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의 제시카(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팀에서 제외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탈퇴냐 퇴출이냐를 두고 논란을 빚고 있다. 소녀시대는 앞으로 8인조 그룹으로 활동할 계획이다. 사진제공=KBS
소녀시대가 최근 뜨거운 이슈를 모으는 건 제시카의 탈퇴 때문이다. ‘전격적이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갑자기 일어난 이번 논란으로 인해 앞으로 소녀시대의 활동 방향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제시카는 9월 30일 오전 5시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오늘부로 더 이상 소녀시대 멤버가 아니라는 통보를 받았다”는 글을 써 충격을 던졌다. 제시카는 글에서 “저는 소녀시대 활동을 우선시하며 적극적으로 전념하고 있었다. 정당하지 않은 이유로 이런 (탈퇴) 통보를 받아 매우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또 “깊은 슬픔을 느꼈고 내가 믿었던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받았다”고도 썼다. 이 글을 한글과 영문으로 동시에 작성됐다.
마침 이날은 소녀시대가 중국에서 열리는 팬미팅을 위해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할 예정이었고 실제로 공항에는 제시카를 제외한 8명만 모습을 드러냈다. 이로써 제시카의 탈퇴는 기정사실화됐다.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SM)는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상황을 설명했다. 제시카가 올해 봄 ‘개인적인 사정’으로 이유로 앞으로 한 장의 앨범에만 참여한 뒤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알려왔다는 내용이다. SM은 “제시카와 소녀시대 활동에 대한 우선순위 및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부분이 있었고 이에 대한 정확한 조율이 부족했다”며 “지속적인 논의에도 도저히 팀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소녀시대는 8명으로 그룹을 재편하는 한편, 제시카는 그대로 SM 소속으로 잔류한다고 알렸다.
사실 제시카 사태 이전에도 소녀시대를 바라보는 연예계의 시선은 과거와 달라졌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히트곡 ‘오!’ ‘소원을 말해봐’ 등을 연달아 내놓으며 전성기를 누리던 3~4년 전과 비교해 올해 들어 그룹으로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특히 올해 2월 출시한 신곡 ‘미스터 미스터’는 대중적인 지지를 얻지 못했고, 소녀시대 멤버 3명이 따로 구성한 그룹 태티서가 9월 초 발표한 노래 ‘할라’도 같은 시기 영화음악 ‘비긴어게인’ 등의 인기에 밀려 음원차트에서 만족할만한 성적을 거두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8인조로 거듭나는 소녀시대가 순수하게 그룹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특히 제시카가 9월 초 서울의 한 유명 법무법인을 찾아 그룹 활동과 사업에 관련한 내용을 문의한 사실까지 공개되면서 향후 소송전이 벌어질 가능성마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제시카가 자신의 입장을 추가로 전하는 통로로 SNS나 소속사가 아닌 제3의 홍보대행사를 택했다는 점도 서로 갈등의 골이 깊어진 사실을 드러낸다.
중국의 누리꾼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제시카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공개했다.
제시카는 현재 한국계 미국인 타일러 권(권녕일)과 교제 중이다. 이미 결혼 등에 대한 계획을 세웠고 이르면 내년 5월 홍콩에서 식을 치를 예정인 것으로도 전해지고 있다. 타일러 권은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투자회사 코리델 캐피털 파트너스 연예사업부 CEO다. 둘은 올해 초 열애설이 처음 보도됐고 이후 몇 차례 의심 어린 시선을 받아왔다. 제시카는 봄부터 가까운 지인들에게 결혼 계획을 알렸고, 최근 들어 이는 더욱 구체화됐다.
제시카가 현재 벌이는 패션사업도 타일러 권의 도움으로 이뤄가고 있다. 제시카는 8월 ‘블랑’이란 이름의 브랜드를 론칭하고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선글라스 판매를 시작했다. 향후 액세서리와 향수, 의류까지 순차적으로 론칭할 예정이다. 홍콩과 중국에선 매장 오픈도 추진 중이다.
제시카가 소녀시대와 이견을 보인 부분이 바로 이 패션사업이다. 제시카는 충분한 동의를 얻었다고 판단해 브랜드를 론칭했지만 정작 소녀시대 멤버들은 ‘그룹 활동에만 집중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시카가 활동과 사업을 병행할 뜻을 굽히지 않자, 그룹 내부에서 뜻을 모아 팀 탈퇴를 통보했다는 게 요지다. 제시카 역시 “사업을 계획하며 소속사, 멤버들과 수차례 충분히 논의하고 이해를 구했다”며 “그러나 론칭 한 달 만에 멤버들은 돌연 입장을 바꾸고 회의를 소집했다. 저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사업을 그만두든지 소녀시대를 떠나든지 택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제시카로 촉발된 스캔들은 당분간 소녀시대를 끈질기게 따라다닐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소녀시대는 예정된 일정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내년 1월까지 중국 팬미팅 투어를 진행한다. 12월에는 일본 도쿄돔 콘서트도 계획 중이다. 스캔들을 딛고 소녀시대가 지금의 인기를 이어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