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0일 세월호 국조특위 모습. 오는 8월 30일이 활동 종료시점이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특별한 사안’이 있을 때 수시로 만들어 운영되는 국회 특별위원회는 주로 여야 간 논쟁을 거듭하는 주제를 다룬다. 국회의원들의 필요에 따라 본회의를 거쳐 생겨나기에 특위의 수에 따라 그 해의 쟁점이 얼마나 첨예했는지를 평가하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인사청문특위를 제외하고 총 12개의 비상설 특별위원회가 만들어져 운영됐다. 이 중 ‘평창동계올림픽 및 국제경기대회지원특위’, ‘동북아역사왜곡대책특위’는 올 12월까지 활동기한을 연장했고 ‘남북관계발전특위’는 기한이 끝나자 ‘남북관계및교류협력발전특위’로 이름을 바꿔 2014년에 새로 개설, 12월 말까지 사실상 연장했다.
2014년에 개설된 특위는 총 7개. 이 중 지난 6월 말까지였던 ‘지방자치발전특위’, ‘지속가능발전특위’, ‘창조경제활성화특위’, ‘통상관계대책특위’가 올해 말까지 기한을 연장해 운영하고 있다. 이런 특위들은 주로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거나 광범위한 주제를 다룬다. 개설 당시 첨예하게 다퉜던 특위들은 대부분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정해진 기한을 끝으로 활동을 종료했다.
<일요신문>이 자료를 확보한 기간 중 회의 운영비를 가장 많이 사용한 특위는 ‘국가정보원 등 제도개선(개혁) 특위’다. 국정원개혁특위는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등으로 국정원을 개혁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져 만들어졌다. 국정원개혁특위는 2013년 12월 5일부터 2014년 2월 28일까지 3개월가량 활동하면서 8차례 회의를 거쳤지만 여야의 합의를 담은 결과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한 채 끝을 맺었다. 그럼에도 국정원 개혁특위가 국회 사무처로부터 받은 회의 운영비는 총 1억여 원에 달한다.
국정원개혁특위는 해외 시찰 비용까지 회의 운영비에 포함시켰다. 박은숙 기자
국회사무처의 예산 배당 자료에 따르면 국정원개혁특위는 2013년 운영비로 418만 원을, 2014년 운영비로 9494만 8000원을 각각 받았다. 이처럼 짧은 기간에 많은 예산이 든 이유는 국정원개혁특위가 해외 시찰을 다녀온 비용을 회의 운영비로 지원 받았기 때문이다. 국정원개혁특위는 선진국의 정보 실무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 1월 18일부터 10일간 이스라엘 모사드, 미국 CIA 등의 정보기관을 시찰한 바 있다.
두 번째로 예산을 많이 받은 곳은 ‘예산·재정개혁특위’다. 2013년 3월 22일부터 9월 30일까지 운영된 예산·재정개혁특위는 7차례 회의 운영비로 5948만 1000원을 지급받았다.
세 번째로 예산을 많이 배정받은 특위는 ‘평창동계올림픽 및 국제경기지원 특위’로 오는 2014년 12월까지 활동을 연장했다. 현재까지 5번의 회의 운영비를 신청해 2013년 예산으로 4555만 2000원을 지원받았고 아직 2014년 회의 운영비는 책정되지 않았다.
네 번째로는 지난 2013년 6월 12일부터 7월 13일까지 한 달간 운영된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한 국정조사 특위’가 꼽혔다. 공공의료특위는 국회사무처에 4차례 회의를 진행하고 2774만 8000원을 지급받았다.
다섯 번째로는 국정원개혁특위에 앞서 국정원 댓글 사건의 진상을 조사했던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다. 이 특위는 2013년 7월 2일부터 8월 23일까지 한 달 보름 동안 총 11차례의 회의를 하며 2192만 4000원의 회의 운영비를 사용했다.
여섯 번째로는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방송법을 다룬 ‘방송공정성특위’였다. 방송공정성특위는 지난 2013년 3월 22일부터 2013년 11월 30일까지 약 8개월 동안 무려 30차례에 걸쳐 회의를 했다. 이는 특위들의 회의 수가 대부분 10회 이상을 넘지 않는다는 점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횟수다. 방송공정성특위는 여야 합의된 결과보고서를 채택하는 등의 성과를 얻었지만 주요 쟁점은 이견을 보여 ‘반쪽 보고서’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우여곡절을 겪은 방송공정성특위는 30차례 회의에 1280만 원의 회의 운영비를 지출했다.
일곱 번째로는 지난 2013년 6월 13일부터 오는 12월 말까지 운영되는 ‘동북아 역사왜곡 대책 특위’가 꼽혔다. 동북아역사특위는 현재까지 총 12차례의 회의를 사무처에 보고했고 2013년 예산으로 1222만 4000원을 지급받았다. 이상이 1000만 원 이상 회의 운영비를 쓴 특위들이다.
다음으로 ‘정치개혁특위(22차례 회의, 966만 8000원)’, ‘정치쇄신특위(10차례 회의, 952만 8000원), ‘지속가능발전특위(4차례 회의, 400만 원)’와 ‘허베이스피리트호 유류피해 대책 특위(5차례 회의, 381만 2000원)’가 그 뒤를 이었다.
이외에 2013년부터 현재까지 ‘남북관계발전특위’, ‘지방자치발전특위’, ‘창조경제활성화특위’, ‘통상관계대책특위’, ‘세월호국조특위’ 등이 활동했거나 활동 중이지만 예산이 책정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국회 기획조정국 관계자는 “특위 회의 운영비는 특위 측에서 사무처에 신청을 해야 지급되는데 예산이 배정되지 않은 특위들은 아직 회의를 하지 않았거나 활동 내역을 신청하지 않은 곳들”이라고 전했다. 예산이 책정되지 않은 특위 중 남북관계발전특위의 경우 지난 2013년 6월 13일부터 12월 31일까지 활동했지만 회의 건수는 단 2차례뿐이었다.
주로 회의와 공청회로 활동하는 특위는 회의 운영비 외에도 위원장 운영비가 따로 지급된다. 국회사무처는 특위 위원장에 대해서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정보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 국회 운영지원과 경리 담당자는 “위원장 예산의 경우 내부 규정에 따라 비공개 처리한다. 기존의 행정심판을 통해 그렇게 결정이 난 사안이기 때문”이라며 “위원장 경비 같은 경우 정보공개로 (외부에) 공개한 적은 없다”고 전했다.
국회사무처가 예산을 공개하고 있진 않지만 특위 위원장은 매달 600만~800만 원의 운영비를 지급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3년 12월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사건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활동이 거의 없는데도 위원장이 매달 600만 원의 활동비를 챙겼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에 당시 특위 위원장이었던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이 위원장 활동비 9000만 원을 전액 반납한 바 있다.
심 의원의 경우처럼 특위 활동이 없는데도 위원장이 매달 600만 원가량을 일괄 지급받는 형식이라면 위원장들은 특위 회의 운영비보다 많은 예산을 지원받을 가능성이 높다. 한 특위 간사 의원실 관계자는 “특위 위원장은 직권으로 위원장 운영비를 어떻게 활용할지 결정한다. 간사에게 나눠 주는 경우도 있다”면서 “특위가 활동을 거의 안 해도 예산은 예산대로 나가게 되니 그동안 위원장이 무슨 일을 했느냐는 비판이 나오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