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대표와 기동민 서울 동작을 후보가 11일 사당동 남성역 앞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구윤성 기자 kysplanet@ilyo.co.kr
지난 17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차기 대선지지도 여론조사에서 김무성 대표가 14.5%를 얻어 처음으로 여권 내 1위로 올라섰다. 7·14 전당대회 승리에 따른 컨벤션 효과(정치적 이벤트 후 지지율 상승)가 여론조사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동작을 출마를 접은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12.9%로 김 대표에게 1위 자리를 내줬고, 동작을 ‘원주인’인 정몽준 전 의원은 8.7%에 그치면서 3위까지 떨어졌다.
이 같은 순위는 한동안 변함없을 듯하다. 다른 여권 주자에게는 추락하는 대선지지율을 회복할 동력이 없는 반면 당권을 잡은 김무성 대표는 이번 7·30 재보선을 기점으로 ‘굳히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김무성 대표 측의 ‘비박계 공고화’는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공공연한 비밀로 통한다. 새누리당의 한 전략통은 이렇게 분석했다.
“김 대표가 동작을의 나경원 후보와 함께 수원정에 나선 임태희 후보 당선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당내 친박 진영에서는 ‘김무성-정몽준-임태희’를 비박계 한 그룹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이 묶음에 같은 비박계 김문수 전 지사가 빠진 것은 차기 대권 경쟁을 앞두고 가장 견제해야 할 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번 7·30 재보선에서 각자 주력하는 지역구가 미묘하게 다르다는 점도 흥미롭다. 박원순 시장의 경우 재보선 결과에 직접 영향권이 아니었음에도 최측근인 기동민 후보가 최고 관심 지역구인 동작을에 차출되면서 여의도 정치권으로 ‘소환’됐다는 평가다. 여론조사에서 동작을은 노회찬 진보당 후보와 3자 구도 시 필패하는 것으로 나와 정의당과의 연대 문제를 누가 어떻게 매듭지을지가 관심사다.
안철수 공동대표 역시 기동민 후보 당선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새정치연합 한 베테랑 보좌관의 말을 들어보자.
“기동민 후보는 운동권 출신 486과 김근태(GT)계 모두에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는 정치인 아닌가. 박 시장과 안 대표 모두 GT계 포섭을 공통적으로 노리고 있는데 사실 GT계는 이미 사라져버리고 각자 의견을 존중하는 문화가 있어 계파처럼 붙기가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박 시장이 임종석 정무부시장을 포섭한 것처럼 안 대표 쪽에서도 젊은 운동권 출신에게 끊임없이 애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번에 정의당 문제를 매듭지으면 대선에서 가장 든든한 우군을 얻는 셈이기도 하다.”
문재인 의원은 지난 6·4 지방선거와 마찬가지로 PK(부산·경남)와 충청권 공략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적지에 나간 야권 후보를 돕는다는 의미를 넘어 친노무현계 그룹의 전략적 요충지로 만들겠다는 야심이 담겨 있다. 문 의원은 서산·태안의 조한기 후보와 부산 해운대·기장갑 윤준호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차기 대선에서 ‘킹메이커’ 역할이 주어질 김한길 대표의 움직임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중이다. 이번 공천의 가장 큰 수혜자로 꼽히는 김 대표는 특정 지역구에 치우치지 않고 조용히 전국을 누빈다는 각오다. 당 대표로서 지극히 당연한 전략이지만 야권 일각에서는 김한길 안철수 두 공동대표가 이번 7·30 재보선 공천 과정에서 소원해졌고 선거 이후 갈라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심심찮게 제기된다. 김한길 대표가 이끄는 비노계에서 야권 최대그룹인 친노계에 맞서 차기 대권주자로 안 대표가 아닌 또 다른 선택지를 집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비노계에서는 수원병 손학규 후보와 김포 김두관 후보 국회 입성에 따라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대망론 프로젝트가 가동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김두관 손학규 후보는 수도권 내 새누리당 강세 지역에서 생존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손 후보는 본인 당선과 함께 수원을의 백혜련 후보, 수원정 박광온 후보의 동반 당선을 견인해 존재감을 각인시킬 수 있다. 전략공천이 아닌 경선을 통해 후보가 됐음을 강조하는 김두관 후보 역시 당선된다면 곧바로 차기 당권 경쟁에 나설 수 있다.
새정치연합 한 중진 의원은 “(김두관 손학규 후보의 선택이) 안철수 대표가 노원병으로 간 거나 천정배 전 장관이 광주로 간 것보다 나은 것 아니냐”며 “지금 지도부는 재보선은 안중에 없고 차기 당권을 앞두고 호남 공략에서 표나 세는 전략을 짜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다. 큰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 승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