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토토 수탁사업자 선정이 법정 공방으로 치닫는 등 파행을 겪으면서 국민체육진흥공단도 막대한 손실을 빚고 있다. 임준선·이종현 기자
지난 7월 1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조영철 수석부장판사)는 해피스포츠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케이토토 제안서) 하자의 정도가 입찰 절차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현저히 침해할 정도로 중대한 것”이라며 “케이토토의 입찰은 무효이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또한 무효”라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번 입찰의 우선협상대상자는 차점자인 해피스포츠 컨소시엄”이라고 밝혔다.
법원 결정에 따라 차기 스포츠토토 수탁사업자 우선협상대상자가 교체될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아직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다. 조달청은 물론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당할 위기에 처해 있는 케이토토 측이 가만히 있지 않을 태세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케이토토의 문제는 그동안 입찰때마다 일정 부분 용인됐던 것이다. 조달청이 재판부 결정을 순순히 받아들인다면 지금까지 행정업무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라며 조달청이 반발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아니나 다를까. 조달청은 지난 23일 재판부 결정에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조달청 관계자는 “이의신청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미 결정을 내린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에 이의신청을 하는 것이기에 받아들여질지는 불투명하다. 업계 일부에서는 이미 조달청의 항고 가능성을 예측하고 있기도 하다. 조달청 관계자는 “법원이 이의신청을 받아들이느냐, 받아들이지 않느냐 이후의 결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현재에 충실할 것이며 나중 일은 그때 가서 다시 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케이토토 측은 더 단호하다. 우선협상대상자로서 협의를 끝내고 공단과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가 갑작스레 법원 결정으로 날벼락을 맞았기 때문이다. 씨큐로 등의 가처분 소송에 조달청과 공단만 대상으로 돼 있었기에 자신들의 입장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부분도 억울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케이토토 관계자는 “조달청이 이의제기를 신청하는 순간 ‘당사자’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며 “지금까지는 우리 입장을 재판부에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설사 조달청 등이 소송을 포기하더라도 케이토토 측은 단독으로라도 끝까지 소송을 계속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케이토토 관계자는 “단독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법적 검토를 이미 끝냈다”며 “이대로 멈추면 손해도 어마어마하다.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리는 끝까지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며 의지를 다졌다.
차기 스포츠토토 수탁사업자 선정 작업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공단의 손실도 불가피하다. 공단은 이미 지난 6월 초 현 사업자에 8월 말까지 사업 연장을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추가 사업 연장 요청을 해야 할 판이다. 현재 오리온은 3.5%(부가세 포함)의 수수료율로 수탁사업을 하고 있다. 차기 사업자엔 수수료율이 이보다 34%가 깎인 2.073%(부가세 포함)로 할 예정이기에 시간이 가면 갈수록 공단의 손실은 그만큼 불어날 수밖에 없다.
업계에는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하기까지 공단이 매달 50억 원가량 손실을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단 관계자는 “계약 체결 직전까지 갔다가 이런 일이 닥쳐 당황스럽다”며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사업을 안정적으로 이끌기 위해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단과 조달청이 제대로 업무 협조를 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워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실제로 재판부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제기 과정에서 공단과 조달청이 각각 다른 길을 가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공단 관계자는 “가처분 소송에 대한 재판부 결정에서 공단과 관련된 부분은 전부 각하됐다”며 “공단은 이번 소송에서 더 이상 대상자가 아니기에 균형을 유지하면서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달청 관계자는 “공단이 그렇게 말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면서 “이의신청 제기 등 모든 절차를 공단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단은 이번 소송에 대해 거리를 두고 있는 반면 조달청은 공단도 함께하고 있다는 얘기다. 두 기관의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조달청과 공단, 케이토토 측이 이번 일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과 달리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씨큐로나 해피스포츠 컨소시엄을 대표하는 팬택씨앤아이 등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씨큐로는 소송 당사자임에도 “주관사가 팬택씨앤아이기 때문에 그쪽에 문의하라”며 어떤 답변도 회피했다. 팬택씨앤아이는 “스포츠토토와 관련해 답변해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
입찰 제안서 유출 의혹 팬택 측이 어떻게 웹케시 문제 알았을까 문제는 기술과 가격을 따로 평가한 데서 비롯했다. 기술 부분에서는 팬택씨앤아이 컨소시엄이 72.8632점, 웹케시 컨소시엄이 71.3107점을 얻었다. 그러나 가격 부분에서 웹케시가 팬택씨앤아이보다 3점 이상 앞서면서 총점에서도 팬택씨앤아이를 누르고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획득했다. 기술 부분에서 앞선 팬택씨앤아이 측이 결과에 의문을 품고 들여다본 결과 웹케시 측의 자금조달계획과 위탁운영비 부분이 제안서와 실제 투찰에서 현저히 차이가 나는 것을 알고, 차기 스포츠토토 수탁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의문이 생긴다. 팬택씨앤아이 컨소시엄이 어떻게 웹케시 컨소시엄의 제안서와 투찰서의 자금조달계획이 차이가 있는지 알았느냐는 것이다. 입찰 제안서와 투찰 서류는 조달청과 국민체육진흥공단만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입찰 제안서와 투찰 서류를 직접 보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조달청이나 공단 쪽에서 입찰 제안서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강하게 일고 있다”고 전했다. 팬택씨앤아이 측이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터라 이에 대한 그쪽 설명을 들을 수는 없었다.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보면 웹케시 측 입찰 제안서와 투찰 서류에서 자금조달계획과 위탁운영비가 다르다는 지적을 먼저 한 쪽은 공단임을 알 수 있다. 지난 5월 말 공단은 위탁운영비와 관련해 제안서상 금액과 실제 써낸 금액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웹케시 컨소시엄의 자격 여부를 지적한 내용의 공문을 조달청에 보낸 바 있다. 당시 공단이 지적한 부분과 씨큐로 등이 가처분 신청을 하며 지적한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공단이 조달청에 보낸 공문은 ‘협상대상자 제외 요청’ 건이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공단이 우선협상대상자를 바꾸려 한다”, “공단이 조달청에 웹케시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할 것을 요청했다”는 등의 말이 오갔다. 공교롭게도 씨큐로 등의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임으로써 우선협상대상자가 바뀔지도 모르는 상황이 됐다. 공단 관계자는 “당시 우선협상대상자를 바꾸려고 한 것이 아니라 이들과 계속 협상하고 계약해도 되느냐를 따져 물은 것”이라며 “이번 일이 터지기 전 웹케시 측과 본계약 체결 직전까지 갔다”고 설명했다. 제안서 유출지로 공단이 지목받고 있다는 사실이 더 큰 문제다. 강력 반발하고 있는 조달청과 달리 공단은 차분한 모습을 보이고 때문이다. 그러나 공단 관계자는 “국책사업을 진행하면서 어느 누가 그런 경거망동을 하겠느냐. 늘 보안에 신경 쓰고 있고 국정감사나 감사원 등의 감사로도 금방 들통 날 일을 함부로 하겠느냐”고 반문하며 “현재 여기저기 공개되고 있는 자료가 숫자상으로도 그럴싸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확하지는 않다”고 반박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업체 간 경쟁이 치열했던 탓에 일부 정보가 공유되고 이를 근거로 유추된 것 아니냐는 추측도 하고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6개 컨소시엄이 치열하게 경쟁했으며 스포츠토토 본부 직원들과 업체 직원들이 서로 교감을 쌓는 과정에서 정보가 공개되고 수치를 짐작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귀띔했다. 여기에다 지난 5월 공단이 조달청에 보낸 공문도 정보가 공개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추정대로 입찰 제안서 등이 정말 유출됐다면 차기 스포츠토토 수탁사업자 선정은 전면 재검토되는 사태로까지 치달을 수 있다. [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