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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캐나다 정부의 교육예산 삭감으로 교육환경과 처우 등이 나빠지자 교사들이 대규모 항의집회를 갖고 있다. | ||
지난 4월초 캐나다 밴쿠버의 교민 사회는 술렁거렸다. 한 한인 신문은 앞장서서 교민들의 ‘총궐기’를 부추길 정도였다. 주정부가 교육예산을 삭감하는 와중에 ‘멀티컬처럴 리에종 워커’라는 직종을 아예 없애버렸기 때문이다. 리에종 워커란 소수민족 학생과 학부모들의 이해관계를 교육당국에 전달하는 임무를 맡은 사람을 가리킨다. 그동안 한국인 리에종 워커도 1명이 존재했다. 물론 이 문제는 중국과 인도 등 다른 소수민족들과 우리 교민들의 단합된 힘으로 철회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민자나 유학생들에게 보다 절실한 문제인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교육에서의 큰 타격만은 피할 수 없었다. 한국인 성인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다니는 코퀴틀람 교육청 소속의 윈슬로센터는 예산삭감으로 직원의 30%를 곧 해고할 예정이다. 이들 중 해고 대상 교사는 8명. 지금도 이 학교에 다니려면 3~5개월을 대기하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무료로 영어교육을 받는 일은 점점 지난한 일이 되고 있다.
그래도 이 정도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광역 밴쿠버에서 가장 큰 도시 중 하나인 써리교육청은 관할 학교의 ESL반을 모두 없애는 혁신적(?)인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써리교육청은 그 대신 상설연락사무소 같은 것을 만들어 비영어권 출신 학생들을 돕겠다고 했지만 이를 실질적인 방안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다.
더욱 화를 돋우는 것은 신규이민자와 유학생들을 이처럼 냉대하면서도 유학생들의 주머니는 호시탐탐 노린다는 사실이다. 최근 광역밴쿠버의 중심도시인 버나비교육청은 오는 9월 학기부터 외국 유학생들의 관내 학교 입학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주변 16개 도시 가운데 유일하게 유학생을 받지 않았던 버나비교육청이 이같이 결정한 것은 돈 때문이었다. 그동안 지원되는 예산이 많이 깎이자 그 부족분을 유학생 부모들의 주머니에서 메우려하기 때문이다. 유학생들은 전액이 무료인 시민권자나 영주권자 학생과는 달리 1년에 1만2천달러 이상의 학비를 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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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국과 교사들의 힘겨루기에 지친 학생들도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면서 시위에 나서곤 하는 게 캐나다의 현실. | ||
물론 교사노조의 파업은 단계적으로 아주 신중하게 이루어진다. 1차 성적표 작성과 방과 후 학부모 면담 중단, 2차 방과 후 특별활동 지도 전면거부, 3차 수업거부 등으로 가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어떤 때에는 학기 내내 파업이라는 상황 속에 빠지기도 한다.
지난 연초 BC(브리티시 컬럼비아)주 교사노조의 파업은 다행스럽게도 2차 상황까지만 갔다. 그러나 교사들이 수업 이외에 아무 것도 하지 않자 학교는 곧 황폐해졌다. 방과 후 색색의 유니폼을 입고 푸른 잔디 위에서 하키게임을 하던 여학생들의 모습도 사라졌다. 나비넥타이를 매고 미국 등지로 다니던 밴드반의 연주여행도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학교 관리직들의 동조 파업으로 ESL수업이 중단되는가 하면, 학교주변에는 오물들이 쌓이고, 스쿨버스의 운행은 중단되었다. 결국은 이같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고등학생 한 명이 학교에서 자동차정비 실습을 하다가 차에 깔려 죽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이 사건은 아이들을 자극시키기에 충분했다. 몇 개월째 계속되고 있던 교사노조와 교육 당국간의 힘겨루기라는 상황에서 빚어진, 있어서는 안될 안전사고였기 때문이었다. 중고등학생들은 거리에 쏟아져 나와 두 당사자간의 빠른 합의를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알버타주 역시 비슷한 시점에 교사와 학교관리직 노조원들이 파업에 들어갔다. 토론토가 있는 온타리오주는 그 정도가 더 심해 휴교조치까지 취해진 경우가 있었다.
캐나다 교육, 그 중에서도 한국 유학생들의 또다른 장애물은 가디언(Guardian)이라는 일부 ‘잘 나가는’ 사람들이다. 가디언이란 부모없이 공부하러 온 유학생들을 보살펴 주는 법적 대리인이다. 써리 등 일부 지역은 설사 부모 중 한 사람이 동반비자로 자녀와 같이 산다고 해도 영주권자나 시민권자의 별도 법적 가디언을 의무적으로 요구한다. 가디언은 학생과 관련한 모든 일을 학교측과 상의한다. 학생이 생활하고 있는 홈스테이 집의 상황도 챙겨 주고 학교에 가끔 가서 아이의 학업성적과 학교적응 상태 등을 상담하는 만만치 않은 역할이다. 영어를 잘하는 것은 물론, 인격적으로도 별다른 결함이 없는 사람이 가디언을 맡아야 되는 것은 당연지사.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대다수 사람들이 부모의 심정으로 아이를 돌보지만 몇몇 전문적인 ‘꾼’들이 등장해 적지 않은 문제를 낳고 있는 것이다. 밴쿠버 다운타운에서도 가장 전망 좋은 고층빌딩에 사무실을 갖고 있는 김아무개씨는 전문 가디언이다. 그는 이른바 캐나다의 ‘8학군’이라며 한국의 부유층 자녀들이 많이 다니는 밴쿠버 웨스트사이드에서 가디언 일을 한다. 그가 가디언비로 받는 돈은 한 학생당 월 8백달러 꼴. 그가 자신이 가디언이라고 등록을 한 학생수는 모두 14명. 가디언비로만 월 1만2천달러라는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4인 가정의 한 달 생활비가 3천달러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보통 ‘짭짤한’ 직업이 아닐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