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삼성전자와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의 백혈병 피해 관련 6차 협상이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렸다.<사진=김지아>
[일요신문] “8명 중 5명의 피해 협상자의 우선 보상 제안 등 진전적인 협상이었다.” -백수현 전무 삼성전자-
“보상이 이루어져야 하는 33명의 피해자에 대한 포괄하는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반올림 측-
13일 삼성전자와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의 백혈병 피해 관련 6차 협상이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6시간 동안 열린 협상을 마친 양측의 분위기는 다소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백수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전무는 “이번 협상에서 반올림 측 8명 중 5명이 보상 논의를 우선적으로 진행하자는 의견을 제시하고 필요시 실무 협의도 별도로 가질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이들의 보상 논의 결과를 기초로 기준을 만들어 확대해나가자는 것으로 삼성전자 측의 8명에 대한 우선 보상과 맥을 같이 하는 제안이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세부적인 검토가 필요한 만큼 다음번 협상에서 제안에 대한 정확한 답변을 드리기로 했으며, 나머지 가족 세분도 함께 참여해주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다.
백 전무는 이번 협상에서 반올림이 제출한 산재 신청자 명단에 대해서는 “반올림이 오늘 제출한 명단은 사실상 산재 신청자 전원의 명단으로 산재 신청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보상을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며 “하지만 협상의 진전을 위해 이 명단을 면밀히 검토해 합리적 수준으로 보상 대상을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
백 전무는 6차 협상에 대한 평가를 묻자, “오늘 협상에서 종합 진단 실시를 합의했고, 일부 가족들의 보상 논의 구체화 요구 등 전체적으로 진전이 있었다”고 전한 뒤, “반올림 측의 내부 이견이 표출된 점 등은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올림은 14일 교섭결과 발표를 통해 “여전히 삼성은 기본적인 사과에 대해 이미 성심껏 사과를 했고 협상의 마무리 단계에서 다시 그런 마음을 담겠다고 말하는 등 사과에 대한 진정성이 없었다”고 밝혔다.
반올림 교섭단 대표 황상기씨(고 황유미씨 아버지)는 “피해가족 중에는 사과가 제일 중요한 사람도 있다. 사측직원들이 찾아와 산재신청하지 말라고 회유와 협박을 당한 가족들이 그렇지만 삼성의 입장 변화 없이 추후 더 논의하는 것으로 마무리하였다”고 이번 협상도 진전은 없었음을 시사했다.
반올림은 삼성이 진전이 있었다는 종합 진단 실시에 대해 “삼성이 진단 기관의 구성과 관련하여 독립성 인정을 주장했다”며, “진단을 할 때 피해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이 들어가야 하므로 반올림을 배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영업 비밀을 배제한 정보공개 등 진단기관에 최대한 협조할 것을 약속해야 한다”고 삼성측에 요구했지만 이에 대한 답을 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보상에 대해서는 “삼성은 교섭에 참여하는 8명에 대한 보상을 우선 논의하여 기준점을 찾고, 이를 참고해 다른 관련자에 대한 적용방법을 검토하자는 입장을 고수했다”며 이에 대해 반올림은 “8명에 대한 보상 논의로 기준점을 찾으면 보상 대상 기준이 너무 협소해지므로 더 많은 피해자를 포괄하는 보상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8명의 교섭자 중 5명이 우선 보상을 논의하자고 분열된 상황에 대해서는 “다섯명이 삼성의 종전 입장을 수용한 것은 그동안 삼성이 집요하게 8명 우선보상 논의를 수용하지 않으면 논의의 진척이 안 될 것처럼 태도를 취해온 결과이다”며, “다른 피해자들까지 아우르는 보상 대상이 정해지지 않는 한 우리의 보상 논의를 먼저 할 수 없다고 했지만, 5명의 피해자 가족이 삼성이 강조해 왔던 8명 우선보상 논의를 수용하고 별도로 협의할 수도 있다고 밝혀 안타깝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전자와 반올림의 7차 협상은 9월 3일 열릴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진정성 있는 대화와 약자를 포용하는 진정한 강자의 모습만이 삼성전자가 밝힌 협상 조기 타결을 위해 최선임은 당연해 보인다.
서동철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