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룡 원내대표 | ||
정치인생에서 제2의 개화기를 맞고 있는 김 대표가 조금씩 활동영역을 확대하며 당내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특히 김 대표는 박근혜 체제의 2인자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생존을 모색하려는 노력을 활발히 보이고 있다. 이명박 서울시장과 가깝다는 사실을 은연중에 과시하는가 하면, 당내에서 최고 중진으로서 조정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최근에는 청와대와도 직거래를 시도하며, 명실상부하게 정국에서 핵심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 대표의 원내 입지는 친 김덕룡계 인사들의 확대를 통해 구체화되고 있다. 이른바 김덕룡(DR)계 인사는 이성헌 전 의원, 구본태 김포지구당위원장 등이 거의 전부였다. 한때 친했던 의원들도 김 대표가 당내 비주류 생활을 하는 동안 멀어져 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박근혜 전 대표나 이명박 서울시장 등에 줄을 서지 않은 인사들을 중심으로 김 대표와 가까운 그룹이 형성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선 이번에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하는 이규택, 이강두 의원 등이 대표적인 친 김덕룡계 의원들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규택 의원은 86년 민추협 대외협력국장을 통해 정계에 입문, 김 대표와 막역한 사이다. 이규택 의원은 88년 김 대표와 마찬가지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이끌던 통일민주당으로 첫 금배지를 달았다. 이른바 민주계 인사다.
이강두 의원 역시 무소속으로 금배지를 달았으나 96년 민주계 주도의 신한국당에서 본격 정치생활을 시작했다. 이 의원도 굳이 따지면 민주계로 분류되고 있다. 궤멸상태에 놓여 있던 민주계가 김 대표를 중심으로 다시 재기를 도모할수 있는 토대를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당내에선 이번 최고위원 선거의 최대 수혜자로 김 대표가 될 것이란 지적이 많다.
김 대표는 소장파인 남경필 의원을 수석 부총무로 지명, 소장파와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소장파들은 최근 박근혜 전 대표와 오히려 멀어지고, 김 대표와 급속히 밀착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런 차원에서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한 원희룡 의원도 크게 보아 김 대표와 가까운 세력으로 분류될수 있다.
한나라당이 갈수록 박근혜 세력과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 사이의 대권 3파전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도 김 대표에게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세 사람에게 줄을 서기 곤란한 의원들이 우선 김 대표의 우산 속으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 스스로도 3각 대권 싸움의 틈바구니 속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야금야금 넓혀가는 전술을 쓰고 있다. 김 대표는 한때 박근혜 전 대표의 노선을 전적으로 추종하는 듯 했지만 점차 독자 목소리를 확대하고 있다.
국회도서관장 인사 등에서 박 전대표가 밀고 있는 인사 대신 김 대표는 자신의 인사를 고집하고 있고, 각종 국회직 임명에도 자신의 뜻을 관철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대표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이명박 서울시장을 적극 옹호한 것도 예사롭지 않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 왼쪽부터 박근혜, 이명박, 손학규 | ||
김 대표와 이 시장은 서울대, 고려대 학생회장으로 64년 한일수교반대, 이른바 6·3투쟁때 처음만났다. 이후 두 사람은 각별한 친교를 유지해 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두 사람은 함께 청와대로 들어가 박정희 당시 대통령을 만난 학생대표였다고 한다.
당에서는 김 대표가 평소 필요한 일이 있으면 이 시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반말로 민원을 할 정도로 친밀하다고 알려져 있다. 지난 95년 지방선거때 서울시장에 이 시장을 적극 천거한 사람도 김 대표이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정원식 전 총리를 밀려고 하자 경선 아이디어를 낸 것도 김 대표였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부에선 15대 총선 때 이 시장에게 공천을 준 데도 김 대표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김 대표는 역시 민주계 인사로 분류되는 손학규 경기지사와도 막역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한나라당에선 김 대표만큼 꽃놀이패를 즐기는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정치생명은 연장됐으며, 특별히 욕먹을 일도 없다.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상황에 있다는 것이다.
최근 여의도 정가에서는 김 대표가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를 제치고 청와대와 직거래한다는 첩보가 나돌기도 했다. 김 대표는 민주계인 노무현 대통령과 절친하다. 여기에다 노 대통령의 측근인 이광재 의원이 15대 국회에서 김 대표의 비서관을 지낸 바 있다. 이광재 의원을 통해 청와대 및 여권과의 의사소통 채널 확보를 추진한다는 그럴듯한 첩보였다. 정치권에선 상당히 신빙성 있는 얘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김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위해 대표직을 사퇴한 박근혜 전 대표의 공석으로 실제 한나라당의 대표직을 수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 기회를 활용해 자신의 세력을 확대하고, 당에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려는 것으로 보여진다.
예결위 상임위화는 김 대표가 과잉의욕을 보인 사례로 지적된다. 당내에선 김 대표와 남경필 수석부대표 라인의 드라이브를 막을 사람이 없다. 박근혜 전 대표조차도 이들의 추진력을 막지 못한다. 김 대표는 국회에서 예결산을 모두 맡아야 한다는 명분을 들고 예결위 상임위화를 추진했고, 여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필지 언론인