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2100선을 돌파할 기세였지만 해외발 악재로 인해 2040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일요신문 DB
사실 이 보고서가 나오기 전부터 시장의 ‘선수’들 사이에서는 비슷한 우려가 있었다. 국제 기준금리 격인 달러화 기준 3개월짜리 리보(LIBOR, 런던 은행 간 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미국이 양적완화에 나선 후 줄곧 하락세를 유지했다. 그런데 지난 4월 말 0.222%를 바닥으로 반등, 9월 11일 현재 0.232%까지 올라왔다. 미국 채권시장의 지표가 되는 10년짜리 재무부증권(T-note) 금리도 8월 말 2.35%를 바닥으로 11일에는 2.531%까지 치솟았다.
금리가 오르면 돈을 빌려 주식과 채권 등 유가증권을 샀던 캐리(Carry) 투자자들에게는 일종의 원가상승 효과가 발생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를 이용해 전 세계에 투자됐던 자금들이 원가상승에 따른 상대적 수익 축소 위험을 피하려고 투자 포지션을 서둘러 청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최근 국내 시장에서도 외국인들의 움직임은 눈여겨볼 만하다. 8월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은 6개월여 만에 순유출을 기록했다. 채권을 사기보다는 파는 쪽에 무게를 둔다는 뜻이다. 증시에서도 미국의 금리에 민감한 미국 자금의 유입이 전월 대비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고, 주로 돈을 빌려 투자 규모를 늘리는 헤지펀드들은 석 달째 순매도를 이어갔다.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가 마치 9일에야 터진 듯하지만 이미 그 전부터 시장의 ‘센서’들은 위험을 알리고 있었던 셈이다.
게다가 미국 금리가 상승하면서 미-일 금리차 확대 가능성이 부각, 엔화 약세까지 부추기고 있다. 10일에는 엔-달러 환율이 106.3엔을 기록해 2008년 8월 15일 110.5엔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엔화 약세는 상대적인 원화강세라는 뜻으로, 결국 우리나라의 수출에는 부담이다.
물론 추석연휴 전 발표된 유럽중앙은행(ECB)의 전격적인 기준금리 인하가 호재로 해석할 수 있지만 미국발 금리상승을 이기기에는 역부족이다. 게다가 유럽 금융시장은 영국으로부터의 독립 여부를 묻는 18일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투표 이슈가 주요국 증시를 짓누르고 있다.
동시에 아시아에서는 중국 리커창 총리가 “중국 통화량이 충분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통화정책과 구조조정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해 인위적인 경기부양책 도입 가능성이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일본은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하회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연휴기간 대외변수의 흐름이 다소 증시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면서 “단기적으로 지수의 흐름이 저점을 확인하는 과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태동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시각에서만 보면 코스피가 2050선에서 제자리걸음 중이어서 연초대비 얼마 안 오른 듯 보이지만 외국인의 시각인 달러 및 유로표시 코스피는 연초 이후 각각 5.6%, 12.6%나 상승한 것으로 차익실현에 나설 만한 상황”이라며 “외국인 매수로 주식시장이 탄력적으로 상승하기 위해서는 수출주가 상승해야 하는데, 글로벌 경기 모멘텀이 부진해 한국 수출주의 매력이 부각되지 않고 있다. 외국인 매수세 둔화로 주식시장이 모멘텀 공백기에 진입할 가능성에 대비해 내수 소비주와 배당주 등의 틈새를 노리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투자자들이 증시에 뛰어들어야 돈을 버는 게 증권사의 사업구조인 만큼 해외발 악재를 오히려 저가매수 기회로 활용하라는 전문가들이 더 일반적이다. 이들 낙관론자들은 미국의 통화정책 후퇴 우려는 이미 시장에 계속 반영돼왔고, 이번 FOMC에서 조기 금리 인상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은 많지 않다는 논리를 펼친다.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이슈 역시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이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예견돼왔지만, 영국 정부가 다양한 회유책과 견제책으로 이를 저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박정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2000 초반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지만 미국의 금리인상은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이며, 유럽 역시 계속 돈을 푸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중국도 국유기업과 지방정부 개혁을 통한 경제 구조조정의 막바지에 다다른 만큼 현 시점에서의 가격조정은 적극적인 매수기회로 삼아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국면은 그리 오래가지 않을 전망”이라며 “이달 중순 이후를 생각한다면 코스피의 단기변동성 확대국면은 저점매수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조병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추석연휴 대외 악재 때문에 2008년부터 6번의 추석 직후 주가가 3번 급락했고, 급등하거나 상승 변곡점을 형성했던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면서 “이번의 경우 단기적으로 지수하락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본질적으로 추석 전후, 바뀐 사안이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