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형제’로 불리며 예능프로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샘 오취리와 샘 해밍턴. 이들의 인기는 웬만한 스타 못지않다. 작은 사진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사회에 참석한 샘 형제.
방송가에서 외국인 연예인 열풍을 주도하는 스타는 호주 출신의 샘 해밍턴을 중심으로 가나에서 온 샘 오취리, 프랑스인 파비앙, 터키인 에네스 카야, 일본인 사유리 등이다. 3~4년 전과 비교해 더욱 다양한 인종의 외국인들을 TV에서 만날 수 있다.
특히 최근 가장 주목받는 샘 오취리는 자신의 고향이 아프리카 가나라는 점을 들어 “가나 초코릿 광고에 출연하는 게 목표”라는 말을 할 정도로 한국 정서는 물론 개그 감각까지 갖췄다. 그가 샘 해밍턴을 앞지르며 각 예능 프로그램 섭외 1순위로 꼽히는 이유다. 심지어 자신의 꿈은 “가나 대통령이 되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당차다. “한국에서 공부하고 익힌 것들을 가나로 돌아가 활용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처럼 외국인 연예인들은 각자의 개성과 매력이 강하다 보니 최근 방송가에서 이들을 기용하는 데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과거 여러 연예인 사이에 한두 명씩 참여하던 ‘옵션’ 방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프로그램 전체를 이끄는 ‘주역’으로 당당히 인정받는 분위기다.
이 같은 바람에 불을 지핀 건 종합편성채널 JTBC가 방송 중인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의 성공이다. 한국에 살고 있는 다국적 청년 10여 명이 하나의 주제를 놓고 토론을 벌이는 내용이다. 각국에서 모인 출연자들은 전현무, 성시경, 유세윤 등 국내 연예인들과 뜻밖의 부분에서 의견 차이를 보이고, 제작진은 그 모습을 여과 없이 담아낸다. 예능 프로그램 본연의 재미도 있지만 출연자들이 꺼내는 서로 다른 의견 속에서 각자의 문화를 이해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한편으론 우리 현실을 반추하게 만드는 효과까지 만드는 게 <비정상회담>의 강점이다.
<비정상회담>은 2006년 KBS 2TV <미녀들의 수다>로 본격 시작된 외국인 프로그램을 한 단계 발전시켰다는 평가도 받는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대거 기용해 그들의 생활과 시각을 담아냈던 <미녀들의 수다>가 에피소드에 집중했다면 <비정상회담>은 그들의 눈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의 더 높은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평가다.
덕분에 최근 방송가에서는 외국인 연예인을 기용한 프로그램 편성이 줄을 잇고 있다. MBC가 10월 새로 방송하는 <헬로! 이방인>이 대표적이다. 한국서 생활하는 외국인 10여 명이 게스트하우스에 모여 1박2일 동안 함께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 프로그램은 지난 추석 연휴 특집 프로그램으로 먼저 방송돼 시청자들로부터 호평받았다. 외국인이지만 누구보다 한국적인 정서와 문화에 친숙한 이들의 모습이 대중의 높은 관심을 이끌어내며 특집 프로그램으로 방송된 지 한 달 만에 정규 편성이 확정됐다.
<님과 함께>의 이상민 사유리, <나 혼자 산다>의 파비앙, <비정상회담>의 에네스 카야(왼쪽부터 시계방향).
<헬로! 이방인>의 한 제작관계자는 “서로 다른 국적을 가졌지만 한국과 한국의 문화에 관심을 갖은 모습이 시청자의 공감을 얻고 있다”며 “단순한 재미만을 추구하지 않고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살며 느끼는 고민도 현실적으로 담아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실 외국인 연예인의 예능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건 그만큼 ‘활용 가능한’ 스타가 많아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샘 해밍턴, 사유리, 줄리엔 강 등 극소수에 불과했던 외국인 연예인 수는 최근 10여 명까지 훌쩍 늘어났다. 외국인 연예인만 전문으로 담당하는 매니지먼트사도 생겼다.
최근 ‘샘 형제’로 불리며 두각을 나타내는 샘 해밍턴과 샘 오취리의 인기는 웬만한 스타 못지않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현재 샘 오취리는 최근 MBC <무한도전> 출연을 시작으로 케이블채널 tvN의 <황금거탑>, <달려라 꽃마차> 등의 프로그램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광고브랜드 가운데서도 스타들이 탐낸다는 아웃도어 광고 모델로도 발탁돼 화제를 낳고 있다. 파비앙도 빼놓을 수 없다. MBC <나 혼자 산다>에서의 활약에 힘입어 KBS 2TV 드라마 <하이스쿨:러브 온>에도 출연하는 그는 신설되는 <헬로! 이방인>에서도 출연진을 이끄는 주축의 책임을 맡는다.
외국인 연예인의 인기 배경은 “낯설지만 사실적인 모습”에서 나온다. 실제로 최근 활약하는 외국인들은 짧게는 4~5년에서 길게는 10년여 동안 한국서 생활하며 우리 문화와 정서를 습득한 이들이다. 교환학생으로 고려대학교에 진학해 거침없는 ‘술 문화’부터 익히며 한국생활에 적응한 샘 해밍턴부터 정치인과 유명 인사들의 통역으로 활동하다 재능을 인정받아 연기자로 먼저 데뷔한 에네스 카야가 대표적이다. 샘 오취리는 가나에서 한국 자동차 관련 일을 하던 아버지의 조언으로 장학금을 받고 서강대학교에 진학해 학창시절을 보냈다. 이들은 오랜 한국생활을 동안 여러 조직과 얽히며 사회를 경험했고 그렇게 익힌 정서와 문화를 ‘장기’ 삼아 이제는 더 많은 대중과의 소통에 나서고 있다.
한 방송관계자는 “한국에 살면서 우리 문화를 경험하는 외국인이지만 정서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외국인들의 눈으로 보는 우리의 모습이 시청자에겐 신선한 충격을 줄 때도 많아 대중의 관심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