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는 ‘이순신 신드롬’을 일으킨 <명량>의 의미를 분석하는 데 바빴던 언론은 이제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과연 이 어마어마한 콘텐츠의 수익이 얼마나 날지 주판알을 튕기기 시작했다. 정작 투자배급을 맡은 CJ E&M은 표정관리를 하며 수익에 대한 이야기를 입 밖에 내지 않고 있지만 <명량>에 간접 투자한 금융권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명량> 감독과 출연진들이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초대형 쇼케이스 ‘조선의병대 출정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류승룡, 노민우, 박보검, 이정현, 김한민 감독, 최민식, 권율, 조진웅. 사진제공=퍼스트 룩
<명량>의 순제작비와 마케팅비용을 합친 총제작비는 약 200억 원. 이 돈을 회수하는 시점인 손익분기점은 650만 명이었다. 개봉 6일 만에 이미 넘어선 수치다. <명량>은 광복절을 낀 연휴 동안 1300만 관객에 도달하며 손익분기점의 2배 지점에 도달했다. 상영 시간대와 요일, 관람 연령에 따라 티켓 가격이 다소 차이가 있지만 평균적으로 8000원으로 잡는다면 1300만 관객을 모은 <명량>의 총매출은 1040억 원이다.
하지만 매출은 매출일 뿐, 모두 손에 쥐게 되는 돈은 아니다. 이 중 가장 먼저 영화발전기금(3%)과 부가세(10%)를 뺀다. 그리고 남는 돈은 908억 원.
가장 많은 몫을 떼줘야 하는 곳은 극장이다. 음원을 내면 이를 대중에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유통사가 많은 몫을 가져가듯, 매출의 절반은 극장으로 귀속된다.
결국 투자배급사와 제작사가 쥐게 되는 매출은 454억 원. 이 중 제작비 200억 원을 제하고 배급을 맡은 CJ E&M에서 배급수수료 10%를 떼야 순이익이 남는다. 그게 209억 원이다.
순이익의 배분 기준은 정해지지 않았다. 제작사와 투자배급사가 협의를 거쳐 정한다. 통상 제작사와 투자배급사가 4:6 정도로 나누는데, 몇몇 유명 감독을 낀 제작사를 제외하면 대부분 투자배급사가 ‘갑’이다. 지난해 큰 성공을 거둔 한 영화의 경우 제작비가 예산을 초과하자 투자배급사가 관리 책임을 물어 제작사의 지분을 뺏어 구설에 오른 적도 있다.
209억 원을 만약 4:6의 비율로 나눈다면 제작사인 빅스톤픽쳐스가 약 84억 원을 챙기고, 투자배급사인 CJ E&M이 125억 원을 가져간다.
여기에 주목해야 할 기록이 2개 더 있다. <명량>이 한국 영화 최초로 매출 1000억 원을 달성하는지와, 감독이 100억 원을 챙기는지 여부다. 그 동안 <아바타>와 <겨울왕국>을 제외하고 한국 영화 9편이 1000만 관객을 모았지만 매출 1000억 원을 달성한 적은 없다. 2012년 작 <도둑들>이 거둔 936억 원이 한국 영화 최고 매출이었다.
외화까지 포함한다면 <아바타>가 1284억 원의 매출을 올려 1000억 원의 벽을 깼다. 이는 ‘영상혁명’이라 불린 <아바타>를 티켓 값이 비싼 3D, 4D로 본 관객이 많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단 1300만 고지를 밟는 것이 중요했다. 한국 영화 최고 흥행기록을 가진 <괴물> <도둑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순간이자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는 몇 년 사이 티켓 가격이 올랐기에 가능한 일이다.
김한민 감독도 역대 최초로 100억 원을 손에 쥘 수 있을 전망이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는 말이 있듯, 한 편의 영화를 탄생시키기까지 가장 많은 공을 세우는 이는 감독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감독은 연출료를 받거나, 스타 감독의 경우 러닝개런티를 받는 데 그친다.
하지만 김한민 감독은 <명량>의 제작사인 빅스톤픽쳐스의 대표를 겸하고 있다. 이 회사의 지분 역시 김한민 감독이 대부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1300만 고지를 밟았을 때 제작사 몫으로 돌아오는 84억 원은 김한민 감독의 몫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부가판권 수익을 포함해야 한다. 최근 IPTV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VOD로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크게 늘었다. 게다가 <명량>은 재관람 열풍까지 불고 있기 때문에 IPTV 시장에 풀리면 엄청난 수익을 낼 전망이다. 이 외에 다양한 부가판권 수익을 더하면 100억 원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CGV 영화관 매표소에 ‘<명량> 최단기간 1000만 관객 돌파’ 감사 인사가 붙어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명량>의 신드롬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13일 개봉된 영화 <해무>를 제외하면 <명량>을 견제할 만한 영화가 당분간 없다. <해무>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데다 <명량>과 전혀 다른 질감을 가진 영화다. <해무>를 선택했기 때문에 <명량>을 보지 않는 관객은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명량>의 성공은 경제계 전반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간접적으로 <명량>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CJ E&M 문화콘텐츠펀드를 통해 17억 5000만 원을, 기업은행은 IBK금융그룹상생협력펀드를 통해 5억 원을 투자했다. <명량>이 1400만 명을 동원하면 두 은행은 약 100%의 수익을 내게 된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 7월 29일 1000억 원 한도의 ‘우리나라사랑 명량 정기예금’을 내놓는데 단 하루 만에 전액 판매했다. 이에 힘입어 11일 같은 정기예금 상품을 내놓았는데 역시 하루 만에 모두 팔았다.
가장 큰 수혜자는 역시 CJ E&M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투자배급사인 CJ E&M은 최근 뚜렷한 흥행작을 내지 못해 분위기가 침체돼 있었다. 하지만 <명량>의 성공으로 자존심을 세우는 동시에 명가의 전통을 이어가게 됐다. <명량> 개봉 후 주가 역시 20% 가까이 상승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상반기 <엑스맨> <트랜스포머> <스파이더맨> 등이 득세하면서 한국 영화 시장이 크게 위축됐다. 점유율도 50% 이하로 떨어졌고 2년 연속 달성했던 한국 영화 모객 1억 명 고지도 멀어 보였다. 하지만 <명량> 개봉 이후 분위기가 반전됐다”며 “한국 영화의 저력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계기가 되며 ‘한국영화도 볼 만하다’는 인식이 다시 생겼다”고 말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