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대 총선 후보자의 포스터가 공식 게시된 지난 5일 부산 수영구 망미동에서 시민들이 후보자의 게시물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표심’은 과연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 ||
하지만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면서 한나라당 주자들도 서서히 막판 스퍼트를 올리고 있다. 특히 ‘박근혜 효과’로 촉발된 보수층들의 ‘묵직한’ 지지가 그들의 질주에 힘을 보태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분 이 ‘바람’이 부산·경남에서 충청 수도권의 주자들에게까지 불어준다면 한나라당의 선전이 예상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에도 어김없이 찾아올지도 모를 지역주의 악몽에 대해 경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마지막 장애물은 ‘말’이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60~70대 노인들은 투표할 필요가 없다”는 실언을 한 뒤 열린우리당의 독주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기 때문. 여기에 설상가상 문성근 국민참여본부장의 ‘잡탕’ 발언이 더해졌다. 본격 레이스 기간 동안 각 당 선대위는 자신들의 발보다 ‘입’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처지에 빠져버렸다. 막판 돌출 변수가 승리에 목마른 주자들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애물을 넘고 넘어 오직 2백43명의 주자들만이 금메달의 영광을 차지할 수 있다. <일요신문>은 이번 선거기간 동안 가장 피 말리는 16곳의 지역구를 가려내 최후의 승자가 누가 될 것인지 미리 들여다보았다.
서울 중구 - 한나라 박성범 우리 정호준
▲ 박성범,정호준 | ||
탄핵안 가결 직후 지지율에서 크게 밀렸던 박 후보가 지난 3월 하순 들어 여론조사에서 20% 정도의 지지율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반면 정 후보는 한때 30%를 넘어섰던 지지도가 20%대 초반으로 떨어지는 등 조정국면을 맞아 ‘박빙 승부처’로 떠올랐다.
방송사 앵커 출신인 박 후보는 “탄핵열풍은 가라앉고 있다. 사람들이 서서히 이성적으로 대통령 탄핵문제를 바라보는 것 같아 다행”이라며 “자체 여론조사에서는 상당히 격차를 벌리며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다. 승리할 것으로 보지만 그래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친의 ‘명예회복’을 출마의 변으로 내세웠던 정 후보는 ‘탄핵 심판론’을 ‘총선 승리’로 이어간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에 더해 “정보통신 분야의 전문성을 부각시킴으로써 인물론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올리겠다”는 생각. 그러나 “‘지역구 세습’이라는 비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 후보는 출마 전까지 삼성전자에 다녔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정 의원의 아들이지만 그것을 정략적으로 이용할 생각은 없다. 다만 정치적인 역량을 갖고 있는지는 문제가 아니겠나”라며 “정치적 비전을 가지고 정 후보와 페어게임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네거티브 전략은 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외에도 11년간 구청장으로 지역기반을 다져온 김동일 민주당 후보와 민국당 조윤행 후보, 민주노동당 최재풍, 무소속 윤영대 이형석 이희준 황병희 후보가 출마해 무려 9명이 격전을 치르게 됐다.
서울 서초갑 - 한나라 이혜훈 우리 함종길
최병렬-박원홍 의원으로 이어졌던 한나라당 ‘강남벨트’의 중심 지역. 재선인 박 의원이 공천탈락한 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이혜훈 후보가 한나라당 공천을 받고 출사표를 던졌다. 이에 맞서는 열린우리당 후보는 사법·행정 양시에 합격한 경력의 소유자인 함종길 후보.
최근 탈당을 선언했던 박 의원이 이 후보를 돕기로 하면서 이 후보 지지율은 반등세를 보인 반면 ‘상한가’로 치솟던 함 후보의 지지율은 탄핵열풍과 함께 다소 수그러들어 지난 3월 말 현재 엇비슷한 지지율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3월31일 보도된 <중앙일보> 여론조사 결과 이 후보와 함 후보는 각각 21%, 23%를 획득, 오차범위 내에서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시기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두 후보는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는 상태.
이 후보는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다. 한때 두 배 넘게 지고 있었는데 요즘 여론을 보면 지역민심이 한나라당을 완전히 버리지는 않았다는 확신이 든다”며 “최근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실언 등도 선거에 많은 변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함 후보측은 “원래 이 지역은 탄핵 찬성이 40% 이상 나오던 지역이다. 지금의 여론 추이는 이미 예상됐던 것”이라며 “그러나 전국적으로 정치개혁의 욕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지역이라고 빗겨갈 수는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드시 ‘한나라당 강남벨트’를 깨겠다”고 밝혔다.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고 있는데 보답할 길이 없어 미안한 마음뿐이다”는 이 후보는 “경제전문가로서 지역민들에게 한걸음 다가가는 정치를 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반면 함 후보측은 “이 후보가 전문가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론가일 뿐”이라며 “행정 경력을 살려 서초 지역을 교육·문화 메카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이 지역에는 이 외에도 자민련 김우수 후보와 무소속 배선영 후보가 선관위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총선 레이스에 합류했다.
▲ 공성진,이환식 | ||
<중앙일보> 3월31일자 여론조사 결과에선 여러 후보들 가운데 한나라당 공성진 후보가 24%를 얻어 22%의 열린우리당 이환식 후보와 접전을 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닷새 전 <중앙일보> 3월26일자 여론조사에서 17%를 얻어 이 후보(24%)에게 뒤져있던 공 후보의 최근 상승세가 눈에 띈다. <조선일보>의 3월31일자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공 후보는 29.8%를 기록해, 29.3%를 얻은 이 후보와 박빙 승부를 예상케 한다.
공 후보측은 강남 지역이 한나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만큼 열린우리당 이 후보의 바람을 잠재우고 충분히 승리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강남 지역은 최병렬 전 대표나 오세훈 의원 같은 지명도 높은 인물들이 빠져나가면서 지역 주민들이 신인들의 등장에 어색해 하고 있다는 게 공 후보측 판단. 여기에 ‘탄핵역풍’이 맞물려 열린우리당 이 후보의 상승세가 지속됐지만 인물 대결 양상으로 바뀌면서 공 후보가 승기를 잡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런 시각에 대해 이 후보측도 인물 대결에서 절대 밀리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한다. 프랑스 파리8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얻고 한국연구원장까지 지낸 점 등을 들어 ‘탄핵역풍’을 등에 업는 것 대신 한양대 행정대학원 교수인 공 후보와 ‘전문성 대결’로 승부를 보겠다는 심산이다.
한편 이 지역에선 박정일 민주당 후보와 자민련 소속 이춘근 원저제승실업 대표도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경기 수원 팔달 - 한나라 남경필 우리 박공우
<조선일보> 3월31일자 여론조사에선 31%를 얻은 열린우리당 박공우 후보가 28.4%를 얻은 현 지역구 의원인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에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같은 날 <중앙일보>에 보도된 여론조사에선 남 의원 33%, 박 후보 23%로 상반된 결과가 나타났다. 여론조사 결과도 엇갈릴 정도로 혼전양상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박근혜 대표 옹립 ‘1등공신’으로 알려진 남 의원이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박 후보에게 크게 뒤졌던 것을 극복해 접전 양상으로 바꾸는 데는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당내 소장파 인사들과 함께 탄핵철회를 주장하기도 했던 남 의원측은 ‘경기도를 대표하는 거물급 정치인’ 이미지를 부각하면 인물론 대결에서 박 후보를 압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박 후보는 상대인 남 의원에 대해 “당내에서 개혁파로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소신을 위해서는 때로 자신을 버릴 줄 아는 용기도 필요하다”며 탄핵안 표결에 참여한 것을 공격했다. 박 후보는 “탄핵소추에 앞장선 세력을 심판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근간을 튼튼히 하는 것”이라며 유권자들이 자신을 선택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한편 이 지역에는 두 후보 외에 중앙국제교류센터 대표인 김필용 후보가 민주당 간판으로 나섰고 자민련 건설분과위원장인 양춘천 후보, 수원시 의회 의원을 지낸 무소속 양종천 후보도 출마한 상태다.
경기 안양 동안을 - 한나라 심재철 우리 이정국
<조선일보> 3월31일자 여론조사에선 열린우리당 이정국 후보가 40.1%를 얻은 반면 현 지역구 의원인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은 30.2%를 얻는 데 그쳤다. 3월31일 KBS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이 후보가 41.2%를 얻어 27.3%를 얻은 심 의원에 앞섰지만 <중앙일보> 3월31일자 여론조사에선 ‘이정국 21%, 심재철 19%’로 오차 범위 내 승부를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 후보 진영 모두 표심의 향배를 짐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심 의원측은 당초 크게 뒤지다가 2% 이내까지 따라잡은 여론조사 결과를 들어 지명도가 낮은 열린우리당 이 후보의 거품이 곧 빠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탄핵역풍이 어느 정도 잦아든 만큼 4월15일까지 남은 시간 동안 현역 의원으로서의 막판 뒷심을 살려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정동영 의장 경제특보인 이 후보측은 ‘책임있는 여당 후보’ 이미지를 부각시켜 실현 가능한 지역 발전 공약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제1당이 될 가능성이 높은 열린우리당 후보가 지역을 대표하는 의원이 돼야 지역의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한편 두 후보가 양강 구도를 형성한 가운데 민주당 후보로는 공인노무사인 채호일씨가 출사표를 던졌고 택시 기사 출신인 권혁중씨가 자민련 공천을 받아 표밭을 누비고 있다.
경기 과천·의왕 - 한나라 안상수 우리 신창현
<중앙일보> 3월31일자 여론조사에선 열린우리당 신창현 후보가 30%를 얻어 24%를 얻은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KBS가 같은 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신 후보가 32.3%를 얻어 25.4%의 안 의원을 앞질렀다.
그러나 <조선일보> 3월31일자 여론조사에선 안 의원이 35.8%를 얻어 31%를 얻은 신 후보에 앞서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각 언론사 여론조사 결과가 다르게 나온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안 의원측은 <조선일보>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일단 반전의 기세를 잡은 것으로 여기고 있다.
이 지역 3선을 노리는 안 의원측은 ‘탄핵 정국을 넘어 인물 대결로 가게 됐다’고 자평한다. 한나라당 내에서 ‘탄핵 철회’에 대한 이야기를 안 의원이 가장 먼저 꺼냈던 점도 지지율 상승의 한 요인으로 자체 분석하고 있다.
검사 재직 시절인 지난 87년 박종철군 고문 치사사건 수사진상을 폭로한 경력이나 현재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을 겸하고 있는 점 등을 잘 홍보하면 한나라당이 지닌 수구적 이미지를 벗어나 인물 대결에서 압승할 수도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반면 각종 여론조사 결과 우위를 바탕으로 원내 진입에 대한 자신감에 차 있는 신 후보측은 지역 발전을 위해 가장 적합한 후보라는 점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95년 초대 민선 의왕시장으로 당선된 전력의 신 후보측은 수도권에서 선전하고 있는 다른 열린우리당 후보들과 마찬가지로 ‘책임있는 여당 후보’라는 점을 호소하고 있다.
안 의원과 신 후보의 접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 지역에선 경기도 의회 의원을 지낸 민주당의 김원봉 후보와 민주노동당 부대표인 김형탁 후보도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