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수사당국 주변에선 김민석 회장과 김용환 대표를 상품권 업체 로비의 양대 축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망이 이들 두 사람에게만 한정돼 있는 것은 아니다. 조만간 표면화될 다른 상품권 업체들에 대한 수사당국의 조사과정이 훨씬 더 큰 파장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상품권 업체들의 로비 대상으로 거론돼 온 정치인들보다 ‘더 입김이 센’ 인사들 이름이 오르내리는 까닭에서다. 이 업체들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될 경우 여권은 물론 청와대마저 발칵 뒤집히게 될 것이란 전언이다.
현재 검찰청사 주변에서는 김민석 회장과 김용환 대표 수사 이후 벌어질 상품권 업체 수사과정이 더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김민석-김용환 조사 이후 수사당국이 주목할 업체들로 J 씨가 소유한 상품권 업체 H 사와 K 씨가 대표로 있는 S 사가 거론되고 있다. 특히 이들 업체들이 경품용 상품권 사업자로 선정된 배경에 여권 실세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는 전언이다.
H 사의 J 씨는 여권의 유력 정치인 A 의원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다. A 의원은 J 씨의 고등학교 1년 선배다. 또한 J 씨가 경품용 상품권 사업권을 따낼 무렵 A 의원은 상품권 사업자 선정과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호사가들 사이에선 A 의원이 J 씨로부터 금전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A 의원과 J 씨의 친분은 J 씨 소유의 H 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고 전해진다. 또 다른 상품권 업체인 Q 사가 상품권 사업을 허가받는 과정에도 A 의원-J 씨 라인이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정황이 밝혀진다면 A 의원이 Q 사로부터 ‘뭔가’ 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상품권 업체 S 사의 대표로 있는 K 씨의 여권 인맥도 주목받고 있다. K 씨는 모 대학 발전추진위원회 운영위원으로 활동해왔는데 여권 실세 B 의원이 이 대학 발전추진위원회 자문위원이란 점이 눈에 띈다. B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 중 한 명이다.
이 대학 발전추진위원회 명예회장으로 활동해온 C 씨도 눈에 띈다. C 씨는 청와대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수사당국은 이 대학의 발전추진위원회 활동으로 엮여 있는 C 씨-B 의원-K 씨 관계가 K 씨의 S 사가 상품권 사업을 따낸 배경이 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때문에 수사당국은 여권 실세들이 직접 거론될 수밖에 없는 H 사와 S 사 문제를 공론화하는데 심사숙고할 것으로 보인다. 바다이야기 파문과 무관함을 꾸준히 주장해온 청와대에 대한 검찰의 전면전 선언으로 풀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번 정권과 대립각을 세워온 검찰이 정권 말기에 처한 청와대를 궁지에 몰기 위한 카드 중 하나로 H 사와 S 사 문제를 꺼내들 가능성에 주목하기도 한다.
한편 청와대도 이 문제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청와대 실세와 여권 핵심인사가 연루된 H 사와 S 사 문제에 대한 수사당국의 스탠스가 어찌될 것인가에 주목하고 있다고 한다. 바다이야기 파문이 터진 시점부터 수사당국과 정치권 호사가들의 주목을 받아온 A 의원과 B 의원, 그리고 청와대 실력자인 C 씨에 대한 검찰발 구설수가 터져 나올 경우 청와대와 여권은 지금보다 더 심각한 골머리를 앓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