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1일 노무현 대통령이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앞줄 오른쪽)을 비롯한 선대위 지도부와 만찬을 가졌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
당 안팎에선 앞으로 ‘노무현 친위부대’가 거대 여당으로 탈바꿈한 열린우리당의 방향타를 쥘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정 의장과 김 대표와의 청와대 회동을 통해 이들의 입각을 적극 권유했던 노 대통령의 집권 2기 구상 속에 ‘친노그룹’ 출신 당선자들 중심의 열린우리당 운영에 대한 밑그림도 그려져 있었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노 대통령 측근들이 줄줄이 떠난 청와대 비서진의 빈자리를 전문가 그룹으로 채우는 대신 원내에 진출한 ‘친노’사단의 역할을 증대시켜 국정 운영을 위한 정치적 동력으로 삼을 것이란 지적이다.
탄핵정국이 끝나고 나면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할 가능성에 주목하는 시각이 많다. 노 대통령 정치특보를 맡고 있는 문희상 국회의원 당선자는 29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비전이나 방향, 원칙적인 문제에 대해 열심히 그리고 치열하게 발언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노 대통령이 향후 당 진로와 중요한 이슈에 대해 당내 의견이 분열되고 혼란을 보일 경우 방향을 제시해주는 역할 등을 적극적으로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총선기획단장을 맡았던 민병두 당선자는 “당은 앞으로도 당의장 중심으로 이끌고 갈 것”이라며 “다만 대통령께서 근대적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어떤 경로로든 이를 당에 전달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의 의중을 당 운영에 적극 반영시킬 당내 세력으로는 자연스럽게 노 대통령 측근그룹이 꼽힌다. 이번 총선에선 비서실장을 지낸 문희상 당선자를 비롯해 유인태 전 정무수석, 이광재 전 국정상황실장, 서갑원 전 정무비서관 등 청와대 출신 인사들과 염동연 당선자 등 노 대통령의 핵심측근들이 대거 당선돼 노 대통령에게 든든한 배경이 되고 있다.
총선 직전까지 청와대 비서실장직에 있었던 문희상 당선자는 청와대와 당을 잇는 가교 역할을 맡아 당에 노 대통령의 ‘입김’을 강하게 불어넣을 것으로 정가에서 예상하고 있다. 정무수석을 지낸 유인태 당선자 역시 노 대통령의 의중을 열린우리당에 적극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여야 정치권 전반에 걸쳐 넓은 인맥을 갖고 있는 문희상 당선자는 제1야당인 한나라당과의 관계 조율에 나설 것이며 재야 출신인 유인태 당선자는 민주노동당과 민주당과 의견을 나누는 창구로도 활동할 것”이라 밝혔다. 당·청 가교는 물론 이들 두 사람이 당내 정무기능까지 담당할 것이란 전망이다.
노 대통령의 핵심 실세로 각인돼 온 염동연 당선자는 당내 인사 업무를 총괄하는 당직에 내정됐다. 공식 직함은 ‘정무조정위원장’이나 ‘인사위원장’으로 정리될 전망.
지난 1월 당의장 선거에서 정 의장 당선에 결정적 공헌을 했던 염 당선자는 정 의장과도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정동영 의장측은 “총선 당시 선거대책위 정무조정위원장을 맡아 총선 출마 희망자들 간 ‘교통정리’를 맡았던 염 당선자가 앞으로 ‘당·정·청’ 간 인사 교류의 가교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 밝혔다.
노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려온 이광재 당선자의 역할도 주목된다.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이 당선자는 과거 ‘노무현 캠프의 브레인’으로 통했던 만큼 정책기획 분야에서 활동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의 한 주변 인사는 이광재 당선자에 대해 “(이 당선자가) 국회의원이 됐지만 노 대통령이 국회의원이었던 시절 이 당선자가 보좌관이었던 것처럼 여전히 노 대통령의 의정 보좌에 충실하고, ‘정치인 이광재’로서의 모습은 강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4월26일부터 2박3일간 진행된 열린우리당 당선자 워크숍에서 실용주의를 표방하는 중도보수 노선과 이념적 좌표 설정을 요구하는 중도개혁 노선이 부딪칠 때도 이 당선자는 “진보냐 보수냐는 이념 논쟁은 케케묵은 것이며 정책의 양극단을 배제하는 중도통합형이 세계적 추세”라고 주장했다. 당이 이념논쟁보다는 노 대통령의 국정 보좌에 충실해야 한다는 논리의 설파에 앞장섰던 것이다.
이광재 당선자와 함께 ‘노무현 캠프 브레인’으로 불려온 서갑원 당선자(전 정무비서관)는 당내 주요 ‘정책통’으로 활약할 전망이다. 현 열린우리당 정책위부의장이기도 한 서 당선자는 당내에서는 물론 외부 연구조직을 활용을 통해 노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하는 정책 연구·개발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진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여권 내 대권을 노리는 잠룡들이 미리부터 과열경쟁하는 것을 막지 못하면 결국 국정도 망치고 정권도 빼앗긴다는 것을 역사적 선례를 통해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2006년 지방선거 이전까지는 열린우리당을 ‘잠룡을 키워내는 곳’이 아닌 ‘국정을 보좌하는 곳’으로 만들고자 할 것”이라며 “그 선봉에 ‘친노그룹’이 서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친노그룹이 당의 실세 그룹으로 자리를 잡게 될 경우 자연스럽게 차기 대권주자에 대한 ‘킹메이커’ 역할까지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열린우리당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