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고가 개방 행사가 화제를 모으면서 박원순 시장의 대권 지지율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사진은 서울역 고가 차도. 박은숙·구윤성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현재 가장 높은 여론 지지를 받는 대권주자다. 최근 진행된 2곳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모두 1위를 기록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7일 공개한 선호도 조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19%를 얻어 문재인 의원(13%)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10%)를 앞질렀다. ‘리얼미터’ 10월 2주차 주간 집계에서는 전주 대비 3.7%포인트 반등하며 20.1%를 기록해 선두를 탈환했다.
이 과정에서 재미있는 해석이 뒤따랐다. 야권을 조력하는 한 여론조사기관 종사자는 “박 시장 쪽에서 여론에 민감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 뭔가 확신이 들었다”며 “서울시가 서울역 고가 개방 행사를 알린 게 지난 6일이었다. 그리고 그 주 일요일(12일)에 개방했다. 이 정도 규모의 행사라면 보통 한 달 전부터 준비하고 공고하기 마련이다. 그만큼 일사천리로 진행된 느낌이었는데, 해당 주가 박원순 시장 대권 지지율이 급속히 빠지던 시기였다”고 전했다.
앞서의 ‘리얼미터’ 조사에 의하면, 박 시장은 9월 첫 주부터 한 번도 지지율 선두를 빼앗긴 적이 없다가 10월 1주차에 처음으로 김무성 대표에게 뒤졌다. ‘서울시립대 낙하산 인사’ 관련 보도가 이어지면서 지지율 하락세 흐름이 이어진 것이다.
앞선 보도들을 종합해보면, 서울시립대 초빙교수 15명 가운데 권오중(전 서울시 정무수석), 기동민(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김형주(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김상범(전 서울시 행정1부시장), 김병하(전 서울시 행정2부시장), 최동윤(전 서울시 경제진흥실장) 등 8명이 박 시장의 측근인 서울시 정무·고위직 출신 인사다. 이번 학기에만 초빙교수로 임용된 서울시 고위공무원이 5명에 달했다.
서울시립대는 박 시장의 ‘반값등록금’ 공약에 따라 매년 180억 원의 예산을 서울시에서 지원받는다. 그만큼 서울시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힘든 구조로, 자연스레 박 시장이 비판의 중심에 섰다. 논란이 커지자 최측근이던 권오중 전 수석과 기동민 전 부시장은 국정감사를 앞둔 지난 6일 대학에 사표를 제출했다. 서울시가 서울역 고가 개방 행사를 대대적으로 알린 날이기도 하다.
남대문시장 상인들이 서울역 고가차도 공원화사업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서울남대문시장상인회
결과적으로 행사가 흥행을 거두고 화제를 모으면서 지지율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곳곳에서 비판도 제기됐다. 김광현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이미 지난 4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서울역 고가 도로를 공원화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왜 하나?’ 하는 느낌”이었다며 “철거하기로 한 고가를 공원으로 만들자고 할 때는 그게 상응하는 연구결과나 합의가 뒤따라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이 계획을 갑자기 무슨 깜짝 선물이라도 안기는 듯이 발표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라고 지적했다.
뒤이은 국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장에서도 질타가 이어졌다. 노웅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서울역 고가도로를 공원화하는데 적어도 사업 확정 전 교통영향평가와 환경영향평가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차량 3만 대 수준의 교통 혼잡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국감에 참여했던 한 야권 관계자는 “타이밍이나 추진 속도가 보통의 공공사업에서는 나오기 힘든 수준”이라며 “아현 고가도 철거되고 서울역 고가도 공원으로 바뀌면, 서울시청 광장에 집회시위라도 열리는 날에는 그야말로 서울 도심이 교통지옥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사실 서울역 고가도로 녹지 조성 사업은 이번에 불쑥 제기된 것은 아니다. 지난 6·4 지방선거 당시 공약으로 밝힌 바 있다. 공약 발표 당시 별다른 주목을 끌지 못했지만 지난달 미국 뉴욕 출장에서의 발언과 이어진 행사를 계기로 불이 붙은 격이다. 그럼에도 박 시장의 행보가 대선 지지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되는 것은 그만큼 차기 대권에 직행할 것이라고 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진단은 여권에서도 마찬가지다. 새누리당 한 기획통은 “지난달(9월 1일) 박 시장이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만나 한강개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전격 합의했을 때, 다분히 정치적 기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구체적인 대목에서 협약을 맺은 것도 아니고 그냥 TF를 꾸리겠다는 내용이었는데, 아직 명단도 안 나왔다”며 “박 시장의 한강개발과 이번 하늘공원 사업이 오세훈 전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청계천과 뭐가 다른지도 모르겠다. 방향이 다르다는데 목표는 어쨌든 차기 대선이 아닌가. 이명박 전 대통령도 청계천 사업 추진했을 때 대선 밑천으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전했다.
현재 서울시 안에서 ‘박원순 대권’을 이끌 ‘3인방’으로는 서울시 기획조정실장에서 최근 영전한 정효성 행정1부시장, 기동민 전 부시장 후임으로 들어온 임종석 정무부시장, 그리고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 한국사무소 출신 서동록 경제진흥실장이 꼽힌다. 서동록 실장은 이미 서울시청 안에서는 경제부시장으로 통한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