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과 매우 흡사한 ‘리얼돌’ | ||
‘인형방’은 실제 사람과 유사한 실리콘 인형을 비치해 자위행위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공간이다. 이 인형은 일명 ‘리얼돌’(real doll)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정교한 기술로 만들어져 생김새나 촉감이 사람과 매우 흡사해 처음 보는 이들은 깜짝 놀랄 정도다.
경찰은 고무로 만든 인형과 유사성행위를 하는 ‘인형방’이 일부 수도권을 중심으로 번져가자 지난 10월 12일 마침내 ‘인형방’에 대한 일제 단속 지시를 내렸다.
이와 함께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인형방을 현행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성을 파는 것이 아니라 단순 자위행위에 불과한 ‘인형방’ 영업에 대한 단속이 과연 타당한가 하는 것이 그 쟁점이다. 하지만 경찰은 ‘인형방’ 업주들에게 형법상 ‘음화(淫畵) 반포’등의 혐의를 적용해 단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인형방’ 을 직접 찾아 과연 어떤 문제점을 잉태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대딸방’과 함께 유사성행위의 대표주자 격인 ‘인형방’은 본래 성인 PC방이 그 시초라 할 수 있다. 음란영상물과 함께 조악한 수준의 리얼돌을 제공하던 성인 PC방이 진화해 나타난 형태가 바로 인형체험방인 것이다.
최근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기 시작한 인형방의 영업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한 가지는 여관에서 대실 손님에게 인형을 유료로 대여해 주는 형태고 다른 한 가지는 여러 개의 밀실을 갖추고 있는 성인 PC방 같은 형태가 있다.
인형방이 생겨나기 시작한 초반에는 대부분의 손님들이 호기심에 들르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제는 마니아층까지 형성돼 유사성매매 업계에서는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파격적인 서비스를 내세워 인기를 얻고 있는 몇몇 업소들은 시내 곳곳에 프랜차이즈 업소를 내기도 한다. 이 때문에 현재 인형방은 대학가에까지 침투해 있는 실정이다.
최근의 인형방은 과거와는 또 다르다. 서비스가 날이 갈수록 진보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인형방에서 제공되는 리얼돌은 비교적 저가의 조잡한 것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수백만 원대를 호가하는 리얼돌이 비치돼 있는 곳이 많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위생을 고려해 인형의 음부를 탈부착 식으로 교환해 쓸 수 있도록 해놓고 있으며 리얼돌을 사용할 때 쾌감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각종 보조기구도 마련해 두고 있다.
업주들이 이처럼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은 고객들의 입맛이 까다로워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인형방을 찾는 이들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도 주요한 이유다.
그러나 인형방을 찾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는 것은 비단 서비스의 질이 좋아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입소문을 듣고 ‘변태성욕’형 고객들이 많이 찾아오는 것도 인형방의 성업에 일정 부분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인형방 업주들의 말을 들어 보면 방에서 인형과 함께 온갖 해괴한 짓을 벌이는 변태성욕자들이 손님의 4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이에 일부 업주들은 고객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아예 사디즘(가학증)이나 마조히즘(피학증) 성향의 포르노와 갖가지 성 보조기구들을 제공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인형방이 이러한 변태성욕을 부추기는 쪽으로 계속 ‘진화’하고 있어 건전한 성문화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인형방이 변태성욕을 부추기고 있다는 사실은 인터넷을 통해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포털사이트의 리얼돌 마니아 카페나 인형방 관련 성인 사이트의 게시판을 살펴보면 인형방에서 변태성욕을 해소하고 왔다는 내용의 글과 이를 위해 인형방 정보를 교류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이런 실태를 직접 확인해보기 위해 지난 1일 서울시내에 위치한 인형방 몇 곳을 찾아가 보았다.
마니아들 사이에서 소문난 ○○대학교 앞의 한 인형방. 최근에 실시된 경찰 단속을 의식한 듯 간판에는 성인 PC방이라는 상호가 크게 쓰여 있었고 그 아래로 인형방이라는 작은 글자가 눈에 띄었다. 저녁 8시께 인형방 입구에 들어서자 은은한 조명과 말끔한 실내인테리어가 한눈에 들어왔다. 밝고 화사한 인테리어가 인형방에 대한 기자의 거부감을 희석시키는 듯했다. 이곳에는 13개 정도의 방이 있는데 4개의 방을 제외한 모든 방이 ‘이용 중’인 상태였다.
업주에게 인형방을 주로 어떤 사람들이 찾는지 물어보았다.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이 업주는 “주로 30~40대가 많이 찾는다”며 “손님들 이야기로는 인터넷에서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경우가 많은 것 같더라”며 은근히 업소 자랑을 늘어놓았다.
성적 취향이 독특한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지 않느냐고 묻자 “손님들이 안에서 어떻게 하는지 내가 보지 않는 이상 변태성욕자들이 많다 적다 하는 말은 하기 힘들지 않겠느냐”면서도 “그런데 인형을 때리는 소리가 들리거나 인형을 상대하다 괴성을 지르는 이들은 종종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에 따르면 그런 손님들 가운데 인형을 손상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따로 주의를 준다고 한다. 인형이 수백만 원대의 고가이기 때문에 관리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업소 안에는 각종 성 보조기구를 파는 작은 코너도 마련돼 있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듣던 대로 변태성욕에 이용되는 것들도 상당수였다. 방 안에 설치된 보조기구 자판기에서 판매되는 물건도 마찬가지였다.
이번에는 서너 개의 인형방이 모여 있다는 △△동으로 가 보았다. 업소들이 한 곳에 모여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가보니 듬성듬성 떨어져 있었다. 이 가운데 간판이 제법 크게 걸려 있는 업소로 들어가 보았다. 입구에 마련된 카운터에서 한 여성이 먼저 온 손님들을 안내하고 있었다.
이 업소는 A B C D 네 종류의 인형 사진을 걸어 놓고 손님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인형들 가운데는 역시 변태성욕을 자극하는 모양의 인형이 포함돼 있었다. 변태형 인형은 C 타입이라고 표기돼 있었는데 카운터 여성에게 이 인형이 있는지 물어보자 이미 모두 다른 손님들이 대여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업소에서는 변태성욕자들이 인형을 상하지 않게 때릴 수 있도록 특별히 고안된 몽둥이와 회초리가 판매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방 안으로 들어가 보니 갖가지 방법으로 인형을 다루는 설명서가 벽에 붙어 있었는데 그중에는 황당한 체위와 엽기라고 할 만한 수준의 변태적인 방법도 포함돼 있었다.
카운터의 여성은 “인형방의 인기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무엇보다 위생적이고 일종의 자위행위로 욕구를 푸는 것이기 때문에 손님들의 심적 부담이 적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실시되고 있는 인형방 단속에 대해 업주들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경찰의 단속 근거는 인형 자체보다 음란물 상영, 성인 PC방 형태의 칸막이 등에 있기 때문에 이것만 피하면 된다는 것이다. 인형에 대한 것은 현재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
이에 대해 인형방 창업을 알선하고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성인 PC방의 칸막이 등에 대한 단속 근거는 1층을 제외한 다른 층들은 칸막이 설치 시 소방법에 의거해서 소방재를 사용하한 인테리어 설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를 마련해서 소방 검사필을 받으면 아무런 하자 없이 영업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동영상에 대한 단속은 기존에 업주들이 동영상을 미리 받아 깔아 놓지 않고 고객이 와서 컴퓨터로 다운받고 하는 것으로 충분히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경찰이 단속을 하려 해도 업주들은 현행법의 허점을 이용해 나름대로 대책을 세우고 있기 때문에 인형방을 둘러싼 경찰과 업주 간의 술래잡기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윤지환 프리랜서 tangohun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