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곁에서 삶을 배우는 중”
―유품정리인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혹시 가족이나 주변인들이 말리진 않았나.
“현실 도피 과정에서의 만나게 된 인연이라고 할까. 가족들 친척들 심지어 친구들 누구 한 명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을 시작하게 됐다. 처음에 부모님에게 유품정리 일을 한다고 말하니 부모님께서 끝을 알 수 없을 듯한 깊은 한숨을 내쉬더라. 지금은 주위 사람 대부분이 알고 있다. 그저 호기심과 놀라움, 딱 그 정도 반응이다.”
―유품정리인을 하면서 가장 보람될 때는 언제인가.
“고인의 유품을 정리할 때 가장 힘든 것은 유품정리인들이 아니라 고인의 유족 분들이다. 부모님, 사랑하는 자녀들이 생활했던 곳의 물건들을 하나하나 치울 때 그 슬픔은 말할 수도 없다. 하지만 모든 작업이 끝나고 물품들이 깨끗하게 정리된 빈집을 볼 때 유족 분들의 마음도 한결 가벼워짐을 느끼게 된다. 처음의 어둡고 힘들어 하던 모습에서 한결 가벼워진 표정으로 고마움을 표현해 주실 때 가장 보람되고 일에 대한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게 된다.”
―가장 기억에 남은 작업은 무엇인가.
“형편이 어려워져 중학생, 고등학생 아들 둘과 동반자살한 가족이 기억이 난다. 너무 가슴이 아팠다. 얼마 전에는 40대 따님이 노모의 유품이 밖으로 하나씩 나가는 것을 보고 끊임없이 울더라. 알고 보니 어머니가 돌아가셨음에도 방을 치울 자신이 나지 않아 5개월 동안 머뭇머뭇하다가 결국 우리를 부른 것이다. 이렇듯 참혹하거나 함부로 말하기 힘든 사연이 있었던 곳보다는 유족의 사랑이 느껴지는 곳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다. 마지막 순간마저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일들이 놀랍도록 많기 때문에 가족 간의 마지막 애정마저도 느끼지 못하는 곳에서 일할 때는 우리들도 마음이 편치 않다.”
―유품정리인을 하면서 ‘죽음’에 대해 어떻게 보게 됐나?
“죽음이란 삶과 함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고인이 마지막 숨을 쉬었던 곳을 정리하다보니 오히려 죽음과는 정반대되는 ‘삶’이라는 것을 더욱 많이 생각하게 됐다. 재벌, 연예인, 대통령, 잘난 사람, 못난 사람, 절대 피할 수 없는 공통된 운명이 죽음이다. 돈 많다고 행복한 것 아니고, 잘생기고 배운 것 많다고 행복한 게 아니다. 내 가족 내 이웃과 함께 웃는 시간이 많은 사람이 제일 행복한 것 같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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