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연세대 특강이 왜 문제가 된 것일까. 노 대통령의 연세대 특강은 지난달 27일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있었다. 노 대통령은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지만, 준비된 원고를 읽는 행사였다는 점에서 연세대 특강이 직무복귀 후 노 대통령이 외부에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첫 대외행사였던 셈이다.
특강은 일정이 잡힐 때부터 비서실 내부에서 논란이 많았다. 연세대 총장 출신인 김 실장이 특강을 추진하자 청와대 참모들은 즉각 반대했다. 한 관계자는 “김 실장을 빼고는 모두 가서는 안된다고 진언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특강에 가기로 했다. 김 실장은 이 같은 청와대 내부의 반대분위기를 감안, 특강을 닷새 앞둔 지난달 22일 개각 방침을 밝히는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이 묻지도 않았는데 특강이 성사된 배경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대 김형철 교수로부터 <리더십 이론>을 강의받고 있는 수강생 1백여 명이 탄핵기간에 노 대통령 앞으로 편지를 보내 강연을 요청했고, 이를 노 대통령이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참모들이 반대한 이유는 노 대통령이 탄핵기간 동안 응축된 ‘한’을 한꺼번에 쏟아낼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우려는 현실로 드러났다. 노 대통령은 특강에서 특유의 오기와 고집, 반대세력에 대한 적대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청중이 친노성향이 강한 대학생이라는 점도 노 대통령의 강성발언 분위기를 돋웠다.
이미 언론에 보도됐던 내용이지만 핵심적인 발언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조폭 문화 알죠? 자기들끼리는 칼 같은 법을 세워놓고 있다. 외부 세계에 대해서는 전혀 법을 존중하지 않는다. 칼 들고 나오고 페어플레이 없고 무조건 비열한 수단을 동원해 공격하고, 전혀 룰 인정 않고 내부는 강력한 룰 만들어 놓고 그 사이에서 철저히 충성과 보상의 관계 맺고 있다. 그 조직에 들어있는 한 특별 대우하고 특별 대우받고 한다. 폐쇄적 특권적 집단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과거 군국주의 군대에도 살아있었고 정치 권력에도 이 논리 통했던 때가 있었다. 보편적 지지가 없으니 많은 사람의 저항이 있고 그러니 강고히 제압하려 주거니 받거니 하는 주종 관계를 맺고, 물질 명예적인 관계를 주며 외부 세계 보편적 법 질서를 유린하는 것을 조폭 질서라 해야 하지 않나. 이게 지난날 우리 정치, 잔재가 남아있다는 것이다. 제가 정경유착 끊자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그 사이에 부당한 거래 이뤄져 일반 국민 피해 입었다. 권언 유착 끊읍시다. 권언은 끊긴 것 같은데… 정언 유착은 있는 것 같아요. 그죠? 아직 정부 안에 있는 권력 기관에도 이 사고 잔재 남아 있는 부분이 없지 않다. 참여정부 끝날 때는 없어질 것이다. 제가 정부는 책임지겠다. 정경유착도 제가 높은 수준의 것은 끊겠다. 정언 유착은 국민이 좀 해 달라. 특권적 문화 즉 조폭 문화를 청산하자.
▲ 지난 5월27일 노무현 대통령이 연세대 특강에서 한 거침없는 발언이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재보선 참패의 한 원인이 됐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
오늘날 의제 설정하고 의제 주도하는 힘은 아직은 ‘조중동’이다. 그리고 재계가 내거는 것이 주제가 된다.
경제 위기론 동의하지 않는다. 많은 지표 보고 있는데 위기는 언제든지 오지만 잘 관리하고 있어서 제가 있는 동안은 문제 없다 안심하십시오.”
노 대통령은 구 정치세력을 조직폭력배에 비유했다. 비유강도가 너무 셌다. 은근히 한나라당 중심의 보수세력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언론은 노 대통령이 ‘특권적 조폭문화’의 청산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파장이 커지자 청와대는 ‘조폭적 특권문화’로 바꿔달라며 말을 순화시키려 안간힘을 쓰는 해프닝까지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보수에 대한 발언에 강하게 반발했다. 연일 신문에 보수발언이 보도되면서 범 보수세력이 역결집하는 현상이 생겼다. 재보선을 앞둔 한나라당은 이를 역이용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 “노 대통령을 홍보위원장으로 임명하자”는 말이 나왔다.
정언유착 청산을 국민이 해달라는 발언은 언론개혁과 관련돼 파장이 컸다. 지난해 말 노사모의 리멤버 12·19 행사에서 했던 ‘시민혁명’ 발언을 연상시켰다. 조중동에 대한 적대감 표출도 같은 맥락으로 분석됐다.
경제난으로 청년실업이 극심한 상황에서, 대학생들 앞에서 경제가 위기가 아니라고 강변한 것도 대통령이 얼마나 현실에 안이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줬다는 지적이 나왔다.
연세대 특강과 관련, 눈길을 끄는 것은 청와대 내부에서 노 대통령의 연세대 편애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27일 특강에는 김우식 비서실장, 윤태영 대변인, 천호선 의전비서관, 윤후덕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모두 연세대 출신이다. 여기에다 새로 수행을 맡은 문용욱 비서까지 연세대 출신이어서 완전히 연세대판이 됐다. 노 대통령은 특강 첫머리에서 “제 아들과 며느리가 다 연대 출신이다. 아마 그것도 (특강) 결심에 약간…”이라며 웃음을 유도했다.
참여정부의 청와대는 유독 연세대 출신이 많았다. 급기야 연세대 출신 386 참모들이 비서실장으로 연세대 총장을 건의했고 노 대통령이 받아들였다. 이런 상황에서 노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하자마자 연세대 특강이 이뤄지고, 그 후유증이 심하자 연세대 동문들이 노 대통령을 잘못 이끌어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의 한 행정관은 “대통령의 왼팔인 안희정씨는 대선자금의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들어가 있다. 안씨는 고려대 출신이다. 그런데 오른팔인 이광재씨는 총선에 당선돼 실세의원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연세대 특강 이후 청와대 내 연세대 출신 핵심 참모들은 말조심, 몸조심을 하고 있다. 김우식 실장의 비서실 장악력도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