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선거 관련 이견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새정치연합의 비상대책위원회 모습.
모바일 논의에 가장 반기를 드는 쪽은 호남계 중진들이다. 구호남계 차기 당권주자인 박지원 의원은 “모바일 투표가 문제가 없다고 했는데, 가장 큰 문제”라며 문희상 위원장을 향해 “말조심하시라”고 쏘아 붙였다. 범친노로 분류되며 호남세가 있는 정세균 의원은 “선비는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매지 말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비대위원 모두 전대 관련 발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할 것을 제안드린다”고 보탰다.
당 바깥에서는 친노진영이 모바일 선거에 찬성 기류, 비노계는 반대 기류라는 도식을 그리고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대부분의 새정치연합 의원과 관계자들은 “차기 전대 모바일 투표 도입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한 친노계 초선 의원은 “모바일 투표는 선관위에서 위탁관리를 해 주지 않는다. 이 때문에 선거의 4대 원칙을 훼손하고 총·대선이 아닌 당 대표 선출하는데 있어서는 일단 당원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팽배하다”고 밝혔다.
현재 부정적인 입장이 지배적이지만 차기 전대를 앞두고 ‘모바일 카드’가 재론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현재 10%대에 머물고 있는 지지율과 당의 재정 여건 등을 감안했을 때 모바일을 통한 참여 유도만큼 폭발력이 크고 합리적인 대안이 없다는 주장이다.
모바일 선거를 지지하는 야권 관계자는 “시민참여형 네트워크 정당을 말하고, 외연 확장을 말하면서 모바일을 배척하자는 것은 안 될 말”이라며 “모바일 투표를 하든지, 안 하든지 전대 때는 모든 후보자가 동원을 한다. 오히려 완벽하게 오픈한다면 각 계파별 동원력이 무의미해지는 것 아니겠느냐”고 밝혔다.
이 같은 주장에도 야권에서 ‘모바일 활용’에 관한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는 것은 여전히 ‘모바일 선거→친노 우위→패권 형성’이라는 공식을 떠올리고 있어서다. 지난 2012년 1월 민주통합당 출범 당시 한명숙 대표의 당선, 그리고 야인에 머물러 있던 문재인 후보의 당내 경선 압승을 견인한 것이 모바일을 통한 동원력에 있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당시 투표 결과를 보면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 민주통합당 첫 번째 전당대회에서 한명숙 대표는 모바일은 물론 대의원 투표와 현장투표 모두 1등으로 당선됐다.
이후 진행된 대선 경선 역시 ‘굴러온 돌’ 문재인 후보가 ‘박혀 있던’ 손학규 후보와 ‘뽑혀 올라온’ 김두관 후보를 손쉽게 꺾고 당선됐다. 이때도 문 후보는 대의원 순회투표, 당원 현장투표, 모바일 투표 등 모든 부분에서 다른 후보들을 앞질렀다. 문 후보가 현장순회 경선에서 연승을 기록하자 다른 후보 캠프에서 “경선 시스템 관리업체 대표의 친형이 문재인 캠프 특보로 가 있다”며 공세에 나섰을 정도다.
모바일 정당을 모토로 하는 새누리당의 ‘크레이지 파티’ 홈페이지 캡처.
이후 좀처럼 당 전면에 나서지 않았던 이해찬 의원은 최근 새로운 ‘룰’을 제시하면서 관심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이 의원은 최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당 대표 선거를 없애고 공천권을 각 시·도당에게 돌려주자”는 파격안을 제안한 것을 두고 뒷말이 나오는 것이다. 이날 이 의원은 “계파라는 것이 결국 당 대표 한 사람을 세운 뒤 지도부 공천을 받으려는 과정에서 생기는 것 아니냐”며 야권의 고질적인 계파 문제의 해결책으로 이 같은 안을 내놨다.
이 과정에서 이 의원은 “인터넷을 당권을 잡는 발판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선을 그었음에도 벌써부터 계파를 불문하고 “당권을 유지하기 위해 모바일을 대체한 발상”이라며 비판이 나온다. ‘친문재인’ 성향의 한 비례대표 의원은 “모바일로 참여 유도가 불가능할 것 같으니 우회적인 통로를 선택하는 듯하다”며 “장·단점이 있겠지만 당 대표 없이 공천권만 시·도당에 넘기면 해당 지역에 조직이 없는 정치 신인들은 무척 불리해진다. 현역 의원에게 유리한 구도를 만드는 것은 혁신과 거리가 있다”라고 말했다. 비노계 한 당직자도 “직접 당 대표를 못하니 각 계파의 정점에 서서 심판자 노릇을 하려는 것”이라고 힐난하기도 했다.
야권이 당 노선과 외부 참여를 얼마나 허용할 것인가를 놓고 자중지란에 빠진 사이 새누리당은 ‘누구나 참여하는 모바일 정당’이라는 모토로 개방형 구조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새누리당에서 만든 모바일 정당 ‘크레이지 파티’는 지난 2일 “투표 연령기준을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하향 조정하는 안건에 대해 대국민 온라인 투표를 진행한 결과, 찬성이 61.8%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관련된 공직선거법과 국민투표법, 주민투표법의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고 전했다. 크레이지 파티는 지난 5월 “일반 국민이 비례대표 2명의 공천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방안을 도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권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모바일을 활용한 참여 유도 시스템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진단이 많다. 앞서의 야당 관계자는 “새누리당에서 모바일 운운하는 것은 결국 홍보용이거나 총·대선 때 오픈 프라이머리를 관철하려고 하는 것이지 근본적으로 변하려는 게 아니다”면서도 “여하튼 바깥에서 보기에는 뭔가 달라지려나 보다 하고 여길 것 아니냐. 우리는 뭐 하고 앉았는지. 한쪽에서는 유력한 대선 후보 하나 죽이기에 골몰하고 있고, 다른 쪽에서는 주도권 빼앗길라 아예 뿌리를 뽑으려고 한다”라고 일갈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