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향군인회 시공사로 선정된 신동아건설이 송파구 신천동에 재건축하고 있는 향군회관. | ||
재향군인회는 지난 2004년 향군회관을 주상복합아파트로 재건축하기로 결정하고 시공사를 포스코건설로 선정했다. 하지만 2006년 박세직 현 회장이 부임하면서 돌연 시공사를 교체하기로 결정하고 이후 네 차례의 재입찰을 거쳐 신동아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하지만 이미 결정됐던 건설사를 다시 선정한다는 재향군인회 측의 입장 변화 때문인지 시공사를 재선정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에도 인근 부동산 업자들 사이에서는 갖가지 소문이 무성한 실정이다. 재향군인회 고위 인사들의 이름도 검찰 내사에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대형공사에는 원래 뒷말이 많은 법이라며 관련 의혹들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신천동 알짜배기 땅에 위치한 향군회관 재건축을 둘러싸고 나돌고 있는 각종 의혹들의 진상이 무엇인지 일요신문이 따라가봤다.
잠실역에서 불과 5분 거리에 위치한 향군회관 부지는 송파구 일대에서도 가장 금싸라기 땅으로 꼽힌다. 주변에는 이미 ‘잠실 스타파크’ ‘삼성 웰리스’ ‘롯데캐슬 골드’ 등 고급 주상아파트가 들어서 있어 강남에 이어 제2의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촌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향군회관은 지난 2004년부터 ‘회원의 권익을 높이고 재향군인회가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 아래 향군회관 부지에 주상복합 아파트를 재건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향군회관의 재건축 발표 이후 여러 건설사가 공사수주를 희망했으나 최종적으로 포스코건설이 시공사로 결정됐었다. 당시 포스코건설은 여러 언론에 향군회관과 하나은행 잠실전산센터 부지(두 부지가 붙어있음) 8000여 평에 대규모 주상복합 아파트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포스코건설 측은 “대형 건설업체가 대거 참여해 치열한 입찰 경쟁을 벌였다”며 “입지가 좋아 분양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며 2008년 12월 즈음에 완공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스코건설이 신천동의 알짜배기 땅 8000여 평에 주상복합 아파트를 짓는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주변 부동산 업자들은 ‘포스코타운’이 들어설 것이라며 드러내놓고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2006년 재향군인회 측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시공사를 재선정하기 위해 공개입찰을 실시했다. 이후 재향군인회는 네 차례에 걸쳐 재입찰을 실시했고 처음에 10여 개 불과하던 참여업체는 이후 40여 개까지 늘어났다. 우여곡절 끝에 작년 10월에 신동아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포스코건설 입장에선 ‘졸지에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된 셈이다. 재향군인회 부지 옆의 또 다른 포스코건설 주상복합 건물 건축 현장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이 건물을 완공하고 옆으로 옮겨가 향군회관 재건축을 하는 줄 알고 있었다”고 말해 포스코건설 측도 최근까지 향군회관 공사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었음을 내비쳤다.
시공사 변경사유도 분명치 않지만 그 과정도 의혹이 일고 있다. 시공사가 최종적으로 선정되던 작년 하반기에 신동아건설은 유동성에 문제가 있다는 소문이 시장에 파다했고 이 같은 소문을 알고도 재향군인회 측이 다른 대형 건설사들을 제치고 도급 순위 30위권 밖에 있던 신동아건설을 시공사로 최종 선정했다는 것이다. 또 재향군인회 측은 당시 분양권 통장에 대한 질권을 설정해주면서까지 신동아건설이 국민은행으로부터 1000억 원을 대출받게끔 보증을 서준 것으로 알려져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결국 도급 순위로 보나 유동성 문제로 보나 입찰에 참여한 다른 건설사보다 뒤처지는 신동아건설이 가장 유리한 금액을 써냈다는 이유로 시공사로 선정된 셈이다.
시공사 선정과정이 석연치 않았던 탓인지 향군회관을 둘러싼 잡음은 이뿐만이 아니다.
신동아건설이 로비를 했다는 소문은 그중의 하나. 실제로 로비를 받았다는 재향군인회 관계자들의 이름이 검찰에 오르내리고 있다고 한다. 이들과 관련된 사안은 대검을 거쳐 서울중앙지검으로 옮겨져 내사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향군회관 인근 부동산 업자들 사이에서도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애초부터 공사를 완공할 수 없었던 신동아건설이 수주한 만큼 신동아 측이 공사를 끝까지 마무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얘기부터 ‘신동아건설이 사정이 좋지 않아 다시 다른 업체에 하청을 줘야 하는데 이 때문에 재향군인회 측과 적지 않은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모두가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힘든 얘기지만 업계에선 이를 믿는 업체도 꽤 있는 것 같다.
실제로 인근 A 부동산업자는 “시행을 맡겠다며 재향군인회 측과 접촉을 시도하는 업체들이 적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업자는 재향군인회 관계자의 말을 빌려 “재향군인회 고위 관계자가 신동아건설이 어렵다는 소문이 들려도 먼저 그 쪽 (신동아)에서 나간다고 해야 되는 거지 재향군인회에서 먼저 계약을 파기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의혹들에 대해서 재향군인회는 모두 악성 루머라며 반박하고 있다.
재향군인회의 한 관계자는 “2006년에 시공사를 바꾸기로 한 것은 애초에 포스코건설과의 계약이 수의계약이었던 만큼 새로 부임한 박세직 회장이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공개입찰을 실시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에 재선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포스코건설측이 이런 사정을 양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의계약으로 포스코건설을 선정했다”는 이 관계자의 해명은 포스코건설이 지난 2004년 언론보도를 통해 ‘대형건설사 간에 치열한 입찰 경쟁을 벌였다’고 밝힌 것과는 전혀 다르다.
또한 이 관계자는 당시 신동아건설이 유동성에 문제가 있다는 소문이 들렸음에도 불구하고 신동아건설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건설사의 유동성은 재향군인회가 판단하는 것이 아니고 신용평가 기관에서 하는 것이라 잘 알지 못한다”며 “하지만 대형건설 사업은 대부분 은행에서 PF(프로젝트 파이낸싱:사업성을 담보로 돈을 끌어오는 것)를 통해 자금을 확보해 진행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향군회관 사업을 둘러싸고 루머가 난무하고 있어 지난 4월 16일 송파경찰서 측에 수사를 의뢰했으나 진전이 없는 것 같아 조만간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향군회관 재건축과 관련해서는 “한 점 의혹도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또 다른 당사자인 신동아건설 관계자는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로비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재향군인회 내부의 잡음 때문에 이런 문제가 나오는 것 같은데 신동아건설과는 전혀 관련 없는 얘기”라며 오히려 악성루머가 나온 원인을 재향군인회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신동아건설 측은 “공사 진행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포스코건설 측은 “우리는 거기에 대해 할 말이 없다”며 특별한 입장을 나타내지 않았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