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놀라운 점은 이 당선자가 95년 제4대 경기도 의회 의원을 지낼 때부터 ‘J고등학교 졸업’ 학력을 사용해 왔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선거 당시 허위 학력 기재에 대해 선거법이 엄중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이 당선자를 둘러싼 논란이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상락 당선자는 지난 95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제4대 경기도의회 의원직에 당선됐고 이후로 5대 6대까지 민선 경기도의원직을 3번 연속으로 지냈다. 중앙선관위 산하 경기도선관위 역대선거정보관리시스템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역대 선거 출마자들에 대한 후보자 정보와 당선자 정보가 수록돼 있다. 여기 실린 이 당선자의 약력 사항을 보면 지난 4대 의회 때부터 최근 6대 의회 때까지 모두 ‘J고등학교 졸업’이라 기재돼 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선관위 역대선거정보관리시스템에 기재된 약력 사항은 후보자들이 후보자 등록을 하면서 제출한 학력과 이력을 그대로 적어놓은 것”이라 밝혔다. 즉 이 당선자는 4, 5, 6대 경기도의회 선거에서도 이번 총선 때와 같은 허위 학력을 사용한 것이다. 이 당선자는 지난 5대 의회에서 경기도의회 부의장까지 지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선관위 관계자는 “과거 선거 때는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의 최종 학력 증명서를 일일이 다 받지 않았다. 워낙 많은 후보자들이 제출한 자료에 나오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졸업에 대한 진위 여부를 일일이 가릴 수 없기도 했다. 다만 상대 후보들이 다른 후보의 학력이나 이력에 대한 이의 제기를 하거나 고발이 접수될 경우에 선관위 차원의 조사가 이뤄져 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올 3월12일 선거부정방지법이 개정돼 ‘각종 홍보물에 게재할 최종 학력에 대해선 반드시 선관위에 학력증명서를 제출한다’는 의무조항이 신설됐는데 그 이전까진 후보자들의 최종학력에 대한 조사를 일일이 할 수 없었던 게 사실”이라 덧붙였다. 이 당선자는 최종학력증명서를 별첨하지도 않은 채 지방선거를 지난 95년 지방선거 때부터 지역 선관위에 ‘J고등학교 졸업’이라 적힌 후보자 신상 서류를 제출해왔지만 지역 선관위에서 그의 최종학력에 대한 진위 여부에 신경을 쓰지 못했던 것이다.
이번 총선 과정에서 이 당선자의 허위 학력 기재에 대한 문제제기를 처음으로 한 것은 바로 민주노동당(민노당)이었다. 성남 중원 지역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한 이 당선자에 대해 민노당은 총선을 앞둔 지난 4월10일 ‘허위학력표시’혐의로 선관위에 고발했다. 민노당이 제출한 고발장을 직접 작성했던 김정진 변호사는 “초등학교 졸업이 실제 학력의 전부인 이 당선자가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 때 ‘J고등학교 졸업’이라고 허위 사실을 기재한 것을 알게 돼 고발하게 됐다”라며 “선거법 상 허위학력을 기재한 경우에는 당선 무효까지 갈 수 있을 정도로 형량이 센 편”이라 밝혔다. 선거법과 관련해 최종 법원 판결이 ‘1백만원 이상 벌금형’으로 나올 경우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지난 4월7일 지역케이블TV로 중계된 성남 중원 지역 후보자 합동토론회에서 이 당선자는 자신의 학력 논란과 관련해 고교졸업증명서를 내보이면서 “호적상 이름과 실제 불리던 이름이 달라 생긴 문제”라며 허위학력 기재에 대해 일축했다.
그러나 이 졸업증명서의 진위 여부를 취재했던 지역언론 ‘성남뉴스넷’이 졸업증명서에 기재된 J고등학교 행정실 관계자에게 확인해 이 당선자가 제시한 졸업증명서가 이 당선자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도했다. 김정진 변호사는 “이 당선자의 학력만을 걸고 넘어지려 했던 것이 아니다. 이 당선자가 지역방송 후보자 토론회에서 제시한 졸업증명서가 위조된 것으로 드러난 것 때문에 정치지도자로서의 자질이 의심스러워 선관위 고발을 결심하게 된 것”이라 덧붙였다.
이렇듯 허위 학력 기재 논란에 휩싸인 이 당선자는 사실 이번 17대 총선에서 가장 극적인 ‘성공신화’를 일궈낸 당선자로 거론된 인물이다. 어릴 적부터 막노동과 노점상 등을 전전하면서도 빈민·사회운동가로 나서 성남 중원 지역 유권자들로부터 신망이 높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지난 81년 야간학교 교장을 시작으로 고 제정구 의원과 함께 빈민운동을 주도했고 87년 6월 항쟁 당시에는 민주쟁취국민운동본부 중앙공동대표를 맡아 민주화운동에도 앞장섰다. 총선 직후 당선자 재산신고에선 ‘빚이 6천75만원 있다’고 신고해 재산 최소 신고자가 됐을 정도로 성남 지역에선 ‘청렴하고 바른 지도자’로 각인된 인물이다.
과거 고 제정구 의원의 보좌진이었을 당시 이 당선자와 함께 빈민운동을 했던 한 정치권 인사는 “(이)상락씨는 낮에는 노점상을 하고 밤에는 통기타를 들고 나이트클럽에 가서 노래를 부르는 고된 생활을 하면서도 사회운동에 적극 앞장서서 성남 지역에선 제정구 선생과 함께 빈민운동의 대부로 각인된 사람”이라며 ‘허위 학력 기재’논란에 휩싸인 이 당선자의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이 인사는 “함께 빈민운동 했던 인사들 모두 (이)상락이 형의 학력에 대해 알지 못했다. 물어볼 필요조차 없었다. 빈민운동 하는데 학력이 뭐가 필요한가”라 밝혔다.
이 당선자와 함께 빈민운동을 함께 했던 한 정치권 인사도 “이 당선자는 빈민운동의 모태라 할 수 있는 성남 지역에서 민중에게 민주투사로서 추앙 받아온 분이다. 뜻을 함께 하는 동료 후배들에게 머리에서 나온 논리가 아닌 행동으로서 가르침을 준 분이기 때문이다. (허위 학력 기재가) 현실 정치권에 나가 뜻을 이루려는 과정에서 불거진 일 같은데…”라며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이 당선자와 함께 사회운동을 했던 다른 인사는 “허위학력에 대해 주변 누구도 알지 못했다”라며 “경기도의회에 들어갈 때 쓰였던 허위학력이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자 계속해서 그걸 사용해온 모양인데 현실 정치권의 학력 우대 풍토에 부담을 느껴서 그런 것 아니겠나”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인사는 “그렇다고 그렇게 존경받던 분이 허위 졸업증명서를 만들 필요까지야 있었나”라며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주변의 안타까움에도 불구하고 이 당선자를 둘러싼 허위 학력 기재에 대한 논란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지난 5월21일 이 당선자에 대해 ‘위조공문서 행사,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위반’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허위학력 기재와 졸업증명서 위조 외에도 ‘충남 시골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사람’이라 적힌 예비후보 홍보물 9천2백22장을 선거구민들에게 발송한 혐의까지 받고 있다. 검찰은 이 당선자의 고교졸업증명서를 위조해준 혐의(공문서 위조)로 조아무개씨를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
민노당의 이 당선자에 대한 고발장을 작성했던 김정진 변호사는 “이 당선자가 훌륭한 사회 사업을 많이 해온 분인 것은 알지만 허위 학력 기재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최근 들어 엄중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판례로는 지난 2002년 6·13 지방선거 때 학력을 허위 기재해 부정선거방지법위반혐의로 기소된 김용일 전 서울 영등포구청장에 대해 법원이 벌금 2백만원을 선고해 구청장직에서 물러난 경우가 있다. 이 당선자의 앞날이 이 당선자에 동정적인 민의보다는 법적 근거로 잣대를 적용하는 사법부의 판단에 달려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