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최고 명문고인 경기고의 활약은 이번 17대 국회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경기고는 총 2백99명의 17대 국회의원 중 20명(6.7%)을 배출, 16대에 이어 최다 국회의원 보유 고교라는 영예를 안게 됐다. 그 수는 비록 15대 국회 25명, 16대 국회 24명에 비해 다소 적은 것이지만 ‘경기 파워’가 여전함을 보여준 결과로 볼 수 있다. 그 뒤를 이은 명문고는 각각 14명씩의 국회의원을 배출한 서울 명문고인 경복고와 ‘대구명문’ 경북고였다.
17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의 출신고교를 추적, 분석해봤다.
17대 국회의원 출신고교 | |||
순위 | 고교 | 국회의원 | 의원수 |
1 | 경기고 | 김근태, 김성곤, 노현송, 민병두, 신기남, 신중식, 오제세, 유인태, 유재건, 이원형, 이종걸(열린우리당), 공성진, 박진, 서상기, 이상배, 이종구, 정두언, 진영(한나라당), 노회찬(민주노동당), 최인기(무소속) | 20 |
2 | 경북고 | 김부겸(열린우리당), 강재섭, 곽성문, 권오을, 김문수, 박종근, 신국환, 안택수, 유승민, 윤건영, 이덕모, 이한구, 이해봉, 주성영(한나라당) | 14 |
2 | 경복고 | 김진표, 문희상, 원혜영, 이계안(열린우리당), 김덕룡, 김충환, 김태환, 남경필, 맹형규, 이재창, 장윤석, 정문헌(한나라당), 이상열(민주당), 이인제(자민련) | 14 |
4 | 경남고 | 이근식, 조경태, 최철국(열린우리당) 권철현, 김기춘, 김병호, 김형오, 박희태, 서병수, 엄호성, 정갑윤, 정형근(한나라당), 권영길(민주노동당) | 13 |
5 | 광주제일고 | 김동철, 김태홍, 배기선, 이상경, 임채정, 주승용, 지병문, 최재천(열린우리당), 심재철(한나라당), 김효석, 이낙연(민주당) | 11 |
6 | 부산고 | 권경석, 김정훈, 박재완, 안경률, 이방호, 정의화, 정종복, 최병국, 허태열(한나라당) | 9 |
7 | 경기여고 | 김명자, 이경숙, 이은영, 조배숙, 홍미영(열린우리당), 김애실, 이계경(한나라당) | 7 |
7 | 전주고 | 김원기, 김춘진, 임종인, 장영달, 채수찬, 최규성, 최규식(열린우리당) | 7 |
9 | 서울고 | 문학진, 우제항, 정의용, 최재성(열린우리당), 박세일, 최연희(한나라당) | 6 |
9 | 제물포고 | 신학용, 유필우, 이호웅(열린우리당), 유정복, 이윤성, 황우여(한나라당) | 6 |
11 | 중동고 | 양승조, 염동연, 우제창, 정장선(열린우리당), 김무성(한나라당) | 5 |
11 | 대전고 | 구논회, 권선택, 김원웅, 박병석, 박상돈(열린우리당) | 5 |
이번 17대 총선 당선자 중 확인된 고교 졸업자는 2백92명. 나머지 7명에는 검정고시 출신 2명(장경수, 이병석), 무학 한 명(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 독학 한 명(열린우리당 이상락 의원)과 ‘학벌사회 타파를 위해 학력공개를 거부’한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이 포함된다.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과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은 각각 고등학교 중퇴학력을 가지고 있다.
17대 국회에 의원을 배출한 전국의 고교는 총 1백41개교. 이 중 16대 국회엔 당선자를 내지 못했던 곳이 60곳이나 된다. 상당수 고교는 개교이래 처음으로 국회의원 당선자를 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이 졸업한 인천 인일여고의 경우 동창회 사이트에 ‘인일여고 최초의 국회의원 탄생’이란 축하 메시지가 뜨기도 했다. 서울 소재 남자고교의 경우 경희·대성·동대부고·우신·철도고, 여고 중엔 서울·명지·무학·예일·정신·중앙·한성여고 등이 새로 국회에 이름을 올렸다.
부산 동성고는 16대 때는 한 명도 없었던 국회의원을 무려 3명(김양수, 김혁규, 김맹곤)이나 배출했고, 대전 보문고도 열린우리당 정청래,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을 당선시키며 국회에 최초로 발을 디뎠다.
중소 도시 소재 학교들도 상당수 당선자를 냈다. 경기 남양주 광동고(박기춘), 포천 관인고(이철우), 파주 문산고(황진하), 전북 정읍 태인고(배일도), 전남 완도수산고(이영호), 경남 남해 창선고(박홍수), 사천농고(강기갑) 등이 대표적이다.
또 16대 당시 제주도 지역 국회의원 3명을 모두 배출하며 일약 전국적인 명문고로 발돋움했던 제주 오현고는 강창일(북제주갑) 의원만을 당선시키는 데 만족해야 했다.
경기고는 20명의 당선자를 내며 16대와 마찬가지로 국회의원 수에서 ‘고교랭킹’ 1위를 지켰다. 그러나 의원정수가 26명이 늘었음에도 당선자 수는 24명에서 20명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또 16대에는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이 13명으로 압도적이었던 반면 17대에는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11명, 한나라당 7명, 민주노동당 1명, 무소속 1명으로 구성이 크게 바뀌었다.
경복고와 경북고는 나란히 14명씩을 내며 공동 2위를 차지했다. 경북고는 16대 때의 15명과 비슷한 14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한 반면 경복고는 16대 당시 9명이던 출신 국회의원수를 14명으로 5명이나 늘리며 명암을 달리했다. 영남권 명문인 경남고는 16대 총선 결과 10명이었던 국회의원 수를 13명으로 3명 늘려 고교 순위 4위를 기록했다.
16대에서 각각 7명과 4명을 당선시키며 팽팽한 긴장을 유지했던 ‘광주의 자존심’ 광주일고와 광주고는 17대에 들어서는 11 대 1(신계륜)로 기울며 균형이 무너졌고 16대 당시 8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했던 부산고는 1명 늘어난 9명을 국회로 보내는 데 성공했다.
▲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경복고 출신 당선자들은 한나라당 8명 열린우리당 4명 민주당·자민련 각각 1명으로 나뉘어졌다. YS 정부 때까지 ‘정치1번지 고교’로 불렸음에도 16대 국회에서 9명만이 당선되며 퇴락의 길을 걷는 듯했던 경복고는 이로써 17대를 발판으로 화려한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와 남경필 수석 부대표,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원, 자민련 이인제 의원 등 정치권을 쥐락펴락하는 쟁쟁한 동문들을 보유함으로써 그 위세를 떨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TK 명문인 경북고는 36회 박종근 의원(한나라당)을 시작으로 57회 주성영 의원까지 무려 21년의 선후배의 벽을 넘으며 14명의 당선자를 내는 데 성공했다. 특히 38회 신국환 의원(무소속)을 제외한 13명 모두가 한나라당으로 당선되며 ‘단결된 동문의 힘’을 보여준 케이스로 주목을 받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모교인 경남고는 13명의 당선자를 배출하며 명문고의 명맥을 이었다. 11회 박희태 의원을 포함한 9명의 한나라당 의원과 3명의 열린우리당 의원이 배출됐고 15회인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도 재도전 끝에 창원을 지역구에서 당선의 기쁨을 맛봤다.
최근 경남고 동창회 홈페이지에는 “진보정당의 원내진출을 이룬 권영길 민주노동당 전 대표가 우리학교 출신”이라는 축하글이 올라와 민주노동당의 달라진 위상을 새삼 실감케 하고 있다.
전라도 지역에서 가장 많은 11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한 광주일고는 34회 임채정 의원과 35회 김태홍 의원을 시작으로 당선자 중 8명이 열린우리당 소속. 전라도에 불어닥친 ‘열린우리당의 바람’을 보여주고 있다. 다른 당 동문으로는 심재철(한나라당), 김효석·이낙연 의원(민주당)이 전부였다.
9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한 부산고는 16대에 이어 동문의원 전원이 한나라당에서 당선되는 기록을 세웠다.
‘전북 최고의 명문’으로 꼽히는 전주고는 총 7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했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빠진 자리는 최규식 의원(서울 강북을) 등 같은 당 소속 초선의원 5명이 채웠다.
16대에서 5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했던 ‘강남명문’ 서울고의 경우 17대에선 6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하며 명문고의 자존심을 지켰다. 한나라당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박세일 의원(18회)을 포함한 5명이 초선.
한편 서울고와 함께 6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한 ‘인천명문’ 제물포고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각각 3명씩 당선되며 묘한 긴장감을 보여주고 있다.
5명의 국회의원을 배출, 랭킹 10위를 기록한 서울 중동고의 경우 64회 김무성 의원을 제외한 전원이 열린우리당 소속. 중동고 총동문회 홈페이지에는 70회 고 심규섭 전 의원의 부인인 열린우리당 김선미 의원과 74회 김영세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의 부인인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서울 서초갑)의 당선을 축하하는 글이 올라와 이채를 띠고 있다.
그 외에도 16대에서 2명의 국회의원(임종석, 정병국)을 배출했던 용문고(전 강문고)의 경우 두 의원이 모두 재선에 성공한 것을 비롯, 이번에 3명의 추가 당선자(김낙성, 김교흥, 우상호)를 내며 크게 약진했고 서울 대경상고(현 대경정보산업)도 열린우리당 이강래 의원(전북 남원·순창)이 재선에 성공한 동시에 열린우리당 안병엽(경기 화성), 한나라당 이군현 의원(비례) 등 두 명의 당선자를 추가로 내며 신흥 명문고로 급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