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호사거리 주상복합건물 ‘브라운스톤’. 이명박 전 시장의 친형 이상은 씨의 회사 다스가 지배하는 홍은프레닝이 시행사로 참여했다. | ||
주상복합 건물 ‘브라운스톤 천호’(지하 7층, 지상 15층)는 서울시 강동구 성내동 64-13번지에 주소를 두고 있는데 강동구 최대 상권으로 꼽히는 천호사거리에 있다. 지하철 5·8호선 환승역인 천호역과 지하로 연결된 데다가 한강 조망권에 현대백화점, 이마트 등과도 붙어 있어 ‘강동의 압구정’으로 부동산시장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현재 분양 중인 이 건물은 입주를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이 건물 시공은 이수건설이 맡고 있고 시행사는 ‘홍은프레닝’이다. 홍은프레닝은 과연 어떤 회사일까. 회사 등기부등본을 확인했다.
홍은프레닝의 전신은 1994년 9월 홍 아무개 씨에 의해 설립된 D 사. 당시 주소지는 서울 마포구 대흥동이었다. 당초 이 회사는 전자, 기계류 수출입을 하는 회사였다. 그러다가 2003년 5월 2일 홍은프레닝으로 사명이 변경되면서 모든 것이 바뀌게 된다. 회사 대표가 안순용 씨로 바뀌었고 임원진이 다 교체됐다. 주업종도 부동산 임대 및 관리업으로 바뀌었고, 주소지도 서울 서초구 양재동으로 옮겨졌다.
기자는 이 회사의 재무제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뜻밖의 사실을 발견했다. 홍은프레닝의 지배회사는 (주)다스였다. 다스의 회장은 이명박 전 시장의 친형인 이상은 씨이며, 이 전 시장의 처남 김재정 씨가 최대주주이다. 한나라당 박근혜 캠프와 범여권 일각에서 ‘실질적인 다스의 사주는 이 전 시장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회사다.
다스는 익히 알려진 대로 87년 7월 자동차부품 제조업을 목적으로 경북 경주에 설립됐다. 따라서 몇몇 종속회사들도 모두 자동차부품 제조와 관련된 회사들이다. 그런데 유독 부동산임대업을 하는 홍은프레닝이 포함돼 있어 눈에 띈다. 다스의 재무제표 확인 결과 2006년 현재 홍은프레닝의 주식 1만 주는 모두 다스가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와 있다. 다스는 이 회사 지분을 100% 소유한 지주회사인 셈이다.
다스가 홍은프레닝이란 회사를 인수한 것은 2003년 5월. 이때 회사명과 사업목적, 사업장 주소와 임원진이 모두 교체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당시 이사진에 등재된 임원들의 면면이었다.
대표 안순용 씨는 이 전 시장과 고려대 경영학과 동기로 아주 절친한 친구로 알려진 인물이다. 감사 김백준 씨 역시 현재도 이 전 시장 캠프에서 핵심인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알려진 최측근이다. 박영선 열린우리당 의원은 지난 6월 11일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이 전 시장과 BBK 및 LK이뱅크 관련 의혹을 질의하면서 “현재 LK이뱅크 대표이사는 이명박의 대학동기인 안순용 씨다. 그리고 지금도 이명박 캠프에 있고 2002년 선거 당시 총무팀장을 맡았던 김백준 씨가 2000년 2월부터 LK이뱅크의 이사로 등재되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공교롭게도 이 전 시장의 최측근이자 LK이뱅크에도 임원으로 몸담았던 안 씨와 김 씨가 바로 홍은프레닝이 다스로 인수되던 2003년 5월에 나란히 대표이사와 감사로 취임한 것이다. 두 사람은 취임 두 달여 만인 2003년 7월 말에 나란히 사임했다. 현재 대표이사는 경주에 주소를 둔 권 아무개 씨가 맡고 있다. 또한 이 전 시장의 고대 후배인 서 아무개 씨와 현대건설 부하 직원이었던 김 아무개 씨가 현재 이사로 등재되어 있다.
여기서 이 전 시장과 관련한 첫 번째 의혹이 제기된다. 다스의 종속회사인 홍은프레닝에 왜 이 전 시장과 관련 있는 인사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 전 시장 측은 “다스는 이 전 시장의 형이 경영하는 회사로 이 전 시장과는 무관하다”고 누차 강조하고 있다.
홍은프레닝의 현 주소지는 서울 강동구 성내동 64-13번지이다. 브라운스톤 천호의 주소지와 같다. 현재 공사 중인 건물에 회사 사무실이 있는 셈이다. 회사명으로 등록된 전화번호를 확인, 통화를 시도했다. 자신을 회사 관계자라고 밝힌 이 사람은 “권 대표는 현재 지방 출장 중이어서 통화가 어렵다”며 “지금은 통화가 곤란하니 나중에 하자”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나중에 다시 통화를 시도했을 때 받은 한 사람은 “나는 홍은프레닝 직원이 아니며, 관계자일 뿐이다. 회사는 지금 사무실을 구하는 중이어서 직원들이 아무도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직원들을 만나거나 통화하는 것도 어렵다. 한 달 후에 사무실을 구하면 가능할 것”이라는 이해하기 힘든 말을 했다.
홍은프레닝이 2003년 5월 사들인 성내동 땅의 원 소유주는 ‘I 사’였다. 폐쇄등기부 확인 결과 I 사는 회사 건물과 땅을 모두 홍은프레닝에 판 직후인 2003년 6월 18일자로 해산하고, 2003년 9월 29일 청산종결됐다.
그런데 취재 과정에서 이 전 시장과 관련된 또 하나의 의혹이 발견됐다. 이 전 시장이 재임 시절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뉴타운 계획과 홍은프레닝의 주상복합 사업 시기가 일치하는 것.
이 시장은 2002년 9월 시장 취임 직후 강북 지역의 균형적 개발을 위해 강북 뉴타운 계획을 우선 발표한 바 있다. 이 시장은 2002년 12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임기 중에 난개발 예방을 위해 강남, 서초, 강동, 송파 등 소위 ‘동남권’을 제외한 강북과 ‘서남권’ 지역에 뉴타운을 추가로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때까지만 해도 2차 뉴타운 선정 지역에서 강동구를 포함한 동남권은 제외된다는 것이 대세였다.
그러다가 2003년 9월 29일 김병일 서울시 지역균형발전추진단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서 “서울 전체의 균형 발전을 위해 뉴타운 추가 지정 대상에서 서울 동남권은 우선 순위에서 상당히 뒤져 있다. 올해 내 지정 대상에선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 한다”면서 “다만 강동의 일부지역은 동남권에 위치해 있지만 강북이나 다름없는 여건이며 이런 지역들은 별도로 검토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전까지만 해도 동남권은 확실한 제외라는 명확한 방침에서 예외 가능성을 처음 언급한 셈이다.
우연일까. 이 시기는 홍은프레닝이 I 사의 토지를 매입한 직후였다. 그리고 11월 18일 서울시는 12곳의 2차 뉴타운 지역을 발표했다. 동남권에선 유일하게 강동구 천호동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예상 후보지였던 서초구 방배동과 송파구 거여동 마천동은 동남권이라는 이유로 제외됐다.
다른 지역은 노후불량주택이 50% 안팎인 데 비해 천호동은 20% 수준으로 비교적 개발이 잘 된 지역임에도 선정되어 일각에서 의문이 일자 서울시 측은 “노후불량주택 비율과는 별도로 중랑구 중화동은 상습침수지역인 점이, 강동구 천호동은 성매매 밀집지역인 점이 감안돼 도심환경과 기능개선 차원에서 지정됐다”고 해명했다.
천호동 일대가 뉴타운 지역으로 선정되면서 인접 지역의 최대 상권인 천호사거리와 천호시장 등의 땅값이 들썩거렸다. 실제 회사 건물과 토지를 홍은프레닝에 판 I 사 측은 당시 이런 개발계획을 전혀 몰랐을까. 당시 I 사 대표였던 김 아무개 씨는 기자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이 같은 사실을 몰랐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 뉴타운 지역이 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있었으나 서울시에서 이미 강동구는 뉴타운 대상이 아니라는 발표가 있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회사 사정도 어려웠던 상황에서 한 부동산중개업자가 좋은 임자가 나섰다고 해서 그냥 팔았다”고 밝혔다.
그는 “막상 매매 계약을 하고 나자 얼마 후 그 인근 지역이 뉴타운지역으로 선정되더라. 솔직히 좀 아깝고 억울했다. 알아보니 부동산 가격이 엄청 올랐다고 하더라. 조금만 더 갖고 있을 걸 하고 후회했지만 이미 팔아버린 걸 어쩌겠는가”라고 밝혔다. 김 씨는 “당시 매입자가 어떤 회사라는 얘기만 들었지 구체적으로 무얼 하는 회사고 누구의 회사인지는 전혀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당시 다스는 왜 자동차 부품 제조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홍은프레닝을 인수했을까. 이 의문을 풀기 위해 다스 측에 문의했으나 다스의 고위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우리 회사는 계열사나 종속회사가 없다”고 밝혔다. 기자가 “재무제표상 홍은프레닝이라는 종속회사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하자 이 관계자는 “그럼 확인한 대로 쓰면 될 것이다. 나는 확인해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감명국 기자 km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