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10대는 무섭다. 정석 변화, 집 계산, 수읽기 등은 마치 기계와 같다. 이들과 대결해 본 노장 기사들이 “이건 사람이 아니라 마치 사이보그와 대국하는 것 같았다”고 토로하는 것이 마냥 과장만은 아닌 것이다.
사이보그들의 수읽기 한마당을 감상해 본다.
<1도>는 문제의 장면. 우하귀 쪽에 제법 큰 패가 생겼다. 흑1은 백 대마의 사활을 겨냥한 팻감. 그러나 새내기 이 초단은 쳐다보지도 않고 2로 따내버렸다. 대마는 산다고 본 것이겠지만 그 대담함이 놀랍다. 흑3. 자 이제 어떻게 될까.
<2도> 백1, 3으로 건너붙임과 이단젖힘 연타로 수습을 시작한다. 흑4에는 백5. 여기서 흑이 A로 이으면 백은 B를 선수하고 C로 들어간다. 이건 흑도 걸리는 그림. 최소 빅이다. 빅이면 물론 백 성공.
<3도> 흑1로 배후를 되끊은 것이 강수. 그러나 백4, 6이 흑의 자충을 유도하는 수순이고 계속해서 8로 젖히고 10으로 끊는 수순이 실로 현란하다. 흑5로 8쪽을 보강하면 백A, 흑B에서 백C로 몰고 5에 두어 한 집이 난다. 계속해서~.
<4도> 흑1로 놓을 수밖에 없을 때 백2, 4로 몬다. 흑5로 패를 따내는 것에는 백6의 절대 팻감을 준비하고 있다. 다음 백8로 패를 되따내 흑9로 굴복 시키고 10으로 따내면서 수를 메워간다.
<5도> 흑1로 따내는 것을 기다려 백2로, 이쪽으로 몬 것이 교수요 묘수다. 흑3, 5를 보면서 백4, 6으로, 30여 수에 이르는 기기묘묘한 줄타기 끝에 마침내 1선을 타고 넘어가는 데 성공했다. 1선은 보통은 죽음의 선이지만 지금은 생명의 선이 되고 있다.
무서운 수읽기. 대국 당시 검토실의 기사들은 “소름이 끼치는 수읽기”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4도> 흑1로 달리두면?
<6도> 흑1로 잡는 것은 어떨까. 백2, 4, 6으로 역시 그만이다. 흑7이면 백8, 10으로 거꾸로 흑이 걸리는 그림. 또 흑7로 8 자리에 되끊는 것은 백A 따낼 때, 흑은 자충이 되어 B로 몰지 못하고, 10으로 뒤에서 몰아야 하는데, 그때 백은 C로 넘어가는 것.
이광구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