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집’ 건드렸다 호되게 당했다
한화의 주력사는 대부분 내수기업이다. 특히 한화는 김대중 정부 말기인 2002년 9월, 한 해 2조원대의 흑자를 내던 대한생명을 8천억원에 인수해 일약 재계 5위로 뛰어올랐다. 한화는 그 전까지는 10위권을 맴돌았을 뿐이었다. 당연히 대생인수는 의혹의 대상이 됐고 이와 관련, 한화는 검찰수사를 받았다.
특히 최근 대검 중수부가 한화의 대생 인수 비리 의혹 관련 수사를 진행하면면서 한화는 검찰 기자들의 원성을 샀다. 한화에서는 대생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기 때문에 한화는 검찰 기자들을 상대로 사력을 다해 적극적인 홍보전을 폈다. 그러나 검사 이상으로 ‘날이 선’ 검찰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총력전은 반발심이라는 기름에 불을 붙인 격이 됐다.
당시 기자들이 이해 못했던 것은 검찰이 김연배 한화 전 구조조정본부장을 소환해 구속시켜놓고 몇 주가 지나도록 김승연 회장을 소환하지 않고 있었던 점이었다. 검찰은 확실한 정황파악을 위해 수사가 필요하다는 식의 해명을 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검사장 출신 변호사를 통해 검찰에 이렇게 말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을 찍으면 절대 못나간다. 잘못이 없는데 내가 왜 사진이 찍혀야 하느냐’며 맞서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입장이 달라서 언론 때문에라도 김 회장을 몰래 부를 수는 없었다.
결국 김 회장은 2월17일 검찰에 출두했다. 검찰은 오전까지 김 회장의 출석을 기자실에 알리지 않았다가 이날 오후 갑자기 출두했다. 대검 청사 입구를 지키고 있던 기자들과 김 회장 경호원들 간에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경호원들은 기자들에게 “이×× 저××”라는 욕까지 사용했다. 당시 이 과정을 취재하던 한 기자는 “많은 재벌총수들의 소환 장면을 지켜봤지만 김승연 회장 같은 예는 없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날 저녁 대검 기자실에서는 대법원 공보관 환송식 행사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대검 기자들은 이날 김승연 회장측의 태도에 분개했다. 기자들은 “김승연 회장이 집으로 돌아갈 때 김 회장의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중수부는 김 회장이 12시 이후에 돌아갈 것이라고 기자실에 알렸고 기자들은 김 회장의 귀가를 취재하기 위해 대검 입구로 몰려갔다.
기자들이 기다린 지 30분쯤 지났을 때, 18일 오전 1시쯤 김 회장이 검찰 청사를 나왔다. 12시간 가까운 조사를 받아 피곤해 하던 김 회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다소 성의없는 대답을 마치고 자신을 기다리는 부하직원들에게 가려고 했다. 그때였다. 김 회장 뒤편에 서 있던 한 여기자가 갑자기 김 회장의 팔을 잡고 “이부영 전 의원에게 현금을 줬느냐”고 물어봤다.
느닷없는 여기자의 ‘기습’에 놀란 김 회장 당혹스런 얼굴로 아니라면서 팔을 뿌리치려고 했다. 그랬더니 이 여기자는 팔을 더 세게 잡으면서 “다른 정관계 인사에게 현금로비를 했다는 진술이 나왔다”며 재차 물었다.
김 회장은 얼굴을 찡그리며 거듭 아니라고 말했다. 카메라가 있었기 때문에 김 회장은 이 여기자를 강하게 제지하지 못했다. 낮에 기자들에게 욕을 퍼붓던 경호원들도 여기자의 갑작스런 행동을 보고만 있었다. 여기자를 떼놓으려 했다간 기자들과 또다른 시비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김 회장에게 이 몇 분은 아마 검사실에 있던 몇 분보다 더 끔찍했을 것이다. 결국 이를 지켜보던 동료기자들의 만류로 이 여기자는 김 회장의 소매를 놓아주었다. 비로소 차를 탈 수 있던 김 회장은 황급히 사라졌다.
이 사건이 일어난 뒤 한화그룹쪽에서는 새로운 언론홍보 방안으로 언론재단을 만드는 계획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삼성 LG 등이 공익활동의 하나로 언론재단을 만들어 기자들에게 해외연수 세미나와 언론상 등으로 취재활동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한다.
언론재단을 만든다고 해서 당장 기업 이미지가 달라지진 않겠지만 한화측의 배려로 해외연수나 어학연수를 다녀온 언론인들은 한화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될 것이다. 따라서 언론재단이 생기면 이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화가 실제로 지금 언론재단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진필기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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