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각서인가, 아니면 휴지조각인가?
전북도의회 양용모 의원(전주8)은 8일 심덕섭 행정부지사를 상대로 삼성 투자 MOU 관련 긴급 현안 질문을 통해 양해각서 공개와 대도민 사과, 그리고 새로운 새만금 개발 계획을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따라 사초(史草)나 다름없는 삼성 투자 MOU를 공개라는 요구가 재점화되면서 전북도는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삼성 투자 MOU는 2011년 5월 전북도와 삼성이 새만금 신재생에너지단지에 1단계 7조 6천억원을 포함해 2021년 이후 총 23조 3천억원을 투자해 그린에너지 생산단지를 조성한다는 내용이다.
◇ 전북도의원 “회군하라”
양 의원은 “삼성은 지난해 신수종사업단 해체에 이어 MOU를 주도했던 김순택 부회장마저 정년 퇴직함으로써 투자 주체가 사라졌다. 신재생에너지용지를 없앤 것은 삼성이 새만금에서 발을 빼도록 뒷받침한 것이다”면서 전북도를 몰아 세웠다.
이어 “최근 삼성이 태양광사업을 접는다는 언론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그런데도 전북도만 삼성 투자를 믿고 있다”면서 MOU 공개와 함께 대도민 사과, 그리고 새로운 새만금 종합개발계획을 수립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심덕섭 부지사는 “신재생에너지용지라는 용어는 사라졌지만 국제단지로 흡수됐으며 ‘삼성MOU 용지’라고 명확히 함으로써 오히려 투자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고 해명했다.
“삼성은 태양광사업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사업 방향을 수정한 것이다. 또 전북도와 삼성 간 MOU 비공개 약속은 신뢰 문제다”면서 “삼성 투자를 신뢰한다”고 강조했다.
◇ 투자 각서인가, 아니면 휴지조각인가?
투자 양해각서(MOU) 공개 논란의 핵심은 이 양해각서를 삼성이 새만금지역에 투자할 목적으로 작성한 문서로 봐야 할 것인지, 아니면 당시 궁지에 몰린 전북도의 요청(?)에 의해 작성된 정치적 휴지조각으로 봐야 하는지가 핵심이다.
이 문제를 이따금 거론하고 있는 도의원들은 공개 논란에서 보듯이 문서를 보기 전까지는 최근 삼성을 둘러싼 일련의 정황을 볼 때 진정성에 여부에 대한 명확한 해석을 내렸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MOU 공개에 대한 논쟁은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전주출신 장세환 의원이 18대 국회 전북도 국정감사에서 삼성 투자 MOU는 실행 의지가 담보되지 않은 여론 무마용이라며 의문을 제기한 지 3년 6개월째다.
당시 장 의원은 전북혁신도시로 이전 예정이었던 토지공사가 주택공사와 합병된 뒤 경남 진주로 이전함에 따라 들끓었던 도민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미봉책이었다고 주장했다. 쉽게 말해 짜고 친 사기극이라는 것이다.
이후 이 문제는 전북도가 MOU 공개는 “신의에 어긋난다”며 완강하게 비공개를 고수하면서 일단 물밑으로 가라앉은 사안이다.
전북도는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전북도와 삼성그룹간 체결된 MOU가 정치적 의도를 지닌 ‘사기극’으로 비춰지는 데 내심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새만금 투자 MOU의 한쪽 당사자인 삼성은 지난 2011년 4월 발표 이후 3년6개월이 다 되도록 단 한 마디도 없이 함구로 일관하고 있어 그 속내에 대해 억측 또한 구구하다.
◇도의원들의 생각
당시에 어쩔수 없이 내놓은 여론무마용이었다면 현실을 인정하고 조속히 ‘회군’하는 것이 전라북도 전체 이익을 위해 바람직하다는 게 의원들의 생각이다.
실현되지도 않을 일을 붙잡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괜히 지체했다가 일이 틀어지면 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도 못 막는 꼴을 당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더구나 민선5기 전임 도지사 당시 벌어진 일 만큼 만시지탄이지만 훌훌 털어버리고 새술은 새 부대에 담는 게 낫다는 논리다.
전북도의 입장이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도의회 일각의 시각도 있다. 도정 책임자가 바뀐만큼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것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에도 조금씩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간 의회에서 전북도의 조속한 ‘회군’을 요구해 왔던 의원들도 전북도의 입장 정리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 분위기다.
◇ “전북도가 결자해지해야”
문제는 이러한 논란으로 도정 당국이나 의회, 도민 모두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공개 논란이 계속된다면 삼성의 비중을 감안할 때 새만금 내부 개발 그림을 어떻게 그려야 할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전북도와 의회가 대립각을 세워가면서 사회적 비용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전북도가 나서서 공개에 따른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양해각서가 어떤 성격인지 입장을 밝혀야 하다는 지적이다.
지금은 삼성의 실제 투자 여부를 떠나 이 문제가 도민 기만이라는 정치적 사안으로 비화된 만큼 진실여부를 전북도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논란이 지속되는 것에 대해 도나 의회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원칙적으로 의견을 같이한다. 전북도나 의회 모두 전북발전을 위해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는 명분에서는 동일한 입장인 셈이다.
그럼에도 공개해서 진실을 따져볼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결국 제2, 제3의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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