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태우세요?”
현장으로 출동하면서 운전석에 앉은 김태환 씨(29)가 뜬금없이 물어본다.
“아뇨, 전 안 피우는데요.”
“아마 피우고 싶을 거예요.”
김 씨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자, 기자도 짐짓 더 긴장이 되는 듯했다.
김태환 씨는 유품처리전문업체 ‘크린키퍼스’의 주임을 맡고 있다. 일을 시작한지는 1년 정도. 유품정리인이 된 계기는 흔한 말로 “어쩌다보니”이다. 어쩌다보니 인연을 맺게 됐고, 하다 보니 보람이 가득하단다. 서글서글한 인상을 가진 김태환 씨 옆에는 훈남형의 얼굴을 한 이성우 직원(27)이 앉았다.
“저는 아버지가 이 일을 시작하셔서 도와드릴 겸 하고 있어요.”
이성우 씨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렇게 새파랗게 젊은 남성(기자 포함)들은 죽음이 머문 현장을 향해 점점 다가가고 있었다.
숨진 지 3주 만에 발견된 할머니의 방에선 코를 찌르는 시취가 진동했다. 방바닥과 천장은 검은 체액으로 얼룩져 있었다.
“의뢰인이 할아버지이신데, 가물가물 하신 것 같아요.”
의뢰인과 전화 통화를 한 김 씨가 고개를 갸우뚱 흔든다. “혹시 할아버지가 가족이시냐”라고 김 씨에게 묻자 “가족은 아닌 것 같아요. 사실 그런 거는 잘 안 물어봐요. 고독사 자체가 비극이기도 하고 숨기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아서”라고 답한다. 업계에서는 개인의 신상을 묻거나 사인을 묻는 것은 ‘상도’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한다.
“저희는 그저 깨끗하게 짐을 싸드리면 되요. 고인이 남긴 흔적들을 하늘나라로 보내는 거죠.”
김 씨에 따르면 유품을 정리하는 일도 이웃주민들이 모르게 최대한 비밀스럽게 하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단다.
제대로 된 집 주소를 찾고 현장으로 가는 동안 김 씨가 사진 한 장을 보여준다.
“얼마 전에 발생한 트랜스젠더 살인 사건 아세요? 거기 현장도 저희가 치웠어요.”
지난 7월 26일에 동작구에서 발생한 트랜스젠더 살인 사건이 머릿속을 스쳤다. 당시 20대 남성 김 아무개 씨는 성매매를 위해 트랜스젠더 이 아무개 씨(여·30)의 집을 찾았다가 성매매 비용이 비싸다는 이유로 이 씨를 흉기로 찔러 무참히 살해했다. 이후 김 씨는 외부인이 침입한 것으로 꾸미기 위해 자신의 몸을 자해하기도 했다.
“흉기에 찔린 트랜스젠더가 살아보려고 숨지기 직전까지 방 이곳저곳을 다녔어요. 치우는 데 정말 보통 일이 아니더군요.”
김 씨가 보여준 사진에는 침대와 화장실, 집 안 온통 선혈이 낭자한 모습이었다. 끔찍한 광경에 눈이 질끈 감겼다.
“그래도 살인 현장은 차라리 나아요. 빨리 출동해서 그만큼 시신이 부패는 되지 않으니까. 여름에다 고독사면 마음을 굳게 먹고 가야 되요.”
옆자리에 앉은 이성우 씨가 담담하게 얘기한다.
할머니의 집에 도착하니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이미 사인에 대한 경찰 조사를 한 듯 문 앞에는 폴리스 라인이 처져 있다. 차에서 내린 김태환 씨가 코를 킁킁 거린다.
“냄새를 보니 이 집이 맞네요.”
어떤 냄새인지 인지를 못하고 있는 기자에게 이성우 씨가 방독면을 권한다. “덥기도 하고 방독면까지 쓸 필요 있겠느냐”며 자신만만하게 방독면 아닌 마스크를 쓰는 기자를 보고 이성우 씨가 “후회 하실 텐데…”라고 나지막이 얘기한다.
드디어 문을 열고 집 안으로 입성한 순간, “아! 이 냄새”라는 탄식이 몰려왔다. 한 번도 맡아본 적 없는 지독한 시취가 코끝을 찌르기 시작했다. 방 한 구석에는 검은색 액체가 들러붙어 있었다.
“이게 사람 몸에서 나오는 체액이에요. 단백질인 셈이죠.”
마스크를 쓴 김태환 씨가 시신이 누워있었던 자리를 가리키며 말한다. 검은색 액체는 바닥뿐 아니라 천장에도 일부 튀겨 있었다.
“아마 돌아가시기 전 피를 토하셨거나 기침을 심하게 하신 것 같네요. 체액이 예상외로 많이 퍼져 있어요.”
이성우 씨가 수건으로 체액을 묵묵히 닦으며 말한다. 체액을 닦아내자 시취는 더 심해진다. 기자의 얼굴에도 어느새 방독면이 씌어 있었다.
방 안 한가운데에 있는 책상 위에 향을 피워놓고 본격적으로 유품 정리 작업을 시작했다. 비닐봉투에 유품을 담아 다시 마대자루에 옮겨 담는다. 유품에도 냄새가 배어 있기에 밀봉을 하는 셈이다. 유품을 정리하다보니 무언가를 적어 놓은 종이들이 보인다. 사주팔자를 분석해 놓은 메모다. 종이가 놓여있는 나무함에는 ‘사주팔자 3000원’이라고 적혀 있다. 사주팔자를 보며 누군가의 인생을 예측하던 할머니는 정작 자신의 마지막을 예측하지 못하고 그렇게 떠났다.
“할머니는 자기가 이렇게 돌아가실 걸 알았을까?”
유품을 정리하던 김태환 씨가 질문을 던진다. 어느 누구도 쉽게 대답을 하지 못하고 할 일을 계속한다.
침대 매트에 구더기들이 꿈틀거리며 영역을 넓히고 있었다.
할머니가 쓰던 장롱과 침대를 들어 밖으로 내놓기 시작했다. 김태환 씨가 침대 구석을 보라며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구더기들이 꿈틀거리며 영역을 넓히고 있었다. 곳곳에 있는 파리 알도 눈에 띈다. 하지만 이 정도 수준이면 ‘양호’하다고 김 씨는 말한다. 심할 경우 구더기 수천 마리가 들끓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단다. 한쪽 구석에서는 이성우 씨가 칼로 장판을 도려내기 시작한다. 체액이 묻은 장판을 뜯어내야 시취도 줄어들고 작업도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냄새를 참지 못한 기자는 숨을 참고 있다가 밖으로 몇 번씩이나 왔다갔다를 반복한 후였다.
“아, 이 사진. 상을 받았나보네요.”
함께 작업하던 서주영 직원(45)이 할머니의 얼굴이 담긴 사진을 보며 나지막이 얘기한다. 사진에는 ‘경찰의 날 유공자 수상기념’이라고 적혀져 있고 경찰 간부에게 상장을 받으며 미소를 짓는 할머니의 모습이 보인다. 액자에 정성스럽게 담겨져 있는 그 순간이 할머니에게는 최고의 순간이었을 터. 하늘나라에서도 그 순간을 잊지 않길, 액자를 조심스럽게 떼어내 박스에 담았다.
유품의 거의 대부분은 버려지거나 소각된다. 냄새가 배어 있기에 재활용을 해서 쓰기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유족이 없는 고독사일 경우 유품을 인도할 사람도 없어 모든 유품을 업체에서 처리한다. 김태환 씨는 “혼자 살아도 기본 3톤 분량의 유품은 나오게 마련이다. 특히 나이가 드셨거나 할머니일 경우 유품이 많다. 쉽게 물건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날 할머니의 유품은 5톤가량의 분량이 나왔다.
그렇게 유품정리는 4시간가량 진행됐다. 유품정리를 지켜보던 한 이웃주민은 “할머니가 고혈압이랑 당뇨가 있었지 아마. 자식들을 보러 가도 잠깐 하루만 있다가 오는 거야. 혼자가 훨씬 편하다면서. 평소에 할머니가 혼자 살고 그래서 집안 정리를 잘 안했는데 이렇게 가고 나니까 싹 치우게 되네. 그나저나 자식은 안 왔대요?”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모든 것이 치워진 텅 빈 방에 이성우 씨는 마지막으로 소독약을 뿌렸다. 유품을 넣은 트럭 뒷문을 닫고 모든 작업은 마무리됐다.
“짬뽕이나 한 그릇 하실래요?”
할머니의 집 앞 중국집을 가리키며 김태환 씨가 말했다.
“아, 근데 이거 냄새가 배서 민폐가 아닐까 모르겠네.”
이성우 씨가 옷 냄새를 킁킁 맡으며 곤란한 듯 말한다. 결국 조심스럽게 중국집으로 들어가 마주 앉아 짬뽕을 허겁지겁 먹었다. 그토록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는데 무엇인가 낯선 느낌. 문득 <상실의 시대>에 나온 “삶은 이쪽에 있으며, 죽음은 저쪽에 있다”라는 구절이 떠올랐다. 비가 오던 하늘은 어느덧 조금씩 개기 시작했다. 유품을 정리해줘 고맙다는 할머니의 마음인 듯.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유품정리도 ‘경쟁시대’ 철거 용역들도 대거 시장 진입 지난해 발생했던 고독사는 ‘1700여 건’으로 추산된다. 5시간마다 한 명씩 고독하게 삶을 마무리하는 셈. 이미 고독사는 해가 갈수록 점점 늘어나 이제는 명백한 사회문제가 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기존에 일본에서 유행하던 유품정리업체도 국내에서 점점 하나둘씩 생겨나 어느덧 경쟁체제로 돌입하게 됐다. 유품정리에 대한 단가는 딱히 정해지지 않는다고 한다. 방과 유품의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뢰인과 협상을 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한다. 현장이 복잡할 경우 수백만 원까지 내야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마저 경쟁이 치열해 단가가 점점 낮아지는 상황이라고 한다. 유품정리인이 늘어나다 보니 직업에 대한 호기심을 갖는 이들도 늘어난다. 하지만 단순한 호기심으로 일에 뛰어들기에는 상당히 ‘위험’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김태환 씨는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힘들고 고된 일이다. 돈보다는 삶을 살아가는 이유를 찾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