서 불과 1백여 m 떨어진 위치에 있다. 한강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탁 트인 곳으로, 빌라가 완공되면 고가에 매매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근 부동산 업자에 따르면, 한남동 유엔 빌리지 일대 땅은 평당 1천5백만원에서 2천만원 정도에 매매된다. 이 같은 시세에 따라 이씨의 15-14번지(2백46평) 땅값을 산정해보면 36억9천만~49억2천만원에 달한다. N건설의 김아무개 이사는 “2002년 9월 이형자씨로부터 35억원에 부지를 매입하기로 계약했다. 그리고 계약금으로 5천만원을 지급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땅과 붙어있는 12번지 소유자였던 최아무개씨와도 35억원 정도에 부지를 사기로 했고, 계약금으로 7억7천여만원을 지급했다는 것. 여기서 N건설이 최씨와 달리 이씨에겐 왜 ‘고작’ 5천만원만 계약금으로 줬는지 의문이 생긴다. 이에 대해 김 이사는 “N건설이 2002년 8월 설립될 당시 대표이사였던 이아무개씨가 신동아건설 출신이어서 이씨가 편의를 봐 준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N건설과 최 전 회장측과는 ‘특별한 관계’였던 셈이다. 이에 N건설이 건축 중인 빌라가 최 전 회장의 재산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김 이사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그렇다면 이 부동산은 이씨의 ‘순수한’ 개인 재산일까. 이와 관련해 전 신동아그룹 관계자는 “화가 출신인 이씨는 교회 사업에 헌신했을 뿐 돈을 버는 사업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씨가 무슨 자금으로 지난 2001년 7월 용산세무서의 압류를 풀었느냐는 점도 의문으로 남아 있다.
그렇다면 이씨의 재산은 향후 어떻게 처리될 것인가. 이씨 소유 부동산이 이씨의 ‘순수한 재산’이라면 법적으로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부동산이 최 전 회장의 은닉 재산으로 밝혀질 경우엔 회수도 가능하다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중론.
최 전 회장은 올해 1월, 2심에서 징역 7년에 추징금 2천7백49억원을 선고받았으나, 지난 6월 대법원은 재산 국외도피 혐의에 대해 일부 무죄취지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에 최 전 회장의 형량도 일부 깎이고, 추징금도 상당부분 취소될 전망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추징금을 완납하기 전까지는 ‘은닉재산’을 회수할 수 있다는 게 검찰 관계자의 설명.
앞서 언급했던 전직 검찰 간부는 “국세청에선 이씨 부동산 매입 자금 출처가 최 전 회장이라는 것을 밝히는 게 힘들 것이다. 따라서 검찰에서 수사에 나서는 게 나을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도 “국세청은 이씨의 부동산이 최 전 회장의 은닉 재산이라는 것을 밝혀내기 힘들다”며 “대신 검찰의 공적자금수사팀의 수사를 통해 은닉재산임이 드러나면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향후 이씨의 부동산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뒤따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